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朴대통령, 2차 사과 뭐가 달랐나…'7분 더 긴 생방송 담화'

국민 알고 싶은 내용 보다 자기 해명 더 많아 아쉬움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 | 2016-11-04 16:35 송고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2016.11.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2016.11.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이른바 '최순실 파문'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4일 대국민 사과는 감성에 호소하면서도 '90초짜리 사과'로 된서리를 맞았던 열흘 전 첫 사과 때와는 달랐다.

그러나 차가운 국민들의 마음을 돌릴 만큼 충분히 해명·설득했는지에 관해선 회의적인 시선이 주를 이루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의 국정 농단 의혹 이후 지난달 25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 이어진 두 번째 사과였다.

첫 사과는 2분이 채 안 됐다. 그 전날(24일) JTBC가 최씨 연설문 개입 의혹을 제기한 지 하루 만의 사과이긴 했으나 숱한 최씨 의혹들을 제쳐두고 박 대통령과 직결된 부분에만 한정된 해명이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는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 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였다"면서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짧은 해명은 긴 역풍을 일으켰다. 우선 사실상 의혹 인정과도 같은 박 대통령의 사과에 국민들은 경악했다. '연설·홍보 분야'와 '취임 후 일정 기간'에 제한한 인정은 이후 추가 의혹 보도로 박 대통령 해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저로서는 좀 더 꼼꼼하게 챙겨 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고 한 점도 비아냥을 샀다. 직함이 없는 최씨가 비선에서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 최씨가 이권을 챙기려 했다는 정황히 드러나는 상황에서 '순수한 마음'을 언급한 것을 놓고 안일한 상황 인식이란 지적이 나왔다.

좀 더 소상한 해명과 진솔한 사과가 필요하단 의견을 반영, 이날 박 대통령의 사과는 기존 약 2분에서 9분으로 길어졌다. 글자수도 462자에서 2049자로 늘어났다.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는 듯 사과는 반복됐고 울먹임과 목메임도 계속됐다.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 "밤잠을 이루기도 힘이 든다"와 같은 감정적 표현들도 주를 이뤘다.

사과 대상 의혹의 범위도 넓어졌다. 박 대통령은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의혹을 비롯해 사이비 종교 심취와 청와대 굿판 등 세간의 풍문 역시 거론됐다. 

최씨와의 관계에 관해선 이번에도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주었다"면서 "돌이켜 보니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검찰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박 대통령이 의혹 주체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특정 개인의 이권 챙기기'나 '개인적 인연을 믿은 결과'로 이번 사태를 정리한 것을 놓고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사과와 달리 박 대통령은 후속 조치에도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검찰 조사는 물론 특별검사 수사를 수용하겠다면서 "저 역시도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정부 기능 회복을 호소하는 한편 국회 등과의 소통 의지도 다졌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과 관련해 거국 중립 내각이나 책임 총리제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박 대통령은 광범위한 각종 의혹을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은 점에 관해선 "공정한 수사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했다"며 "앞으로 기회가 될 때 밝힐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대국민 담화는 지난번 녹화 중계로 비판을 받았던 것과 달리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다만 박 대통령은 기자들과 질의응답은 하지 않고 이례적으로 연단에서 내려와 취재진에게 짧은 인사를 했다.


girin@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