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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농락한 차은택 입 열릴까…후폭풍 거셀 듯

문화정책 고위직에 '측근' 심어 각종 특혜 정황
檢, 안종범·우병우 개입 여부 밝힐지 주목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2016-11-09 11:31 송고
현 정부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며 최순실씨와 함께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광고감독 차은택씨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2016.11.9/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현 정부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며 최순실씨와 함께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광고감독 차은택씨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2016.11.9/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최순실씨(60)의 국정농단 사건의 또 다른 축인 CF 감독 차은택씨(47)가 8일 밤 입국, 검찰에 체포돼 9일 오전부터 본격적인 조사를 받는 가운데 의혹만 무성했던 문화계 비선실세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최씨를 등에 업은 차씨는 자신의 측근들을 정부 문화정책분야 고위직에 임명하는 등 인사에 개입하고 각종 이권사업을 따냈다는 의혹을 받는다.
특히 차씨가 현 정권에서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하며 '문화융성' 정책을 진두지휘했던 만큼, 차씨의 비리정황이 드러난다면 문화계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더욱이 차씨를 둘러싼 의혹이 규명되면 최씨에 대한 혐의도 추가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차씨는 우선 자신이 운영하는 광고회사의 회삿돈 수억원을 횡령하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7),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58) 등과 함께 포스코계열 광고회사 포레카를 인수한 중소 광고업체 C사에 지분 80%를 넘기라고 회유·협박하는데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차씨는 입국 직후 공항에서 '안 전 수석을 알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의 "그냥 조금 알고 있다"고 답했다. 

차씨의 '광고계 대부'로 알려진 송 전 원장은 차씨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송 전 원장이 제일기획 제작본부장 시절 CF 감독이었던 차씨에게 광고 제작을 맡기는 등 서로 도움을 주면서 인연을 쌓았고, 차씨의 입김으로 2014년 12월 송 전 원장이 차관급인 콘텐츠진흥원장에 임명됐다는 의혹이 있다.
송 전 원장이 차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있다. 콘텐츠진흥원이 45억원을 지원하는 평창동계올림픽 빙상장 LED 기술 프로젝트에 송 전 원장이 대표로 있던 '머큐리포스트'가 주축인 컨소시엄이 선정됐는데, 이곳은 차씨 소유의 유령회사로 알려진 엔박스에디트와 주소지가 같다. 엔박스에디트는 논란이 된 '늘품체조' 동영상을 하청받아 제작한 회사다. 차씨가 송 전 원장에게 '문체부 장관 자리를 주겠다'고 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차씨는 지난 2014년 8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임명됐고, 이듬해 4월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을 지내며 현 정권의 문화계 유력인사가 됐다. 

유명 가수의 뮤직비디오 등을 연출한 것 외에 이렇다 할 이력이 없는 차씨는 이 무렵 자신의 인맥을 청와대까지 심어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차씨가 문화융성위원으로 위촉된 후 공교롭게 대학원 은사인 김종덕 당시 홍익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석 달 뒤 외삼촌인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오르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설립됐다는 의혹을 받는 미르재단의 초대 이사장에 오른 김형수 연세대학교 교수도 차씨의 대학원 은사다.

차씨가 정부의 각종 문화 관련 정책에 관여하고, 관련 국책 사업을 따낸 배경에는 김 전 장관, 김 전 수석 등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차씨는 문화체육계 및 장·차관 인사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모든 사실을 검찰에서 밝히겠다"는 답변을 했다.

실제 차씨가 실소유했다는 의혹을 받는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는 설립한 지 1년도 안 된 지난 5월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3국 순방 당시 사물놀이, 비보잉 등 행사 연출사업을 수주했다.

특히 차씨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49)이 자신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취지로 주변에 말하고 다녔다는 의혹도 있다. 대기업이 낸 486억원을 개인통장으로 받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뒤탈'을 걱정해 이를 차씨에게 말했는데, 차씨가 우 전 수석의 명함을 가리키며 '우리를 봐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차씨는 정작 "우 전 수석은 잘 모른다"며 우 전 수석과 재단 관련 사업을 논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절대 그런 일 없다"고 강조했다.

이 시기 차씨가 문화계 내에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차씨가 문화창조융합본부장 시절 총연출을 담당한 뮤지컬 '원 데이'는 박 대통령이 직접 관람에 나선 후 '큰 의미가 있는 공연'이라고 극찬했지만 조악한 내용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2015 이탈리아 밀라노 엑스포 당시 한국관 전시기획 총괄감독이 개막 6개월을 앞두고 차씨로 바뀌는 과정도 석연치 않다. 당시 주무부처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문체부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공식 업무이관 결정이 내려지기도 전에 문체부가 차씨를 새 감독으로 선임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당시 한국관 영상제작을 머큐리포스트가 5억원에 수주했는데, 머큐리포스트는 송 전 원장이 대표로 있는 회사다.

차씨는 한국스포츠개발원이 2억원을 투입해 만든 '코리아체조'를 늘품체조로 바꾼 장본인이라는 의혹도 있다. 늘품체조는 문체부가 예산 3억5000만원을 들여 만든 국가공인 체조로 2014년 11월 시연행사에는 박 대통령도 참석했다.

문화창조융합벨트 개요도. © News1
문화창조융합벨트 개요도. © News1

차씨는 현 정권 '문화융성'의 핵심사업인 문화창조융합벨트 조성을 사실상 이끌며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사업은 융합형 인재양성, 아이디어의 구현과 창업, 해외진출까지 긴밀하게 연계되는 문화콘텐츠산업의 생태계 조성이 목적으로 사업 담당 기관은 콘텐츠진흥원이었다.

2014년 2월 문화창조융합센터로 시작한 문화창조융합벨트에는 지난해 13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올해에는 문화창조벤처단지와 문화창조아카데미가 개설되면서 총 1053억원이 들어갔다. 내년에도 관련 예산이 모두 1278억원 책정돼 있는 등 2019년까지 약 7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씨와 차씨가 개입했다는 의심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문체부는 이 사업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같은 각종 의혹에 따라 문화계는 현 정부가 '문화융성'을 한 것이 아닌 '문화계를 농락해왔다'며 시국선언을 하기도 했다.

차씨가 문체부의 관련 사업에 개입한 것이 드러난 만큼 김종덕 전 장관(59), 김종 전 2차관(55) 등에 대한 검찰 소환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cho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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