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2016.11.7/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7일 사회 원로들과 만나 이른바 '최순실 정국'을 풀어나갈 해법을 청취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한식당에서 사회 원로들인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등과 긴급 회동을 갖고 현 정국을 수습하는 데 대한 조언을 들었다.사회 원로들은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표가 야권인사들 중 가장 '신중한 시각'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는 한편, 문 전 대표가 이번 정국을 풀어나가는 데에 있어 하야와 같은 '급진적 움직임'보다 '룰'을 차분히 따라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내는 등 여권인사로 꼽히는 남 전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국민 감정으로는 바로 하야가 나와야 하는데, 그건 국민 감정에는 맞지만, 우리 정치에서는 조금 성급한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 조사, 부족하다면 특검 조사, 또 국회에서의 철저한 조사 등 이런 단계를 진행해 진실을 밝히는 걸 선행하는 게 정치 발전에 좋은 일일 것"이라며 "지금 대통령은 이미 '좀비 대통령'이지만, 충분히 법적절차를 진행한 다음에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지, 그렇지 않다면 유감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남 전 장관은 이후 공개 회동 말미에서도 문 전 대표에게 "혁명적 사태를 혁명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부작용이 많다"며 "가급적 합법적 룰에 따라 풀어나가는, 비유적으로는 혁명적 사태를 반(反)혁명적으로 풀어나가는 게 순리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에 대해 "국민들은 특히, 우리 야권을 지지하는 지지층들은 분노 때문에 야당이 뭐하느냐, 빨리 하야 대열에 동참하라, 압력을 주신다"고 말했다. 남 전 장관의 '룰' 강조에 '급진적 움직임'으로 맞받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박 전 총재는 "이런 상황(현 시국)이 있을 수 있는지 참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그 문제는 그 문제대로 풀어나가겠지만, 국정공백이 큰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문 전 대표가 안보와 국방을 각별히 챙겨주고, (이에 대해) 정부에 촉구하고, 야당이 그에 협조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총재는 또 "이번 건 때문에 덮혀서 그런데, 민생은 아우성이 말할 수가 없다"며 "야당과 문 전 대표가 깊은 관심을 갖고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야당에게 △내년 예산안 통과에 대한 협조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 해결 △조선·해양 구조조정 문제에 관한 대책 강구 등을 주문했다.

안 전 위원장은 현재 어지러운 상황에서 '개헌'을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 "그 다음 정부에서 국민의 여망과 뜻이 담긴 대통령이 선출되도록 하려면, 지금까지 준비해왔던 정당과 후보자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 그를 통해 국민이 선출하는 절차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다음에 국정을 이끌어가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은 현실적, 장기적 입장에서 자기 생각을 정당과 많은 국민들에게 나눠서, 그 부분에 대해 국민이 공정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소박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남 전 장관은 이날 문 전 대표에게 "야권인사들 얘길 종합하면, 우리 문 전 대표께서 (현 시국을) 가장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하시지 않나 싶다"고 칭찬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총재는 "맞다. 저도 거기에 동감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문 전 대표는 1시간여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어떤 얘길 나눴나', '신중론을 계속 유지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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