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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서바이버' 과장·허구 투성이…아프간 은인 폭로

"양치기소년 풀어줘 발각"은 허구…헬기 소음에 위치 드러나
추격 탈레반도 200명 아닌 10명선
사용하지 않은 11개 탄창 있어…교전 의문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2016-05-12 20:54 송고 | 2016-05-12 20:59 최종수정
영화 '론 서바이버'의 포스터© News1

국내에도 잘 알려진 영화 '론 서바이버(Lone Survivor, 2013년작)'의 실제 주인공의 스토리가 부풀려지고 허구 투성이라고 당시 그를 구해준 아프가니스탄 은인이 주장했다.

'론서바이버'는 아프간 전쟁 당시 작전에 나섰다가 기적적으로 생환한 미 최정예 특수부대 네이비실 대원의 영웅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2005년 6월 27일 아프간에서 복무 중이던 네이비실 대원 마커스 루트렐은 3명의 동료와 함께 탈레반 지휘관 체포작전인 '레드 윙스' 작전에 투입됐다. 그러나 탈레반에게 발각돼 쫓기는 신세에 놓인다. 80~200명에 이르는 탈레반의 추격에 놓인 이들은 숫적 열세에도 불구 항전을 지속해 50명 가량의 적을 사살했다. 이 과정에서 3명의 동료가 전사하고 루트렐 홀로 살아남게 된다.
압도적 적과 상대한 루트렐 역시 온전할 수 없었다. 총상과 수류탄 파편에 등과 왼쪽 다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는 등 만신창이였다. 간신히 바위틈에 숨어 목숨을 부지한 루트렐은 마른 목을 추기러 물가에 갔다가 한 무리의 아프간인들과 조우했다.

이들은 루트렐을 버리고 갈 수도 있었지만 방치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을로 데려가 보호했다. 이후 루트렐은 수색에 나선 미군에 구조됐으며 무사히 고향 텍사스로 돌아오게 된다.

여기까지가 '론 서바이버' 루트웰의 대략적 이야기이다. 그의 영웅적 행위와 극적인 생환은 많은 미국인들에게 감동을 주고 애국심을 고취시켰다. 당시 그의 팀을 구하러 출동한 16명의 네이비실이 헬기 격추로 한꺼번에 몰살하는 대참사도 있었는데 그의 인간 승리 스토리에 파묻히고 말았다. 그의 스토리는 동명의 자서전과 영화로 제작돼 반향을 더했다.  
그러나 10여년간 미국인의 긍지로 여겨지던 그의 스토리에 의문이 생겼다.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1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인인 모하메드 굴랍과 인터뷰를 가졌다. 굴랍은 아프간 현지에서 루트웰을 구하고 집에 숨겨줬던 주인공이다.

모하메드 굴랍(오른쪽)과 마커스 루트렐 (CBS캡처)© News1
모하메드 굴랍(오른쪽)과 마커스 루트렐 (CBS캡처)© News1

미 언론과 최초로 이뤄진 그의 증언은 알려진 사실과는 많이 달랐다. 그는 인터뷰에서 영화 '론 서바이버'가 그린 레드 윙스 작전은 완전히 과장됐으며 허구라고 주장했다.

우선 영화나 책속에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휴머니티를 떠올리게한 발각 경위부터 실제와는 차이가 많았다. 

루트렐은 작전 수행중 현지 양치기 소년에게 발견된 후 대원들이 소년을 사살할까 놓아줄까 고민하다 결국 풀어줬는데 이 소년이 탈레반에게 대원들의 위치를 폭로해 공격을 받게 된 것이라고 증언해왔다.

하지만 굴랍은 네이비실 대원들이 탈레반에 발견된 것은 양치기 소년과는 전혀 무관하며 대원들이 이용했던 헬기 소리가 인근 마을에까지 들릴 정도로 커 위치가 파악된 것이라고 밝혔다.

굴랍은 또 탈레반이 대원들을 발견한 정확한 시점은 이들이 양치기 소년을 놓아줄지 고민하던 바로 그때이며 탈레반은 소년을 비롯해 현장에 있던 주민들이 떠날 때까지 공격을 기다렸다고 전했다.

굴랍은 루트렐이 밝힌 탈레반 공격 규모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루트렐은 당시 80명에서 최고 200명에 이르는 탈레반 조직원들이 현장을 급습해 네이비실 대원 4명을 향해 총격을 퍼부었으며 이들에 맞서 공격을 펼쳐 50명 이상을 사살했다고 기록에서 밝혔다.

모하메드 굴랍이 2005년 마커스 루트렐을 구했을 당시의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Newsweek) © News1
모하메드 굴랍이 2005년 마커스 루트렐을 구했을 당시의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Newsweek) © News1

굴랍은 이 역시 말이 안된다면서 당시 급습한 탈레반 대원은 네이비실이 이후 밝힌 35명보다도 훨씬 적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당시 교전 이후 미군과 현지 주민들이 탈레반의 시신을 찾으려했으나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굴랍은 루트렐의 당시 대응 공격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루트렐은 탈레반이 공격해오자 맹렬히 맞서 가지고 있던 11개의 탄창을 거의 다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굴랍은 교전 다음날 부상당한 루트렐을 발견했을 때 그는 사용하지 않은 탄창 11개를 여전히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루트렐이 탈레반에 맞서 이렇다 할 공격을 펴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영화 '론 서바이버 '속에서의 루트렐역( 마크 월버그왼쪽)과 굴랍역을 맡은 알리 술라이만(가운데) (영화 캡처)© News1
영화 '론 서바이버 '속에서의 루트렐역( 마크 월버그왼쪽)과 굴랍역을 맡은 알리 술라이만(가운데) (영화 캡처)© News1

뉴스위크는 루트렐이 사건에 대한 초기 증언 당시 일부 오류가 있었음을 언급하며 굴랍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미 현지 언론인 에드 데락이 쓴 책에 보면 루트렐은 초기 증언에서 당시 작전명을 '레드 윙스(Red Wings)'가 아닌 '레드윙(Redwing)'으로 불렀다고 지적했다.

루트렐은 또 당시 작전이 오사마 빈 라덴의 핵심 측근을 체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는데 실제는 아프간 현지 탈레반 연계 세력의 지도자 아흐메드 샤를 잡기 위한 것이었다고 데락은 밝혔다.  

데락은 또 당시 네이비실 대원들은 탈레반 조직원 10명 또는 그보다 적은 수의 공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뉴스위크의 취재에 응한 레드 윙스 작전 관련자 전 미 해군 패트릭 킨저도 "루트렐의 주장은 말도 안되는 과장"이라면서 현장의 탈레반 대원들은 35명도 되지 않았다며 굴랍의 주장에 힘을 더했다.

한편 루트렐 생명의 은인인 굴랍은 아프간에서 루트렐을 보호한 댓가를 혹독히 치러야 했다. 탈레반은 그를 배신자로 간주해 굴랍과 친족들을 대상으로 치명적인 공격을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조카를 포함해 무고한 가족들이 희생됐다.

굴랍은 루트렐의 스토리를 2014년 처음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론 서바이버의 번역본을 지인을 통해 얻은후 읽고는 큰 분노감을 느꼈다. 자신이 알고 있던 사실과는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탈레반의 계속된 위협에 시달리던 굴랍은 결국 지난해말 가족들과 함께 고향을 떠나 미국 측이 제공한 텍사스의 은신처로 몸을 옮겼다.

굴랍은 사실을 명확히 밝혀야겠다는 생각에 이번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한편 루트렐 변호인측은 론 서바이버의 모든 내용이 완전한 사실에 근거함을 주장하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jhk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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