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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기술위가 꺼낸 '차두리 카드'는 곧 배수진이다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6-10-28 06:00 송고
27일 오후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전력분석관으로 선임된 차두리가 취재진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2016.10.27/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27일 오후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전력분석관으로 선임된 차두리가 취재진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2016.10.27/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대한축구협회와 기술위원회가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위기에 처한 슈틸리케호를 구하기 위해 예상치 못한 작전을 감행했는데, 바로 '차미네이터' 차두리의 대표팀 복귀다.

현역에서 물러난 차두리가 다시 대표팀으로 돌아온다. 선수 복귀가 아니다. 전력분석관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지원 스태프로 가세한다. 하지만 진짜로 상대의 전력을 분석, 슈틸리케 감독에게 전하는 게 주 임무는 아니다. 그의 역할은 흔들리는 동생들을 다독이는 형님이다. 그리고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을 위한 메신저다. 넘겨짚는 게 아니다.
27일 오후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 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이란 대표팀의 네쿠남이 코치로서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며 우리도 대표 선수 경험이 많은 지도자가 '형님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차두리 역시 "사실 지금은 전술이나 분석이 중요한 게 아니다. 자신감을 찾는 게 먼저이고 선수들이 대표팀을 위해 쏟을 준비를 하는 게 먼저"라면서 "선수들이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말로 자신의 역할을 에둘러 설명했다.

결국은 '멘토'와 '가교'다. 아직은 어린 선수들이 많은 대표팀의 중심을 잡아줄 언덕이자 그 젊은 선수들과 감독 사이의 소통을 돕는 윤활유 역할을 위해 투입됐다고 보는 게 맞다.
모양새가 썩 깔끔하진 않다. 조건이 합당치 않는 부분도 있다. 차두리는 대표팀 코치에게 필요한 A급 자격증이 없다. 대표팀 경력이 제법 있으면서 A급 지도자를 갖춘 '형님급 지도자'들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차두리에게 SOS를 친 것은 다분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린 결정이다.

이용수 위원장은 "자격증 문제로 잡음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요청한 것이고 차두리는 수긍을 했을 뿐"이라면서 "비난은 나에게 돌리고 차두리 분석관은 일에 집중하게 해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그만큼 현재 대표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 위원장은 "11월에 캐나다와의 평가전 그리고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가 남았다. 아주 중요한 일정"이라면서 "차두리가 대표팀 안에서 좋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으로 제안했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이 부분이다.

대표팀은 11월14일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을 갖는다. 지난 10월 이란 원정에서 졸전 끝에 패해 안팎의 사기가 땅에 떨어진 상태에서 만약 우즈벡전까지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온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갈 공산이 크다.

어쩌면 2승1무1패 조 3위라는 현재의 성적표보다 더 큰 문제는 든든한 지원군이던 축구 팬들의 박수소리가 끊겼다는 사실이다. 이미 '우즈벡전에서 패한다면'이라는 전제 하에 슈틸리케 감독 책임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기술위 동반 사퇴를 언급키도 했다. 이미 적잖이 당황한 슈틸리케 감독이나 선수들이 온전히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워졌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 강당에서 차두리 전력분석관 선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2016.10.27/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 강당에서 차두리 전력분석관 선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2016.10.27/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기자회견에서 이용수 위원장은 차두리의 영입이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방편인가라는 질문에 "이 순간을 끝으로 '우즈벡전 이후'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게 된다면 슈틸리케 감독 이하 모든 사람들이 경기를 준비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이어진 말이 중요한 포인트다.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이 상황에서 기술위원회가 어떤 일이든 해야할 것 같다고 판단했다. 차두리 분석관은 그저 형님 역할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외부와 대표팀 사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여기서의 외부는 언론과 대표팀, 여론과 감독-선수 등의 사이도 포함된다. 차두리의 합류가 슈틸리케 감독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축구협회는 지난 2014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영입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는 맡긴다"고 공표했다. 시나브로 그 약속도 위태롭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해야 할 책임감'을 느낀 기술위원회는 차두리를 택했다. 일단 적중했다. 실력과 성실함으로 팬들에게 행복함을 전달했던 차두리 영입 소식에 축구 팬 다수가 환영하는 분위기다.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아직은 미봉책이다. 내부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향후 오랫동안 한국 축구가 귀하게 써야할 차두리의 지도자 커리어에 흠집만 남을 수 있다. 배수진을 쳤으면 이 악물고 결과를 내야한다.


lastun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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