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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담화에 부산 여론, ‘실망·분노·냉담…’(종합)

(부산ㆍ경남=뉴스1) 조아현 기자, 박기범 기자 | 2016-11-04 18:06 송고 | 2016-11-04 22:49 최종수정
자료사진. © News1 오대일 기자
자료사진. © News1 오대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대국민담화'를 통해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부산 시민들은 '예상했던 그대로의 수준'이라며 실망과 분노섞인 목소리를 터뜨렸다. 

박 대통령은 이날 "모든 사태는 저의 잘못이고 큰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책임주체를 밝히고 검찰 조사에도 임하겠다는 뜻을 표명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시민들은 오전 10시 30분께 담화문 발표가 시작되자 부산역과 노포동 버스터미널에 설치된 TV 앞에 북적였고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하나 둘씩 컴퓨터 앞에 모여들어 생중계를 지켜봤다. 지하철에 탄 승객들과 강의실에 앉아있던 학생들도 스마트폰을 꺼내 박 대통령의 발언을 시청했다. 

직장에서 강의를 마치자마자 컴퓨터로 박 대통령의 담화를 '다시보기'로 시청했다는 사업가 장동렬씨(57)는 "보는 내내 답답했다"며 "예상되는 그대로의 수준에서 이제까지 나온 이야기를 앞뒤로 정리하고 조합해서 발표한다면 표절과 다름 없지 않은가. 국민 기대이상의 내용이 들어갔어야 했다"라면서 안타깝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자신의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는 느낌은 들었지만 대통령 직책의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리더의 담화문으로써는 미흡했다"면서 "책임총리 권한에 대한 입장이나 여야간 합의를 통한 당정 운영방안을 내놓는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친구와 함께 대통령 담화문 발표를 생중계로 지켜봤다는 김하나씨(28)는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면서 "(박 대통령이)국정운영 회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면 담화문 발표 내용에 어느정도 여야 의견을 수렴한 대안이 제시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부산청년학생 시국선언단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박규상씨는 "자기자신한테는 아무 잘못 없다는 듯이 말하는 모습에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며 "어느 순간부터 최순실과 박 대통령을 분리하려고 하지만 박 대통령 역시 사건의 당사자다. 대통령 하야를 더욱 크게 외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4시 30분께 더불어 민주당 주최로 열린 '박근혜-최순실 규탄대회'에 참석한 최인호 더민주 부산시당 위원장은 "오늘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일부 개인이 이권을 챙기는 바람에 발생한 일처럼 표현했다"며 담화를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추천하는 국무총리 내각을 구성하고 국회가 만든 특별검사를 통해 이번 사태를 타개해야 한다"면서 "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정권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해영 의원(부산 연제구)은 "대통령은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자리"라며 "현 상태로는 박대통령에 대한 정상적 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면서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이헌승 새누리당 부산시당위원장은 "대통령의 두번 사과에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새누리당도 잘못이 크다. 국민들이 용서할때까지 참회하고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에 의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우선 이뤄져야하고 국정공백이 없도록 정치권에 부여된 무거운 역사적 책무를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위봉 부산민중연대 사무처장은 "특검을 수용한다고 했지만 현행 상설특검법에 따라 대통령이 특별 검사를 선택해서 임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셀프 특검'에 그칠 수 밖에 없다"면서 "이번 사태는 최순실씨의 주도적인 개입이 있었지만 박 대통령이 국정농단의 책임자"라고 강조했다. 

부산대학교 박홍원 교수는 이번 담화문 발표에 대해 "소위 '심경토로'에 불과한 메시지"라며 "국정을 운영하는 시스템이 침해당한 것에 대해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이 없는, 그야말로 의례적인 또 한번의 사과"라고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김병준 교수가 여야 합의로 거국내각을 구성하고 책임총리를 추대해 위기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발언을 했는데 대통령 지명으로 불쑥 나타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김 내정자도 (이 제안을)받아들여서는 안됐고 총리 행세를 하는 순간 정국은 더 꼬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유영현 부산대총학생회장은 "오는 5일에는 부산지역 5개 대학 총학생회가 공동으로 시국대회를 진행한다"면서 "이제까지 정치적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던 학생들도 여기에 동참하는 현상을 볼때 이념과 정치적 성향을 떠나 옳고 그름의 문제로 판단하는 정서가 형성됐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부산대는 오는 7일부터 학내에서 시국한마디와 시국선포대회를 매일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동참과 현안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오는 10일에는 총학생회 차원에서 재차 시국선언문을 발표한다.

한편 부산시민단체들도 오는 5일 오후 4시 부산역 광장에 모여 '박근혜는 하야하라, 부산시민대회'를 열고 서면까지 거리행진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choah4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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