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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퇴진하라" 전국서 촛불…거리 나선 성난 민심

청소년·청년들이 끊은 스타트…오후 6시 촛불 '절정'
"당장 퇴진하라, 이게 나라냐" 20~30대 목소리 가득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정재민 기자, 김태헌 기자 | 2016-10-30 00:55 송고 | 2016-10-30 01:05 최종수정
29일 밤 서울 청계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_박근혜 시민 촛불 집회'를 마치고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던 시민들이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2016.10.2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29일 서울 청계천과 광화문 광장은 시민들의 함성으로 뜨거웠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성난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퇴진하라"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민들이 도심 한복판에 대규모로 촛불을 들고 나선 건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촛불시위 이후 약 8년여만이다.

촛불은 서울에만이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들불처럼 일어났다. 시민들은 "참을 만큼 참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최순실과 그의 딸 정유라에 분노한 20~30대 젊은층은 늦은 밤까지 차가운 인도 위에 앉아 박 대통령 퇴진의 목소리를 높였다.
◇청소년·청년들이 끊은 스타트…오후 6시 촛불 '절정'

전운이 감돌던 이날 집회의 첫 시작은 청소년들이 끊었다. 청소년들이 모인 시민단체인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은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종로구 안국동 북인사마당에서 '청소년 시국선언 1차 행동'을 열었다.

이들 청소년들은 중·고등학생 149명이 서명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국민들의 선택으로 선출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우리가 잘 알지도 못하는 '비선실세'에 의해 꼭두각시처럼 놀아난 사실에 국민들은 통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통탄했다.  
집회에 참가한 중학생 박지수양(16)은 "지금 학교에 가면 더 좋은 성적 받고 더 좋은 고등학교에 갈 수 있을지 모른다"며 "하지만 우리 조상들이 열심히 세우신 이 나라가 잘못되면 우리가 더 이상 열심히 살아갈 이유가 없어진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청소년들에 이어 바톤을 넘겨 받은 건 청년들이었다. 한국청년연대 등 13여개의 청년단체들이 모인 2016 청년총궐기 추진위원회는 이날 오후 4시40분쯤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박근혜는 하야하라 분노의 행진'을 열었다.  

이날 행진에는 경희대, 한국외대, 성균관대 등의 대학생 및 청년, 일반 시민 등 100여명이 참가했다. 대학생 손솔씨(23·여)는 "요새 막장 드라마보다 뉴스가 더 재미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만큼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오늘 분노의 행진에 이어 다음은 청년들이 나서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고 얘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나둘씩 모이던 시민들의 촛불은 이날 오후 6시쯤 절정에 이르렀다. 이날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민중총궐기 집회에서는 주최 측 추산 2만여명(경찰추산 9000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10도 아래도 뚝 떨어진 수은주에도 시민들은 집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자리를 잡았다. 광장이 인파로 가득찬 상황에서 무대에서는 참가자들의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규탄 발언이 쏟아졌다.  

연사로 나선 한 대학생은 "이화여대에서는 정유라 사태로 총장을 내쫓고, 최순실 사태와 관련 전국 대학가의 시국선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 나라 정권이 잘못됐고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는 길에 대학생이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노회찬 정의당 의원, 김종훈 의원(무소속, 울산 동구), 이재명 성남시장 등 정치권 인사도 참여했다.

이재명 시장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이 맡긴 무한 책임의 권력을 저잣거리 아녀자에게 던져주고 말았다. 이미 대통령으로서 권위를 잃었고 당장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발언이 이어지자 곳곳에서는 함성과 호응이 터져나왔다. 이어 집회에서는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 등의 가면을 쓴 대학생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집회 순서가 끝난 후 시민들은 이날 오후 7시15분쯤 자리에서 일어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시작했다.

29일 밤 서울 세종대로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_박근혜 시민 촛불 집회를 마치고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던 시민들이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박근혜 하야'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2016.10.2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광화문 광장에서 2시간 넘게 대치…"이게 나라냐" 

시민들의 행진은 오후 8시30분쯤 광화문 광장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가로막혔다. 경찰은 시민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차벽을 설치했고 시민들은 계속해서 '박근혜 퇴진', '폭력경찰 규탄' 등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시민과 경찰의 대치는 2시간 넘게 진행됐으며, 그 사이 오후 9시3분쯤에는 주한미대사관 앞에서 20대 남성 시민 1명이 경찰 폭행 혐의로 연행됐다. 이에 성난 시민들은 경찰차 앞을 막아서며 격하게 항의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고 위해 이 남성을 입건한 뒤 석방 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민들이 청와대 방면으로 향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광화문 삼거리 양옆에 차벽을 설치하고 있으며 시민들을 상대로 해산방송을 계속했다.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은 "집회가 끝났다. 시민들은 인도로 올라가시고 안전하게 귀가하길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강경한 대응을 자제하고 경고방송 위주로 막아서며 시위대를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대치 중인 시민들은 "박근혜는 퇴진하라"며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이게 나라냐'는 자조 섞인 문구를 적은 푯말을 손에 든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강원도 춘천에서 아이들과 함께 집회에 참여한 신미정씨(39·여)는 "현재 나라 상황에 대해 직접 시위에 참여해 아이들에게 가르쳐줬다"며 "민주주의를 위해 국민이 모일 수 밖에 없어 이곳에 왔다고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온 김성현씨(44)는 "믿었던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이 너무 크다"며 "사태를 최악으로 몰고 가기 전에 제대로 된 사과와 성역없는 수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촛불은 서울뿐만 아니라 광주와 울산, 제주까지 확산됐다. 특히 이번 집회에서는 20~30대의 목소리가 강하게 터져나왔다.

대학생 정철우씨(25)는 "이번 사태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을 몸소 보여줬고, 대학생들은 특혜를 입은 딸 정유라씨에게 분노했다"며 "현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학생들의 지지율은 2%도 안되고 전국 일반시민들의 지지율은 15~17%대다. 정통성이 남지 않은 정권은 이제 퇴진밖에 남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대학생 김지석씨(23) 역시 "박근혜 정권을 도저히 용서 못해 이자리에 왔다"며 "그동안 뉴스만 보다가 내가 할일이 없을까 돌아봤다. SNS을 통해 시위소식 접했고 이날만을 기다렸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이날 0시 34분 기준으로 일부 인원을 제외하곤 대부분 귀가한 상태다. 시위는 거의 마무리 수순이지만 분노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추운 날씨를 열기로 가득 채웠다. 

29일 밤 서울 청계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_박근혜 시민 촛불 집회'를 마치고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던 시민들이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2016.10.2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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