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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20만명에 거래금액 3조4000억원 도박사이트 적발

16명 구속·124명 입건…종업원만 140여명
종업원 국내서 교육후 필리핀 보내… 여권 뺏고 감시

(인천=뉴스1) 주영민 기자 | 2016-10-26 15:56 송고 | 2016-10-26 16:10 최종수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의 검거 당시 모습. (인천지방경찰청 제공) 2016.10.26 © News1 주영민 기자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의 검거 당시 모습. (인천지방경찰청 제공) 2016.10.26 © News1 주영민 기자

필리핀과 국내에 14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회원 수만 20만명, 거래금액 3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불법 인터넷 도박사건 가운데 적발자 수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인천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 혐의로 불법 도박사이트 사장 김모씨(44) 등 16명을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종업원 등 12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2014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외국 축구·야구·농구 경기를 중계하는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개설, 운영하면서 14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철저하게 회원제로 운영했으며, 회원들은 한 번에 최소 5000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베팅했다. 이들이 만든 8개 불법 도박사이트에 가입한 회원은 무려 20만명에 이른다.

또 이들은 필리핀 현지에서 회장, 사장, 이사, 실장, 관리자, 종업원 등 직위를 나눠 조직적으로 도박사이트를 운영했으며, 종업원들에게는 서로 가명을 쓰게 하고 이메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경찰은 이들이 도박 회원들로부터 판돈을 입금받은 대포통장의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3년 6개월 동안 총 3조4000억원이 입금됐고 이 가운데 1400억여원을 챙긴 것을 확인했다.

사장 김씨 등은 경찰에 적발되더라도 자신들에게까지 수사가 미치지 못하도록 국내에 머물면서 마닐라 현지에 실장과 관리자 등을 보낸 뒤 대포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수익금도 대포통장을 통해서만 받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이 압수한 현금과 증거품들. (인천지방경찰청 제공) 2016.10.26 © News1
경찰이 압수한 현금과 증거품들. (인천지방경찰청 제공) 2016.10.26 © News1

이들은 또 사이트와 회원 관리를 위해 사회 경험이 적은 20∼30대 청년들을 주로 고용했으며, 고용 방법은 인터넷 취업 알선 사이트를 이용했다.

이들은 취업 알선 사이트에 ‘해외근무 가능·월 200만원 월급 보장·주 5일 근무·고졸 이상’이라고 구인 광고를 냈다. 이를 보고 연락한 젊은이들은 “월 200만원으로 시작해 3개월마다 20만원씩 월급을 올려주고 실적이 올라가면 승진과 인센티브도 준다”는 말에 불법 도박사이트에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원했다.

종업원들은 경기 성남에 차려 놓은 직원교육장에서 경기등록 등 근무방법을 교육 받은 뒤 도박사이트 운영 본거지인 필리핀 마닐라로 보내졌다.

필리핀 현지에서 종업원들은 여권을 빼앗기는 등 철저한 감시를 받으며 지냈다. 때때로 관리자로부터 “주민등록등본 등을 갖고 있으니 엉뚱한 생각하지 말라. 여기서 보복하는 건 식은죽 먹기”라고 위협받았다.

이들의 범죄는 결국 도박 피해자들에 대한 죄책감과 관리자 등의 협박에 힘들어하던 한 종업원의 제보로 드러났다.

경찰은 필리핀 이민국과 협조해 마닐라의 도박사무실을 급습, 17명을 검거하고 국내회원 모집책 등 총 140명을 차례로 붙잡았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현금 13억원을 압수했으며 이들이 숨긴 불법자금을 추가로 찾아 몰수할 방침이다.

경찰은 달아난 도박사이트 총관리자이자 회장인 이모씨(42) 등 15명을 추적하는 한편 도박사이트별로 300여명에 달하는 회원모집책에 대한 수사도 벌일 계획이다.


ym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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