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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朴대통령 시범 '늘품체조' 최순실 측근 차은택 작품"

정아름씨 "차씨와 친분 전혀 없어…나도 피해자일뿐"
'노동착취' 당하며 열심히 일했는데 저작권도 뺏겨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2016-10-29 10:00 송고 | 2016-10-29 11:37 최종수정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11월26일 오후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하나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체조경기장을 방문, 시민들과 함께 생활체조 `늘품건강체조`를 배워보고 있다. © News1 포토공용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11월26일 오후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하나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체조경기장을 방문, 시민들과 함께 생활체조 `늘품건강체조`를 배워보고 있다. © News1 포토공용 기자

"더는 이런 나라에서 살기 싫습니다"

'늘품체조'를 만든 정아름씨(35·여)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2014년 11월26일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새로 만든 체조를 시연했다. 애초 계획대로였다면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코리아체조'를 따라 했어야 했다.
뒷말이 무성했지만, 당시에는 그냥 넘어갔다. 그러나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가 국정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연이어 터져 나오자 뒷말이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진실 게임 속에 언론이 주목한 인물이 바로 정씨다. 항간에는 정씨가 차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코리아체조를 밀어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정씨는 그래서 억울하다. 없는 사실을 '그렇다'고 우기는 것만큼 사람이 억울한 일도 없다. 그가 입을 열었다.

◇"친분이 없었으니 작업을 한 적이 없죠"
28일 오후 케이블방송 건강프로그램을 촬영하는 파주에서 정씨를 만났다. '기자'라고 소개하자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이미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수많은 언론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관심이 싫었기 때문이다.

우선 정씨가 '늘품체조'를 어떻게 맡았는지가 궁금했다. 시연 당일로부터 약 1년 전 정부산하기관인 한국스포츠개발원(전 한국체육과학연구원)에서 '코리아체조'를 국가 예산 2억여원을 들여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 체조를 발표하기 약 한 달 전 코리아체조는 없던 일이 됐다. 늘품체조가 갑자기 채택됐기 때문이다. 이를 기획한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에 대해 "코리아체조가 딱딱하고 재미없어 변경했다"고 했다. 하지만 권력이 개입하지 않고서는 2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국가사업이 발표 한 달 전에 바뀔 수는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정씨는 이에 대해 "여름쯤이었다"며 입을 열었다.

"그해(2014년) 여름쯤 차은택씨에게 연락이 왔어요. '당신이 이 분야에서 경력이 제일 오래됐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니 새로운 체조를 제일 잘 만들 거 같다'고 말했어요"

시연 한 달 전에 급하게 바꾸기 위해 같은해 여름부터 차씨의 작업이 시작됐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제가 모든 걸 다 기획한 것 같지만 아닙니다. 저에게 제안하고 만들게 되면서 체조이름과 동작명 콘셉트 등이 정해져 있었어요. 저는 그에 맞춰 단순하게 동작들을 넣었을 뿐입니다."

정씨는 이 분야에서 약 15년 동안 일한 베테랑이다. 용인대 골프학과를 나와 2001년 미스코리아 서울 선에 당선되기도 했다. 이후 전문 헬스 트레이너로 전향해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정씨는 차씨에 대해 아는 건 유명 CF감독이라는 사실 뿐이었다고 했다. 정씨는 "만약 제가 차 감독과 친분이 있었다면 늘품체조 하기 전에 작품에 광고든 뭐든 작은 역할로라도 출연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하며 "차씨와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지금까지 내 분야에서 홀로 고군분투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온 것에 대한 모욕을 느낀다"고 말했다. 항간에 떠도는 차씨와의 친분설을 전면 부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저는 정말 억울한 피해자다. 제일 바보가 되고 이용당했다. 유명 CF감독이 제 경력을 인정해줘서 부탁을 해왔고 나라가 하는 좋은 일이라고 해서 선의로 열심히 했는데 이상한 이슈로 입에 오르내려 정말 억울하다"고 강조했다.

◇"시연 후에는 저작권 내놔라…먼저 문체부에 제의? 상식적으로 말 안돼"

정씨가 억울한 건 또 있다. 그는 '노동착취'라는 단어를 썼다.

그는 "그때 제안을 받고 음악감독과 체조하는 사람 몇몇이 모여서 정말 열심히 만들었다"며 "그런데 시연이 모두 끝나고 얼마 후에 일방적으로 저작권을 내놓으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미 체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쳐 있었지만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응했다.

그러면서 "저작권이 없으니 만든 사람으로서의 권한은 전혀 없고 재능기부라는 명목 하에 몇 개월간 시달린 피폐함만 남았을 뿐"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갖은 소문이 돌아 활동하는 데 지장이 크다"고 했다. 무엇보다 억울한 건 내막도 모른 채 열심히 해 주고 시키는 대로 했던 결과에 대한 참담함과 현재 받고 있는 의혹에 대한 억울함이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건 시연 며칠 전에 알았다고 했다. 정씨는 "시연하기 며칠 전에 관계자가 대통령이 참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며 "그래서 사람들 앞에 많이 서는 직업이라 딱히 긴장하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당시 시연은 단순시연이지 다른 큰 의미도 없었다"며 "만들어 달라고 해서 만들고, 시키니까 시연하고 했는데 제가 대중적으로 알려져 만만해서 이렇게 갖은 의혹을 쏟아내고 이슈화한 것 같아 참담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특히 정씨는 자신이 직접 문체부 체육진흥과장에게 '늘품체조'를 제안했다는 문체부의 주장에 "나를 죽이는 일"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거짓이라고 분해했다. 

정씨는 "정치에 관심도 없고 제가 사랑하는 일 하면서 충분히 잘 살 수 있다"며 "안 그래도 바쁜데 제가 뭐라고 문체부 과장에게 늘품체조를 제안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은 2015년 4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2014년 10월 중순 정씨가 먼저 문체부에 제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씨의 말을 종합하면 정씨가 먼저 제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평범하게 생활하는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문체부에 건의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이 사람 말을 듣고 1년여 동안 준비해오던 '코리아체조'가 엎어지는 건 더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황상 김 전 장관의 발언이 거짓일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또 정씨의 적극적인 해명과는 반대로 문체부는 현재까지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마지막으로 "노력하며 사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 국가고 언론인가. 슬픔과 회의감을 느낀다"며 "진실이 밝혀져 저 같은 불쌍한 사람이 더는 안 나오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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