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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문화+미용' 결합해 중국 여심(女心) 잡아라"

中 관광업계에 들어본 방한 관광시장 개선 과제는

(서울=뉴스1) 박창욱 기자 | 2016-06-19 12:59 송고
정부가 양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중국인 방한 관광시장을 질적으로도 개선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불합리한 저가 단체관광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최근 밝힌 가운데, '제1 방한시장'인 중국 관광업계 내부에서도 한국이 저가상품 위주인 현재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만 하는 단순한 관광상품 대신에 여행지 선택에서 주도권을 쥔 여성층을 공략할 '체험형 상품'을 더 많이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베이징 상하이 등 이른바 '1선 도시' 외에도 '2선 도시'를 대상으로 한국관광 홍보를 강화해야 하며, 지방 도시 관광을 위한 교통 인프라 개선 등에도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중국 광저우에서 진행한 관광객 유치 행사 모습. © News1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중국 광저우에서 진행한 관광객 유치 행사 모습. © News1

◇"한국 단체관광 품질, 일본에 비해 크게 떨어져"
관광공사가 최근 중국 광저우에서 개최한 관광설명회 행사에서 만난 다수의 중국 여행업계 관계자와 자사 직원들을 한국에 단체 관광을 보내 본 경험이 있는 중국 기업 관계자들은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한국 여행업계 내부에서 가격 경쟁이 심하다 보니 관광상품의 품질이 이웃 나라인 일본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쉬스웨이 CITS여행사 일본·한국센터 부총감은 "중국인들이 한국을 여행지로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가격'"이라며 "일본 관광상품이 한국보다는 대체로 가격이 2배가량 비싸기도 하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상품끼리 비교해도 품질면에서 솔직히 일본이 더 낫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국에선 요즘 돈이 더 들더라도 품질이 좋은 곳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덤핑 관광은 쇼핑을 강요하고 호텔, 음식 등 약속한 프로그램을 이행하지 않아 고객들의 만족도가 크게 떨어져 취급하고 싶지 않다"라고도 했다.
단체 관광과 개별 관광 간의 품질 차이가 크다는 지적도 있었다. 올 하반기 한국에 임직원을 포상 차원에서 단체관광을 보낼 예정이라는 미용기업그룹 위저리셔의 위아이엔 회장은 "오래전 한국에 처음으로 단체 관광을 갔다가 음식에 크게 실망했는데, 나중에 자유여행(FIT)으로 다시 한국에 가보니 음식이 매우 만족스러웠다"며 "품질만 보장된다면 중국인에게도 건강한 한국의 음식은 충분한 매력이 있다"고 했다.

저가 관광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인두세'와 관련해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중국 여행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작은 여행사들이 한국측 여행사에 송출하는 관광객당 돈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경쟁 과열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한국 여행사에서 인두세를 역으로 제안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관광행사에서 미용 관광을 체험하는 모습.  © News1 DB
국제관광행사에서 미용 관광을 체험하는 모습.  © News1 DB

◇체험형 상품 개발하고 교통 인프라 개선해야

중국 여행업계 관계자와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기업인들은 '한류 드라마'와 '문화' 그리고 '미용'을 결합해 '여심'을 잡을 체험형 상품을 개발해야 더 많은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광지려 여행사의 장용란 한국 시장 담당자는 "일본과 비교해 한국 관광에서 가장 큰 경쟁력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대표되는 한류 문화와 미용·화장품 분야"라며 "한국에서 세련된 졸업 사진이나 결혼 사진을 찍는 관광상품으로 인기를 끈 경험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예전에는 쇼핑을 포함해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면 앞으로는 한두 곳에서 깊이있게 지내는 방식이 좋다"며 "한국의 다양한 문화와 미용 분야를 결합하는 체험 상품이 나오면 중국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직원들의 한국 단체관광을 준비 중이라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기업인 GIMC의 리난시 부사장은 "한국은 중국과 문화가 유사하며 중국보다는 전통 문화가 상대적으로 잘 보존돼 있다"며 "업무적으로 들리는 전시회 외에 다양한 한국 문화 체험을 하길 원한다"고 했다.

특히 여성과 2선 도시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중국인 위 회장과 결혼해 중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사업가인 윤현수 에스엔바이오 대표는 "사실 중국 남성들은 대체로 한국을 여행지로 별로 선호하지 않지만, 로맨틱한 한류 드라마를 좋아하는 중국 여성들이 여행지를 주로 한국으로 결정해 남성들도 어쩔 수 없이 따라 온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중국 관광시장을 개척하려면 '별에서 온 그대'나 '태양의 후예' 같은 로맨스 장르의 한국 드라마와 연계한 관광 마케팅을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1선 대도시 사람들은 주로 자유여행을 많이 하는데, 단체 관광에 관심이 많은 2선 도시에서 보다 많은 관광 마케팅 행사를 열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와 함께 서울과 제주 외에 문화적 매력이 풍부한 지방 방문이 쉽도록 교통 인프라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중국 여행사의 다른 관계자는 "서울과 제주 위주의 관광 프로그램에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며 "문화적 특색이 있는 다른 지방으로 관광객을 데리고 가고 싶어도 교통 수단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개별 여행객뿐 아니라 단체 관광객을 위해서라도 교통 인프라를 더 보완해야 하며 비자 문제 등에서 한국 정부가 좀 더 배려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지난 5월6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중국 중마이 그룹 임직원 4000여명이 삼계탕 파티를 즐기고 있다. © News1 임세영 기자
지난 5월6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중국 중마이 그룹 임직원 4000여명이 삼계탕 파티를 즐기고 있다. © News1 임세영 기자

◇중국은 '세계 관광시장의 갑' 저가 단속 실효성 있을까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지난 7일 방한 시장의 불합리한 저가 중국 단체관광의 폐해를 척결하고자 관계 부처와 ‘합동 대응팀’을 구성하고 9개조의 단속팀을 꾸려 중국 전담여행사 대상 운영 실태 조사와 단체관광객 중점 이용 업소 대상 집중 점검 및 단속에 나선다고 밝혔다.

국내 여행업계에서는 저가 단체관광의 부작용을 막고 질적인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대의에는 동의하지만, 지나친 가격경쟁 제한 조치로 인해 자칫 일본에 중국 관광객을 빼앗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여행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일본이 지난해 2000만명 외국 관광객을 유치했고, 2020년 관광객 유치목표를 기존 3000만명에서 4000만명으로 상향조정하는 등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일본이 싼 관광상품 종류를 늘리는 등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여행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13억명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 관광시장에서 이른바 '갑' 노릇을 하고 있다"며 "지나친 규제로 중국 관광객 유치 활동에서 국내 업계가 위축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문체부에서도 이같은 점을 고려해 오는 8월 열리는 한・중・일 관광장관회의에서 ‘한중 양국관광 품질제고를 위한 공동 관리 감독 협약’을 체결해 한중 양국이 공동으로 단체관광시장 질서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체부 한 관계자는 "중국의 방한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엄청난 양적 성장을 했다"며 "이제부터라도 품질 관리에 신경을 써야 미래의 잠재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방한 관광객은 2010년까지만 해도 187만여명에 머물렀으나 2014년 612만명까지 늘었고, 지난해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의 여파로 598만명으로 다소 감소했다.

정부는 올해 중국 관광객 유치 목표를 800만명으로 잡았다. 관광공사는 개별 자유여행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활동과 함께 우한에 지사를 설립해, 청두 등 중국 내륙 2선 도시의 단체관광 시장을 개척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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