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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사과담화는 檢가이드라인?…법적 내용분석과 수사전망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6-11-04 15:30 송고 | 2016-11-04 15:55 최종수정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6.11.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4일 오전 '비선실세'로 밝혀진 최순실씨 사태와 관련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본인 관련성을 부인하는 발언을 했다.
박 대통령은 또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한 것으로 알려진 발언을 뒤집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대통령이 사실상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안 전 수석은 현재 검찰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에 대해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직후 있었던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에서 문서유출 등의 혐의를 이미 인정한바 있다. 

◇ 박 대통령 ‘자신은 몰랐다는 취지’ 해명 …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검찰 수사의 주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번째는 외교 안보 관련 자료 및 대통령 연설문, 국가정책 등과 관련된 공무상 비밀 누설 부분이고, 두번째는 미르·K 스포츠재단의 800여억원 강제모금이다.

지난 2일 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사기미수를 최씨의 혐의로 적용했다. 검찰 측은 향후 수사를 통해 최씨의 혐의를 추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강제모금과 관련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검찰에서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이 공범으로 지목한 최순실씨와는 선을 긋고 있다.

안 수석의 해당 발언에 따르면 대통령 역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의 정범이 된다. 또 기업들이 돈을 기부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위협을 느껴 억지로 돈을 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으면 박 대통령은 ‘공갈’ 혐의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강제모금’ 등의 명확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박 대통령 개입 여부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박 대통령은 4일 담화에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라면서도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로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하니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이라는 표현에 비춰 박 대통령이 자신에게 제기되고 있는 일련의 범죄 혐의를 '선의'로 포장해 '꼬리자르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박대통령의 “…저질렀다고 하니…”라는 표현은 최씨 등의 위법행위를 자신은 몰랐다는 취지의 ‘항변’으로 볼 수 있다. 사실상 혐의를 부인한 셈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저의 설명이 공정한 수사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해 오늘 모든 말씀 드리지 못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미 대국민 담화 모두에서 자신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몰랐다는 취지의 해명을 하며 관련 혐의룰 부인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담화 내용이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비판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검찰 수사의 핵심은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과 관련해 안종범 수석 말대로 지시를 내렸는지 아니면 직접적 지시는 안내렸어도 간접적 암묵적 지시를 내리고 알고도 묵인했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두 재단의 강제모금이나 국정농단과 관련해 몰랐다는 언급이 될수 있다”며 “검찰 수사의 핵심적 부분을 직접 나서 부인하면서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준 셈이고 상당히 위험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 검찰, 수사인력 확충 얘기하지만 …"검찰 수사도 권력 향배 따라" 전망 

검찰은 애초 형사 8부에 배당했던 미르·K 스포츠재단 사건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자 뒤늦게 최순실 특별수사본부를 꾸렸다.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등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대국민 담화 발표가 있던 4일 오전 특수본에 중앙지검 부부장 3명과 검사 1명, 일선청에서 파견받은 검사 6명 등 총 10명을 특수본에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외관상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특수본 수사팀 증원 이유 및 필요성 등을 묻는 질문에 대해 검찰관계자는 "최대한 신속히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진상을 규명할 필요가 있어 수사팀 확대를 지워했다"고 밝혔다. 이어 "확대를 위한 준비는 2~3일 전부터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사인원 증원 필요성과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을 집중수사해 규명하기 위해 증원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또 담화에서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되어서는 안된다”며 “국정혼란과 공백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규명과 책임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속히 회복해야만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과 청와대의 움직임이 공교롭다. 박 대통령 담화 내용에 비춰 관련 의혹에 대한 규명은 모두 검찰에 맡기되, 대통령이 재야와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2선 후퇴’할 일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 셈이다.

박 대통령의 잔여임기는 1년 4개월이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국민들의 하야요구와 야당 측의 ‘2선 후퇴’ 요구에 김병준 신임 총리를 내정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이 권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이상 재임 잔여기간이 1년 4개월 남은 상황에서 검찰이 대통령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이 검찰 인사권을 장악하고 있고, 14개월 안에 얼마든지 검찰 수장과 검찰을 지휘 감독하는 법무부장관 등을 교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3일 오후 11시 30분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채포영장에 의해 체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 비서관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죄 등 혐의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최씨, 안 전 수석, 정 비서관 등을 조사하고 있지만 관련 사안의 핵심 열쇠는 여전히 박 대통령이 쥐고 있다. 과연 박 대통령의 명시적 지시 혹은 묵인 없이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이 최씨와 공동으로 범죄행위를 저지르기는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씨와 안 수석에게 적용된 혐의인 ‘직권남용권리행사’의 경우에도 안 수석의 발언과 같이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면 대통령 역시 ‘직권남용권리행사’의 주범이된다. 이 경우 박 대통령과 안 수석은 직권남용의 공범 최씨는 교사범이 된다.

그럼에도 검찰은 박 대통령 수사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모든 범죄혐의에 대해 '주범' '공범' '종범' '교사범' 이 누구인지에 대한 입장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명확히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 중, 향후 범죄혐의 추가 가능 등의 명분으로 모든 의혹이 가리키고 있는 곳을 외면하고 있어 검찰 수사 진정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소재 법학전문대학원의 형법교수는 “국민들은 현 검찰을 정치검찰로 인식하고 있다”며 “어차피 정치검사들은 권력의 향배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어느 곳으로 권력이 기우는지 저울질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검찰이 대통령을 조사할 가장 유력한 방안은 ‘서면조사’가 될 것”이라며 “과연 대면조사를 한들 제대로 물어볼 수 있는 검사나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 검찰총장이 정윤회 사건을 수사했는데 정윤회 사건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검찰의 수장인 총장에게 정윤회 사건을 수사했음에도 제대로 못 밝혀낸 것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검찰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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