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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공세에 패션업계 지각변동… 브랜드 넘어선 '유통파워'

패션기업 브랜드 철수 속에 유통기업은 패션 강화
'파이' 뺏긴 기존업체들… 중가브랜드 설자리 잃어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2016-10-06 07:20 송고 | 2016-10-06 10:44 최종수정
© News1

저렴한 가격과 빠른 출점 전략으로 승승장구한 SPA(제조·유통 일괄의류) 브랜드 유니클로가 패션 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패션 기업들은 브랜드 사업을 접거나 축소하고 있는 반면 전통적인 유통 강자들은 자체 SPA브랜드를 앞세워 패션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져 중가 브랜드들은 버티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 등 SPA 브랜드의 성장세에 밀려 매출 1조원 이상 올리던 패션 기업들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칼을 빼들었다. 반면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은 신규 수익 창출과 상품 차별화를 위해 패션부문을 강화하고 나서 대조를 이룬다.

◇유니클로, SPA 바람타고 단일브랜드 최초 1조

국내 1위 SPA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지분 51%)과 롯데쇼핑(49%)이 설립한 합작법인으로 사업 초창기에는 유통단계를 줄여 가격 거품을 걷어내는 전략을 택했다.
유니클로는 지난해(회계년도 2014년 9월~2015년 8월) 기준 전년 대비 25% 증가한 1조116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5년 9월 국내 진출해 2010년 2260억원 매출을 올렸고 그로부터 5년 만에 4배 이상 성장한 것.

장기 경기침체로 의류 지출을 우선적으로 줄이는 소비 경향이 생겨나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브랜드가 급성장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니클로의 인지도가 상승해 '가성비(가격대비 만족감)'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강화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유니클로가 단일 브랜드 최초로 1조원 매출을 올리면서 기존 패션 기업들은 취하고 있던 '파이'가 줄게 됐다. 그 결과 갈수록 업황이 악화되고 출혈경쟁에 내몰려 지난해 아웃도어를 시작으로 패션 업계 전반에 사업축소 및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SK네트웍스는 패션사업부문을 현대백화점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SK그룹의 모태인 선경직물이 전신이다. 현재 '오브제' '오즈세컨' '세컨플로어' 등 자체 브랜드와 '캘빈클라인' '타미힐피거' 'DKNY' '클럽모나코' 등 수입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LS네트웍스는 프로스펙스만 남기고 패션사업 철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신발 브랜드 '스케쳐스' 지분 전량을 매각했고 올 상반기에는 독일 아웃도어 '잭울프스킨'과 결별했다.

◇'패션 빅2'마저 사업 축소 개편… 강제된 '선택과 집중'

심지어 '패션 빅2'인 삼성물산과 LF도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이는 현재 패션 업계가 처한 상황이 대기업마저 버티기 힘든 시기임을 보여준다.

삼성물산 패션부분은 21년 차 남성복 브랜드 '엠비오' 사업을 접고 '로가디스'의 프리미엄 라인인 '로가디스 컬렉션'을 주력 브랜드 '갤럭시'로 통합했다. 또 중저가 라인인 '로가디스 그린'은 '로가디스 스트리트'로 흡수·재편하기로 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최근 이서현 사장이 직접 기획해 2012년 론칭한 SPA브랜드 '에잇세컨즈'의 중국 진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LF도 올해 자체 브랜드 '일꼬르소'와 여성 영 캐주얼 브랜드 '질바이질 스튜어트'의 오프라인 유통을 중단하고 LF몰을 통해서만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편집숍 '어라운드더코너' 매장도 대폭 줄였다. 양사 모두 사업 개편에 대해 '선택과 집중의 의미'라고 밝혔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반면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은 유통 인프라를 바탕으로 패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SPA 브랜드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유통 기업들이 의류 기획·제조부분을 흡수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SPA 침공 맞서 유통 강자들이 견제 나서

현대백화점은 2012년 한섬을 인수한데 이어 SK네트웍스 패션부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수가 성사되면 삼성물산 패션부문, LF에 이어 연매출 1조원대 패션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현대백화점 한섬의 경우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보유한 유통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다가 '브랜드 고급화' 전략이 소비양극화 현상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자체 패션 브랜드들을 통합한 '데이즈'(DAIZ)를 종합 패션 브랜드로 리뉴얼했다. 현재 데이즈는 80여개 이마트 매장서 운영되고 있다. 남성·여성·유아동·속옷·잡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류를 판매 중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데이즈의 매출규모는 2000억원에서 2014년 35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엔 45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려 6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캐시미어 전문 브랜드 ’델라 라나(Della Lana)‘를 출시하며 고가 SPA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델라 라나는 상품기획과 디자인·제작·판매·브랜딩까지 모든 과정을 수직계열화해 신세계백화점이 직접 맡는다.

롯데마트도 자체 브랜드 '테(TE)'를 리뉴얼했다. 유명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 고급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소량의 상품을 즉시 생산하는 스팟 생산과 해외 F2C(Factory to Customer) 방식을 도입했다. 매출 규모는 2000억원 후반으로 추정된다.

◇갈수록 치열… '지각변동' 이후 패션 업계 운명은?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유니클로가 국내에서 일으킨 큰 변화는 중간 가격대 패션 브랜드가 설 자리를 잃게 한 것"이라며 "의류 품질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저가 제품이어도 오래 입을 수 있게 된 영향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유통 업체들이 패션 브랜드를 강화하는 이유는 온라인몰의 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MD(상품구성) 차별화'를 위한 목적이 강하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백화점 MD 핵심은 패션"이라며 "각 업체들이 MD 차별화를 통한 소비자 충성도 높이기 차원에서 자체 패션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는 것"고 말했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유통업체가 직접 상품을 기획·제조하면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며 "소비자 접점이 많고 실패에 대한 리스크도 적어 패션부분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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