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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바로보기]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①

(서울=뉴스1) 라이프팀 | 2016-08-31 10:45 송고
한 고래생태체험관에서 돌고래들이 쇼를 펼쳐보이는 모습. (자료사진) © News1
한 고래생태체험관에서 돌고래들이 쇼를 펼쳐보이는 모습. (자료사진) © News1

1925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전시동물산업과 관련된 규제법이 만들어졌다. 이 법에서 보호하려 한 동물들은 동물원이나 수족관의 동물이 아니었다. 비록 이들 또한 인간을 위해 자연 서식지로부터 뜯겨져 나왔다는 점에서 그 나름의 연민을 불러일으키지만 당시로서는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더욱 연민을 유발한 부류가 있었다. 바로 '공연동물'(Performing Animals)로서, 동물쇼에서 인간의 오락을 위해 공을 굴리고 불타는 고리로 몸을 날리던 동물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동물쇼 사자의 우리(왼쪽)와 동물원 사자의 우리. 각각의 시설에 수용된 사자의 삶이 어떻게 다를지는 달리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사진 최혁준) © News1
동물쇼 사자의 우리(왼쪽)와 동물원 사자의 우리. 각각의 시설에 수용된 사자의 삶이 어떻게 다를지는 달리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사진 최혁준) © News1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이 우선순위에는 큰 이견이 생기지 않는다. 동물원과 동물쇼 모두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사자를 두고 생각해보자. 양쪽 다 아프리카의 평원에서 타고 난 대로 자유롭게 살지 못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동물원의 사자는 원래 살던 곳을 최소한 흉내라도 낸 전시장에서 살며, 그 안에서만큼은 행동의 자유가 주어진다. 사자가 스스로의 의지와 본성에 따라 '사자의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 관람객과 동물원 모두가 크게 불만도 없다. 오히려 야생의 재현, 자연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대체로 반긴다.
회초리를 든 조련사의 지시에 맞추어 공연장으로 들어오는 동물쇼 사자(왼쪽). 동물원 사자가 동료 사자들과 함께 그늘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사진 최혁준) © News1
회초리를 든 조련사의 지시에 맞추어 공연장으로 들어오는 동물쇼 사자(왼쪽). 동물원 사자가 동료 사자들과 함께 그늘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사진 최혁준) © News1

반면 동물쇼 사자는 원래의 환경과는 추호도 닮은 점이 없는 공연장과 우리 안을 전전하며 살아간다. 공연장에서 사자는 철저히 조련사가 허용하는 범위 내의 행동만을 할 수 있다. 사자의 자의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먹이보상 중단, 호통과 채찍질(동물에 따라 회초리, 갈고리, 목줄 조이기 등으로 변형된다) 등의 체벌이 가해진다.

공연과 훈련시간 외에 시간을 보내는 우리는 관리의 편의와 수익구조에 맞추어 사자를 '보관'하는 수준에 그친다. 사자의 행동에 대해 제재가 없다 한들 이런 환경에서는 근본적으로 사자가 할 수 있는 행동 자체가 매우 한정적이다.

이렇듯 동물원과 동물쇼는 전반적인 동물복지 수준도 다르고, 특성도 각각 전시와 공연으로 서로 다르다. 때문에 북미나 유럽의 동물권 운동에서는 포획사육상태의 야생동물(Captive Animals)이라는 큰 분류로 묶이기는 하지만 보통은 동물원 동물, 공연동물로 나누어 다루곤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동물권 운동에서는 공연동물까지 함께 전시동물로 묶어서 다루고 있는데, 이 배경에는 해외에서는 동물쇼와 동물원이 각기 다른 개념의 시설로서 따로 존재해온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동물원들이 자체적으로 동물쇼를 적극 운영해오며 둘 사이의 경계를 허문 것이 선행되었다.    

유랑서커스를 제외하면 국내 최초로 본격적인 동물쇼를 시작한 곳은 창경원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원에서부터 원숭이에게 자전거를 태우고 코끼리 코에 사람을 얻는 광경을 돈벌이로 삼은 것이다. 국내 공연동물의 역사에서 동물원을 빼놓고 생각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창경원 이후에도 상술한 유랑공연 형식이나 해외공연팀이 내한하여 벌이는 동물쇼가 더러 있었지만 모두 큰 인기를 끌지 못했고 유독 동물원 안에서의 동물쇼는 쇠퇴하지 않고 명맥을 이어 갔다.

1984년에는 창경원이 서울대공원으로 이전하며 국내 최초로 돌고래쇼를 시작했고, 2년 뒤에는 용인자연농원(현 에버랜드)이 최초로 물개쇼를 시작했다. 모두 우리나라보다 앞서 전시동물산업이 발달한 일본을 벤치마킹 한 것이었다. 이후에는 각 동물원마다 조금씩 형태를 달리 한 동물쇼들이 퍼져나갔고 나름 안정적인 운영이 유지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국내 동물원에서의 태국 악어쇼의 모습. 이 쇼는 2015년 경 폐지됐다. (사진 최혁준) © News1
국내 동물원에서의 태국 악어쇼의 모습. 이 쇼는 2015년 경 폐지됐다. (사진 최혁준) © News1

2000년대에 들어서는 사설 동물공연업체들도 성행했는데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며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는 지난 세기를 거치며 사라졌던, 전 세계적으로 지양하는 형태인 코끼리, 사자, 호랑이, 곰을 동원하는 서커스가 부활했고, 동남아시아로부터 악어쇼도 수입됐다.

관련법이 없는 상태에서 커지는 동물쇼 산업에 발맞추어 감시와 견제를 할 수 있는 동물보호단체의 역할이 절실했지만 이 당시 보호단체들은 반려동물 문제에만 집중하며 감정적으로 호소하던 초기 단계에 놓여 있었다.

쇼 동물 문제는 2010년대에 와서야 동물원 문제와 함께 조명되기 시작했다. 매 맞는 일본원숭이, 걷어차이는 바다코끼리, 쇼에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열악한 처우를 받다 요절한 오랑우탄, 바다에서 잡혀와 쇼를 하던 돌고래의 사연이 공론화되었다. 특별히 이 시기에 갑자기 공연동물에 대한 학대가 늘어난 것이 아니었다. 단지 관심 밖에 있던 문제들이 알려지게 된 것 뿐이다.

조류의 훈련은 대개 긍정강화에 기반해 이루어진다. (사진 최혁준) © News1
조류의 훈련은 대개 긍정강화에 기반해 이루어진다. (사진 최혁준) © News1

비난이 일고 이것이 수익에 직접적인 타격이 되자 그들도 응답하기 시작했다. 대형 식육목, 유인원 등 가학이 불가피한 동물들을 줄이거나 제외하는 한편, 여전히 자신들은 동물을 때려서 훈련하지 않는다는 변론을 펼쳐왔다.

나는 이 주장을 일부 인정한다. 과거와 비교하여 동물을 훈련하는 방식이 인도적으로 변모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동물이 조련사의 요구에 불응할 시 체벌을 가하는 것으로 쇼에 필요한 동작들을 훈련해왔다면 현대에는 주로 동물이 요구한 동작을 수행했을 때 먹이 보상을 하여 쇼 동작을 유도해 나가는 방법을 사용한다.

전자는 부정강화(Negative Reinforcement)라 하여 조련사가 철저히 동물의 위에 군림하며 강제하지만 후자는 긍정강화(Positive Reinforcement)를 통해 나름의 상호신뢰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때문에 부정강화에 기반한 훈련에서는 동물이 조련사에게 공포나 적대감을 느끼기 쉽고 일정한 거리를 두게 되는 반면 긍정강화훈련을 통해서는 동물이 조련사와 친밀한 관계를 쌓는 것도 가능하다.

동물쇼 관계자들이 인터뷰를 통해 동물과 친밀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앞에서 사자의 예시로 보았듯 동물쇼의 문제점은 때리고 말고의 여부를 넘어선 논의를 거치고 있다.

긍정강화든 부정강화든 야생동물에게는 불필요한 행동을 인간이 재미있자고 훈련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으며, 이를 위해서 원래의 삶과 더욱 동떨어진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역시 동일하다. 내가 이 분야 활동을 하며 동물원을 옹호하는 사육사 편은 들지만 동물쇼를 옹호하는 조련사 편은 들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이다.

최혁준(공주대 특수동물학과 2년,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 저자)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2편은 다음주에 계속됩니다.


ssunh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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