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훼손되고 철거되는’ 울산 박근혜 대통령 흔적

대왕암공원 안내판 훼손…민원 잇따르자 철거
신정시장 식당 "장사 안 된다"항의에 사진 없애

(울산=뉴스1) 김형열 기자 | 2016-11-13 08:36 송고
지난 2일 울산 의 한 일간지에 실린 동구 대왕암 안내판  훼손  사진. 사진 오른쪽 확대한 모습에 대통령 얼굴이 심하게 긁힌 흔적이  보인다..(사진제공 울산제일일보)© News1
지난 2일 울산 의 한 일간지에 실린 동구 대왕암 안내판  훼손  사진. 사진 오른쪽 확대한 모습에 대통령 얼굴이 심하게 긁힌 흔적이  보인다..(사진제공 울산제일일보)© News1

울산에서는 성난 민심이 박근혜 대통령 흔적 지우기로 표출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월 28일 여름 휴가차 조선업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산을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동구 대왕암과 중구 십리대숲 등 지역 관광명소를 둘러보고 남구 신정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격려했다.     
박 대통령의 방문 이후 울산은 관광객이 몰리면서 반짝 특수를 누렸지만,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커지면서 지역 민심도 싸늘하게 돌아섰다.    

울산 동구청은 지난 8월 중순 대통령 방문을 기념해 대표적 관광명소인 대왕암공원 입구 및 해맞이 광장 등 2곳에 안내판을 설치했다.     

가로 90cm, 세로 70cm ,높이 1m 50cm 나무 안내판은 대통령이 방문했다는 글과 이동경로 등이 대통령 사진과 함께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남 짓 만에 안내판은 철거됐다.    

지난 1일 누군가 안내판의 사진 속 대통령 얼굴을 동전 등을 이용해 여러 차례 긁어 심하게 훼손한 것이다. 구청은 지난달부터 최순실 국정농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내판 철거를 요구하는 민원이 잇따랐다고 전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대왕암공원 내 2개 안내판 가운데 1개가 훼손된 것을 확인하고 다음날 모두 철거했다”며 “현재로서는 재설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방문지인 신정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신정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시장 내 가게에서 돼지국밥을 먹었다. 대통령 방문이 알려지자 상인들은 너도 나도 사진을 찍었으며 일부는 가게 곳곳에 대통령의 사진을 걸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이 달 초 4곳의 가게가 대통령 사진을 모두 철거했다. 

한 상인은 “손님들이 더 난리다. 점심때 밥 먹으러 들어오다 가게 내부에 있는 대통령 사진을 보면 다들 ‘밥 맛 떨어진다’고 성화다”며 “시장을 찾아준 건 고맙지만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게 거짓인 것 같다. 나라꼴을 이지경으로 만든 대통령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는 돼지국밥집만이 유일하게 대통령 사진을 걸고 있다. 자비를 들여 가게 입구와 내부 4~5곳에 대통령 방문 당시의 사진 여러장과 사인을 액자와 현수막으로 만들어 걸어둔 상태다.

모듬국밥은 대통령이 먹고 나서 메뉴판에 청와대 문양과 함께 ‘대통령 모듬국밥’으로 이름을 바꿔 팔고 있다.     

하지만 이곳도 곧 철거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을 오가는 시민들의 항의도 항의지만 매출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게 직원은 “대통령이 다녀가고 전반적으로 울산을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매출이 올랐지만 태풍 피해 등으로 시장 전체의 상권이 예전같지 않다”며 “밥장사 보다는 저녁 손님을 상대로 한 술장사로 매출을 올렸는데 지금은 이마저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우 안타깝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계속 이런 식이면 결국 치워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실제로 기자가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도중 국밥집을 지나가던 한 시민이 가게 입구에  사진과 함께 '대통령이 드신 국밥집'이 적힌 현수막을 보고 대뜸 욕부터 했다.     

이 시민은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아직까지도 저런 걸 걸어두고 있냐. 장사하기 싫은 모양”이라며 “나도 박 대통령을 찍었지만 정말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hurasi@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