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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병의 휴머노미]철없는 법인세율 인상론

법인세율 10%대 국제경쟁 시작..세수효과도 의문
법인세율 인상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에 대한 전반적 고민이 우선

(서울=뉴스1) 강호병 부국장 대우겸 산업 1부장 | 2016-06-13 06:00 송고 | 2016-06-21 11:03 최종수정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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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율 인상이 20대 국회 핫메뉴로 올라왔다. 복지 공약을 강하게 내세운 야당이 20대 국회 다수를 차지하면서 더욱 강력하게 밀어붙일 기세다. 국민의당 김동철의원이 현재 22%인 법인세 명목 최고세율을 25%로 환원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곧 동참할 태세다.

그러나 법인세율 인상은 간단치 않은 문제다. 법인세가 투자·고용은 물론 국가간 성장경쟁, 증권시장과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는 고민없이 세수확보 한점만 보고 덜컥 세율을 올렸다가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성장률 2%도 위태위태해 기준금리를 더 내리고 추경편성 얘기까지 나오는 마당에 법인세율 인상이라는 경기역행적인 정책을 펴는 것은 영 앞뒤가 맞지않다.
세계각국이 바보라서 법인세율을 경쟁적으로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높은 법인세율이 결국 소탐대실이 됨을 경험으로 익힌 탓이다. 영국의 경우 2010년만 해도 세율이 28%였지만 지난해 20%로 전격 낮췄고 2018년 18%로 인하할 예정이다. 높은 세율이 기업이탈을 초래, 영국의 성장저력을 떨어뜨렸다는 뼈아픈 반성에 기인한 것이다.인근 아일랜드는 12.5%라는 최저수준의 법인세율로 다국적 기업을 흡수하는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외 한때 40%였던 독일도 15%로 낮춰버렸고 캐나다도 18%다. 국제적으로 법인세율 경쟁 무대는 이제 10%대로 진입했다. 35%로 법인세율이 OECD 최고수준인 미국은 기업의 조세회피로 골머리다. 자본시장 가장 발달했다는 미국에서 이 지경이다 보니 세금회피는 CEO의 중요 임무가 되다시피 했다.

우리나라 증시는 유난히 법인세를 차감한 후의 기업소득인 당기순익에 민감하다. 법인세 부담이 늘 경우 기업들이 회피행위를 할 가능성이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법인세율이 낮은 곳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것에서 임직원의 임금이나 복지수준을 깎고 심지어 제품값을 올리려는 행위 등 여러가지가 용의선상에 오를 수 있다. 법인세율을 올릴 경우 절반은 소비자나 근로자로 전가된다는 분석도 있다.
게다가 세율이 2009년 25%에서 22%로 내려간 후에도 법인세는 의미있게 늘고 있다. 2009년 35조3000억원이었던 법인세수는 지난해 45조원수준으로 늘었다. 조세감면제도가 축소된 탓도 있지만 그보다 기업이익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기획재정부도 이점을 알고 별다른 불만이 없다.

야당은 법인세율 인상논리로 법인세율을 내려도 기업투자가 의미있게 늘지 않았다는 점을 꼽는다. 투자하라고 세금 낮춰 줬더니 안쓰고 들고 있으니 도로 가져오자는 논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0~2015년 설비투자 평균 증가율은 고작 2%다.

그러나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얘기다. 법인세율 변경은 통화정책과 비슷한 데가 있다. 이른바 정책의 비대칭성 문제다. 투자를 더 하라고 돈을 풀어주고 금리와 세율을 내려줄 때는 생각만큼 경기가 살지 않을 수 있다. 상황이 어려울 경우 기업들이 늘어난 수입이나 돈을 그냥 움켜쥐고 있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반대로 금리나 세율을 올리는 긴축정책은 효과가 강력하다. 어디다 쓰려고 돈을 가지고 있는데 정부나 한국은행이 도로 들고 가면 소비, 투자, 고용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날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법인세율을 올리면 기업들이 여유자금을 줄이지 않고 투자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금리인하나 유동성 추가 공급이 경기를 부양하는 한계적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자꾸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은 그래도 경기부양 효과가 제로가 아니고 그같은 일이라도 하지않으면 경기가 사정없이 주저앉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어쩌면 명목금리가 1% 미만 혹은 제로까지 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법인세율을 올리는 것은 모험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지만 국가경쟁력이나 기업환경에 대한 국제적 인식은 바닥이다. 여기엔 각종 규제로 점철된 제도, 경직적인 노동시장 환경 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노사정위가 주축이 돼서 마련한 노동개혁 주요 4개법안은 정부, 기업, 노동계가 한걸음씩 양보해 도출해낸, 그 나름대로의 합리성을 갖춘 개혁법으로 평가된다. 근로시간 줄여 청년고용을 늘리고 고령자 취업도 촉진하는 등 저성장 상황에서 필요한 제도가 많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정쟁 속에 갇혀 19대 국회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규제완화 또한 시원하게 된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 아우성 치면 찔끔 완화해주고 시간 지나면 흐지부지되거나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지면 도로 강화된다. 우리나라의 규제완화는 언제나 직경 5cm 공간을 6cm, 7cm로 넓혀주는 것이었다. 하지말라는 것만 규정하고 나머지는 풀어주는 네거티브 시스템 도입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국회가 주도적으로 성장에 관심을 갖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면서 법인세율을 올리자는 주장이라도 하면 할 말이 없겠다. 하다못해 명목 법인세율을 올리는 대신 투자와 고용을 많이 하는 기업들에게는 세액감면을 푸짐하게 해주겠다고 하면 그래도 균형감각을 갖춘 소리로도 들리겠다.

하도 정책방향을 알 길이 없어 법인세율을 올려도 좋으니 이런저런 준조세, 부담금을 다 없애고 차라리 법인세 하나로 통일해줬으면 좋겠다는 자조적인 말까지 기업에서 나온다.

지금처럼 법인세 인하·인상을 부자감세·증세라는 이념적 틀속에서 바라보는 한 법인세 정책은 재앙이 안 되면 다행이다. 세수고민은 다른 것으로 하는게 좋다.


tiger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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