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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담화 TK민심은…"진정성 의심" "혼란 수습돼야"

(대구ㆍ경북=뉴스1) 최창호 기자, 피재윤 기자, 정지훈 기자 | 2016-11-04 13:26 송고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YTN 캡처) 2016.11.4/뉴스1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YTN 캡처) 2016.11.4/뉴스1

최순실씨 등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4일 대국민 담화를 들은 대구·경북지역 시·도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많은 시민들은 대통령의 사과와 검찰 수사 수용 의사에 대해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혼란한 정국이 하루빨리 수습돼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TK지역의 민심은 최근 급격히 돌아섰고, 대학가와 진보 정당·단체 등을 중심으로 연일 대통령 하야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동대구역에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지켜본 회사원 김모씨(28·여)는 "국민들이 원하고 있는데 왜 안내려오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의 말에 더 이상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하야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서 '나쁜 손'이라는 놀림을 받고 있다"며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부모와 주변 어른들도 최근들어 많이 돌아섰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60대 운전기사 송모씨(경북 포항시)는 "일이 이만큼 커진 후에 사과한 것은 아직도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일을 결코 흐지부지 넘겨서는 안된다. 끝까지 수사해 연루자들을 모두 찾아내 문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 이모씨(21·여)는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서명했는데, 이제와서 보니까 아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주위의 친구들은 대통령이 반드시 하야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며 "나라를 책임지는 대통령이 일반인에게 나라의 비밀을 알려주고 특혜를 준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포항 철강공단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성모씨(49)는 "경기 침체로 힘든 때 최순실 게이트까지 터져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매달 직원들 월급 맞추느라 혼이 빠질 지경"이라며 "그런데도 우리가 낸 세금을 마치 자기 돈처럼 수백억씩 퍼준 박근혜 정부를 용서할 수 없다. 야당의 주장처럼 성역없는 수사로 모든 사실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지난번 대국민 사과 때와 별 차이가 없다. 마치 '잘못은 했지만 국민이 생각하는 것처럼 큰 잘못은 없다'는 말처럼 들린다"며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 거국내각을 구성하든지 특별검사를 도입해 공정한 수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대구참여연대는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보면 아직도 문제의 핵심과 국민의 요구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감정적 호소, 안보와 국정안정이라는 명분으로 들끓는 국민 여론을 무마하려는 태도를 반복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물러나서 특검 수사를 받아야 한다. 퇴진이야말로 국정안정의 지름길"이라고 논평했다.
4일 대구시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 담화문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2016.11.4/뉴스1 © News1 정지훈 기자
4일 대구시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 담화문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2016.11.4/뉴스1 © News1 정지훈 기자

계속되는 국정 혼란과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이날 동대구역을 찾은 강형규씨(52·여·부산시)는 "대통령이 사과를 하고 검찰조사를 받겠다고 하는 어지러운 나라의 모습을 보니까 가슴이 아프다. 하야를 한다면 또다시 국정혼란이 올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중소기업체 대표인 조대형씨(65·경기 부천)는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서 잘못이 있다면 대통령도 벌을 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무작정 대통령을 끌어내린다고 해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울진군 평해면에 사는 황모씨(71)는 "부모를 잃은 대통령이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가슴이 아프지만 왜 이런 일이 생겼고, 누가 개입됐는지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경북대 하세헌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국민들이 믿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정국 수습을 위해 책임총리를 내세웠지만 야당에 협조를 구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수용한다 해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조사를 하더라도 특검을 통해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국 수습 방안에 대해 하 교수는 "특검이든 뭐든 수사를 통해 진상을 명확히 밝혀야 하고, 야당 추천 등 협조를 받는 방식을 통해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것이 그나마 국민들로부터 어느 정도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lea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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