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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도 깜빡 속은 보이스피싱 …신종 수법 피해

숙소·고급술집 예약 부탁한 뒤 업소 사장통해 돈 뜯어내

(전주=뉴스1) 김대홍 기자 | 2016-07-03 11:47 송고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2일 오후 2시 현역 전북도의원인 A씨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여! A의장, 요새 도의회에서도 의정활동 잘 하고 있지?”
자신을 ‘김용식 본부장’이라고 밝힌 50대 중반의 남성은 A의원에게 살가운 말투로 근황을 물었다.

A의원은 자신이 기초의회 의장을 했고 현재 도의원인 점을 아는 상대방에게 실례가 될까봐 이 남성의 신분을 재차 확인하지 않은 채 "아,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 남성은 이어 ‘내가 일이 있어 손님들을 모시고 오늘 저녁에 지역(A의원의 지역구)에 내려가서 2~3일 머물 예정인데 좋은 숙소와 술집이 있으면 내 이름과 전화번호로 예약을 해달라’고 말했다.

A의원은 자신을 알고 있다는 사람이 지역을 방문하는데 굳이 거절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숙박업을 하고 있는 B씨에게 전화를 했다.
B씨는 해당지역 기초의회에서 의장까지 역임한 유력인사였다.

A의원을 통해 연락을 받은 B씨도 아무런 의심 없이 자신의 숙박업소 중에 깨끗하고 넓은 방 3개를 비워놓도록 하고 인근의 고급 술집 사장 C씨에게 사정을 설명한 뒤 최고급 양주를 준비해 놓도록 일러뒀다.

술집사장인 C씨는 확인을 위해 오후 5시30분께 이 남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남성은 저녁 7시까지 도착할 테니 미리 준비를 잘 해두라고 당부했다.

술집을 방문하기로 한 저녁 7시 무렵이 되자 이 남성은 C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지금 내려가는 중이라며 부탁을 하나 하자고 말했다.

자신의 조카가 골프채를 사달라고 하는데 지금 수표밖에 없으니 120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송금해달라는 내용이었다.

C씨는 이 남성에게 꼬치꼬치 캐묻게 될 경우 자신의 업소를 소개해 준 지역 유지 B전 의장과 A의원에게 결례가 될 것이라고 판단해 알겠다고 했다.

이어 밤 9시께 이 남성은 다시 전화를 걸어 "자꾸 늦어져서 미안하다. 조금 있으면 도착하는데, 조카가 골프백도 한꺼번에 사달라고 하니 70만원만 더 송금해 달라"고 요청했다.

C씨는 다시 70만원을 송금했다. 그리고 10분 뒤 이 남성의 전화는 더 이상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뒤늦게야 사기당한 것을 알아차린 A의원과 B전 의장, C씨 등은 경찰에 사건 내용을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노인들을 상대로 한 보이스피싱 사례가 있어 예방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지역의 유력인사들을 상대로 한 이런 사례는 신종 수법으로 파악된다”면서 “체면을 중시하는 지역사회의 인맥을 파악해 허점을 노리는 수법이어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95min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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