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공동책임론으로 당내에서 전방위적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6일 '침묵'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7일 열리는 최고위원회를 하루 앞두고 거취에 대한 숙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9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이정현號'가 취임 100일 만에 붕괴 기로에 놓인 것이다.지난 4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비주류 진영은 이 대표 사퇴 관철을 위해 총공세를 펼쳤다. 당일 발언에 나선 40여명 의원 중 3분의2가 이 대표 사퇴 또는 사퇴에 가까운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대표는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지만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자리에 연연할 생각은 없지만 오히려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더 쉬운 결정"이라고 사퇴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워낙 위중한 상황인 만큼 당분간 중진 의원들과 시간을 갖고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중진들의 의견을 들으며 숙고하겠다는 뜻이다.이 대표는 주말동안 당내 중진 의원들은 물론 원로들과 전화통화 등으로 접촉하며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염동열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염 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과연 어떤 선택이 당을 위하고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정답'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오늘도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 주변에 따르면 이 대표는 현재까지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이 강하다고 한다. '최순실 게이트' 사태 수습이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직을 던지는 것은 오히려 여당 대표로서 무책임한 처사라는 것이다.
이 대표 외에 친박계 최고위원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한 관계자는 "이 대표 말고 박 대통령과 '직통'이 되는 사람이 당에 누가 있느냐"며 "일단 수습이 우선이지 거취 공방을 벌일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비주류 진영은 물론 야당에서도 이 대표 사퇴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박 대통령이 제안한 영수회담과 관련해 "집권당의 갈등과 분란의 원인인 여당 대표와 같이 대통령을 만나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보겠느냐"며 이정현 대표 교체를 간접 압박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의총에서 "예산안 처리·거국내각 구성 후 사퇴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전날에는 "우리 지도부로는 사태 수습이 어렵지 않느냐. 당이 처한 현실을 냉정히 봐야한다"며 사실상 동반 사퇴를 요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사퇴와 비사퇴 여론이 엇갈렸지만 어쨌든 임기를 채우라는 여론은 없었다"며 "나도 지도부 일원으로서 이 대표가 물러나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지도부 사퇴로) 일신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시중 여론 역시 이 대표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중앙선데이가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진행한 긴급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 쇄신을 위해 이 대표가 물러나야한다'는 응답이 58.6%였다. '이 대표 중심으로 단합해 수습해야한다'는 응답(22.7%)의 두배가 넘는다.
비박계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 체제로는 최순실 정국을 헤쳐나갈 수 없다는 것이 당내 중론"이라며 "이 대표가 사퇴를 해서 일신의 물꼬를 터야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선출직 최고위원 중 유일하게 비박계인 강석호 최고위원은 7일 최고위에서 사퇴하겠다는 '최후 통첩'을 날렸다.
의총에서 "이 대표가 계속 버티면 7일 최고위에서 나라도 사퇴하겠다"고 밝힌 강 최고위원은 이날 통화에서도 "이미 입장을 얘기를 했으니 이 대표가 이제 답을 내놔야한다"고 거듭 배수의 진을 쳤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가 '질서있는 퇴진' 수순에 돌입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 안팎 여론을 수렴하면서 "여기까지는 해놓고 나가겠다"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는 얘기가 당 일각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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