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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통할 보편적 주제에 한국의 개성 더하면 문학 한류 가능"

[인터뷰]정과리 '한강 맨부커상 수상 후 한국문학의 과제'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6-05-22 07:59 송고
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 (사진제공  정과리)


한국 최초로 세계적 수준의 문학상인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소설가 한강(46)이 수상하면서 '신경숙 표절사태'로 위축됐던 한국문학이 다시 국민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강의 책은 품절사태를 빚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한국문학의 세계진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맨부커상 수상이라는 '경사'외에는 '한국문학의 전반적인 환경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면서 한국문학 자체를 튼실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한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대한 장밋빛 기대도 너무 섣부르다는 입장도 있다. '맨부커상 수상 후 한국문학의 과제'에 대해 19일 문학평론가인 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와 전화로  의견을 나누었다.

정과리 교수는 인터뷰에서 '지나친 상업화'와 '비평의 실종'을 한국문학의 문제점으로 들었다. 그리고 "한국문학의 세계화(세계진출)는 필연적인 추세이지만 대중문화에서의 '한류'처럼 흥미와 재미위주의 접근이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문학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작가에 대한 지원보다 독자(소비자)의 수준을 높이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과리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한강이 세계적 문학상을 탔다. 어떤 의미인가.
▶가뭄에 애가 타고 있는데 단비가 내린 격이다. 작가 개인으로도 좋은 일이지만 '변방의 문학'으로 치부되던 한국문학이 '독특한' 세계문학으로 향유될 발판을 마련한 의미도 크다. 하지만 전반적인 한국문학의 상황은 좋지 않은 편이라 이 일을 계기로 다시 가뭄이 오지 않게 한국문학 자체를 튼실하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한국문학의 상황을 '가뭄'이라고 표현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가.

▶신경숙 사태가 결정타를 날렸지만 이전에 이미 한국문학은 위기감이 극도에 달한 상태였다. 대체로 이는 문학작품이 지나치게 가벼워지고 상업화된 데다가 균형을 잡아줄 비평이 기능을 제대로 못한 결과였다.

2008년 무렵부터 인터넷포털이 순문학 작가들의 작품을 무료 연재했는데 이것으로 인해 한국문학의 권위와 무게감을 잃어버린 면이 있다. 이후 2010년이 넘어서면서 웹툰이나 웹소설이 문학독자들을 흡수해갔고  문학책 판매가 급감했다.  

-'지나친 상업화'와 '비평의 실종'을 그간 한국문학의 문제점으로 보는 것인가.

▶그렇다. 지난해 '문학권력 논란'에서 지적됐듯 그간 출판사들의 관심은 '책이 팔리느냐 안팔리느냐'에 집중되었고 언론도 그에 따라 대중의 관심 즉 흥미위주로만 문학작품을 보도했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문학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도리어 안팔리는 결과를 낳았다. 그때부터 순문학 독자들조차 한국소설(문학)을 읽느니 차라리 일본문학을 읽겠다며 일본소설 및 에세이로 옮겨갔다. 이런 위기 상황 속에 지난해 표절사태가 발생했다.

-한강의 수상이 한국문학 세계진출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90년대 초 무렵부터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에 진입해야 한다'는 압력이 강했다. 그래서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학번역원이 이를 위해 이런 저런 번역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어 '헛수고를 한 것 아닐까' 회의하던 차에 한강이 수상했다. 하지만 세계화를 논하기 전에 한국문학이 튼실하게 자리잡아야 한다고 본다.

-한국문학이 튼튼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비평기능이 활성화되고 독자들의 문학감상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비평을 통해 작가는 타인과 소통하고 자기 작품을 점검할 수 있는데 그동안 이 기능이 실종돼 버렸다. 이를 되살려야 한다. 그리고 독자들의 수준이 높아져 그들이 좋은 작품을 요구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문학에 대한 지원이 작가에 대한 지원에 집중됐다. 작가 지원을 20여년간 해왔는데도 별 효과가 없었는데 이를 독자에 대한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국가의 지원이 없다고 생각하는 작가들도 많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국가의 지원이 있었어도 인구 5000만 가지고는 한국문학이 자급자족 할 수 없는 구조라 그렇게 느껴질 것이다. 한국은 책읽는 인구가 적어 작가가 글쓰기 만으로 최저생계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 이것은 국내 모든 문화예술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세계의 독자를 겨냥하는 '세계화'나 문학 '한류'가 필연적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세계화가 화두가 된 이래 이를 반대하는 입장도 있었지만 결국 세계화가 불가피한 추세로 인정됐다. 하지만 시장을 넓히고 구매자들이 한국문학에 흥미를 갖게 하자는 문학한류는 지금 대중문화의 한류처럼 '흥미유발'식으로 접근하면 안된다. 그랬다가는 세계문학에서 대접받을 수가 없다.

-세계화를 염두에 두고 작가들이 글을 써야 하나.

▶세계화에 맞는 접근이나 상상력이 어느 정도는 필요할 것으로 본다. 세계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와 소재를 다룬 작품이 일차적으로 좋다. 다만 그렇다고 그냥 그 소재로 쓰면 모두가 쓸 수 있는 흔한 작품이 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그것을 다루는 형식과 방식에 개성이 부여돼야 한다. 이 '개성'은 작가만의 개인적 개성일 수도 있고 한국의 어떤 고유성이 들어간 개성이 될 수도 있다. 세계인 입장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는 아직 접해보지 못한 신세계같은 것이다. 

-한국문학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현재 대중들은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작품을 요구하고 작가들은 자기만의 문학세계에 갇혀 있다. 대중과 작가 사이의 간극이 너무 넓다. 이 사이를 좁히는 것이 시급하다. 문학교육이나 문학정책을 '작가 중심'에서 '독자 중심'으로 바꾸되 그것은 독자의 수준을 견인하는 식이어야 한다.

소비자의 수준에 맞춰 작품수준을 낮추는 게 아니라 초급수준의 작품을 좋아하던 독자를이 중급, 고급 작품도 좋아하게 만드는 식의 정책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독자와 작가간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양쪽이 다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20여년간 상업화에 몰두하느라 해야할 그 부분이 이뤄지지 않았다. 작가에게 '잘 팔리게 만들어라' 요구하면 대중도 작품도 수준이 같이 낮아진다. 

소통의 조건만 만족되면 좋은 작품은 세계에서도 인정받을 수밖에 없다. 이를 믿고 작품성 있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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