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단독]최순실 동생 최순천씨 가족도 '페이퍼컴퍼니' 활용 의혹

서양네트웍스 최대주주는 유령회사?
인수 2주전 네덜란드서 등록돼… 탈루 의혹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2016-11-08 06:20 송고 | 2016-11-08 09:10 최종수정
서양네트웍스,  퍼시픽에스앤씨 등 최순천 일가 가족회사가 입주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빌딩 내 사무실 문. © News1
서양네트웍스,  퍼시픽에스앤씨 등 최순천 일가 가족회사가 입주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빌딩 내 사무실 문. © News1

국세청이 최순실씨 일가의 재산형성 과정과 세금 탈루 여부를 집중 확인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최씨 동생 최순천씨 가족 소유의 아동복 업체 서양네트웍스(블루독·밍크뮤 등 브랜드 운영)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

서양네트웍스의 최대주주인 '퍼펙트인베스트먼트 B.V(Perfect Investments B.V.)'도 페이퍼컴퍼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 기업들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거래하는 경우 정부의 관리·감독으로부터 자유로워 각종 의혹에 휩싸일 수 있다.
서양네트웍스의 지분 47%를 보유 중이던 서양인터내셔널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13년 초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세무조사를 유예받은 사실이 재조명되면서특혜 의혹이 불거진 상태이기도 하다.

최씨의 동생 최순천씨(58)와 그 남편 서동범씨(58)는 유아동복 업체 등을 경영하며 서울 강남지역과 부산 해운대 등에 다수 부동산을 보유해 자산규모가 25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대주주 '퍼펙트인베스트 B.V.' 정체는?
8일 <뉴스1> 취재 결과 퍼펙트인베스트먼트 B.V.가 네덜란드 정부에 등록된 시기는 2012년 12월 19일로 서양네트웍스와 서양인터내셔널의 지분을 인수하기 2주 전에 세워졌다.

퍼펙트인베스트먼트 B.V.의 주소지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프린스 베른하트르 광장의 한 건물에 위치해 있다. 상업번호는 '5668****' 고유번호는 '8522*****'이다. 특히 법률적으로 '개인회사(유한회사)'로 등록됐다.

홍콩계 리앤펑 그룹은 2013년 1월 2일 퍼펙트인베스트먼트  B.V.를 통한 주식양수도 계약으로 서양네트웍스와 서양인터내셔널의 지분을 각각 70% 확보했다. 서양인터내셔널은 모범납세자로 선정되고 세무조사를 유예받게 된 그해에 서양네트웍스로 흡수합병된다.

퍼펙트인베스트먼트  B.V.는 현재 서양네트웍스 지분 70%를 확보한 최대주주다. 서동범씨는 30% 지분(특수관계인 포함)으로 대표직을 유지면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가 제공하는 국제 기업 정보에서 퍼펙트인베스트먼트 B.V.는 지난 1년 동안 거래가 단 한 건도 없는 등 활동하지 않고 있다. 또한 '회사 대표를 포함한 주요 임원진 기록이 없다'라고 적고 있다.

구글 검색에서 이 회사 전체 영문명인 'Perfect Investment B.V.'를 검색하면 서양네트웍스와 관련 국내 언론 보도만 상당수 나타날 뿐 영문으로 작성된 기사는 거의 찾을 수 없다.

특히 네덜란드는 투자로부터 발생하는 이자·배당·로열티 처분 수입에 대한 세금을 면제하거나 인하해 주고 있어 유럽 내 페이퍼컴퍼니의 '보고(寶庫)'로 불린다.

이처럼 퍼펙트인베스트먼트 B.V.가 세워진 국가와 시기, 이후 활동 사항 등 여러 정황을 종합했을 때 이 회사는 페이퍼컴퍼니로 추정된다.

실제로 많은 국내외 기업들은 자회사들 소재지를 저세율 국가나 조세피난처에 두고 교묘한 거래를 통해 낮은 세율을 적용받거나 사실상 거의 세금을 내지 않는 합법적 절세기법을 쓰고 있다.

구글맵에서 찾은 '퍼펙트인베스트먼트 B.V' 주소지(네덜란드 프린스 베른하르트 광장 인근) 건물 전경© News1
구글맵에서 찾은 '퍼펙트인베스트먼트 B.V' 주소지(네덜란드 프린스 베른하르트 광장 인근) 건물 전경© News1

회계 업계에서도 퍼펙트인베스트먼트 B.V.는 페이퍼컴퍼니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리앤펑 측에서 편법적 절세를 위해 주도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서양네트웍스와 리앤펑 양측 모두 이득을 보기 위해 합의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는 "확인된 정보를 종합하면 페이퍼컴퍼니일 가능성이 높지만 해외 기업들도 절세 방편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는 만큼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퍼펙트인베스트먼트 B.V.의 대표자 이름 등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페이퍼컴퍼니 여부를 확인하려면 주소지를 찾아가 껍데기만 있는지 눈으로 직접 봐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탈세하려는 개인과 기업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무역업계 한 관계자도 "기업 또는 개인이 세금을 아끼기 위해 유한 책임회사 형태로 페이퍼컴퍼니를 세우는 경우가 많다"며 "최대주주와 경영정보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국세청이나 당사자가 아니면 정체를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페이퍼컴퍼니 여부와 이 회사의 대표가 누구인지 국세기본법상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국세청 국제조사국총괄기획 한 담당자는 "국세청 직원이 아주 작은 힌트를 줘도 법을 위반한 것이 되기 때문에 일체 확인해드릴 수 없다"면서 "조세피난처와 관련된 내용일지라도 그렇다"고 답했다.

퍼펙트인베스트먼트 B.V. 주소지에 실제로 사무실이 있는지와 이 회사 대표자를 밝혀내기 위해 관계 기관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현지에서 '최순실 사건과 관련 개입을 원하지 않는다'며 거부의사를 밝혀 왔다.

◇서양 측 "세무감사 문제 없어… 불법 행위 없었다"

서양네트웍스 측은 불법적인 부분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저희는 매년 회계감사를 받고 있고 정기 세무감사에서도 문제가 없었다"며 "원칙을 지키고 있고 불법적인 행위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페이퍼컴퍼니 의혹과 관련해서는 드릴 수 있는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회계 업계에서는 비선실세로 위세를 떨친 최순실씨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그의 동생 최순천씨가 남편과 함께하는 사업에서의 자금 융통 과정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임환수 국세청장은 국회에서 최순실씨 일가의 세금 탈루 의혹에 대해 "조금이라도 탈루 사실이 확인되면 세법에 따라 엄정 처리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임 청장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최씨 일가의 국내 법인 운영이나 재산 취득 과정에 대해 조세탈루 혐의가 있는지 국세청에서 지금 쭉 보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ideaed@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