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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野 깃발 꽂은 전현희…"선거운동 초반엔 쫓겨났다"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김혜지 기자, 맹선호 기자, 박동해 기자 | 2016-04-15 08:00 송고 | 2016-04-15 17:47 최종수정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전현희(서울 강남을)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14일 오후 강남구 수서역 교차로 주변에서 시민들에게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2016.4.1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전현희(서울 강남을)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14일 오후 강남구 수서역 교차로 주변에서 시민들에게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2016.4.1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제20대 총선에서 전현희 후보(51·여)가 '여당 텃밭' 서울 강남을에 더불어민주당 깃발을 꼽았다. 그가 새로운 정치적 변화를 몰고 올 것인지 모두 주목하고 있다.

총선 결과가 나온 14일 기자들과 만난, 강남을 지역구인 개포동과 일원동, 세곡동, 수서동의 주민들의 모습에서 달라진 민심과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다.
세곡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씨(29)는 "야당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새누리당의 독주가 보기 싫어 2번을 찍었다"며 "여당이 자만해 여러번 헛발질한 것이 이번 총선의 결과로 나타났다. 강남 민심도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개포1동에 거주하는 박노수씨(60)는 "새누리당이 보여준 공천 파동 등의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며 "(지역에서도) 새누리당 후보가 당연히 당선될 줄 알고 너무 뻣뻣하게 선거운동을 한 것도 패배의 한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구에서 10년 이상 거주했다는 김모씨(55)는 "나는 전 후보를 찍지는 않았지만 이번 총선 결과는 강남구가 변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진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오래 전부터 답습해 오던 지역 구도나 기존 정치를 바꾸자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국민의 당 약진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원동에 거주하는 회사원 신모씨(29)는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작용한 게 아니겠느냐"며 "전현희 후보를 찍으면서도 큰 기대는 없었는데 선거 결과를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안정금씨(57)는 "표가 누구 것이라고 정해진 것도 아닌데 강남 표가 여당 것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웃긴다"며 "선거 결과가 이렇게 된 것은 대통령이 입법부에 간섭하려고 하는 등 잘못된 정치를 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개포동 주민 김모씨(78·여)는 "주변 분위기가 다 그래서 2번을 찍었다"며 "여당에서 싸움만 하고 정치는 하지 않는 것 같아 불만이 많았다. 전 당선인은 제발 싸움하지 말고 정치를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전 당선인은 지난 19대 총선 당시 강남을 지역구에서 정동영 전 의원과 경선 끝에 패하자 송파갑에 전략공천을 받았지만, 이를 사양하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강남 해바라기'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꾸준히 표밭 관리를 해온 점이 좋은 인식을 얻은 것 아니겠냐고 지역 주민들은 이야기했다.

대학생 김연진씨(23·여)는 "선거에 무관심했는데 전 후보가 다른 후보에 비해 선거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해서 눈길이 갔다"며 "'강남 바라기'라는 슬로건도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강남은 새누리'라는 지역주의 공식이 깨질 수 있도록 열심히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서역 인근에 산다는 주민 이현자씨(76·여)도 "전 후보는 아주 똑똑하고 온화하고 친근감이 있더라"며 "여당이 꽉 잡고 있던 시절에는 정치인이 소통한다는 느낌이 부족했는데 전 후보는 힘 없고 나이 든 서민들의 이야기도 잘 들어줄 것 같다고 생각해 한 표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남배씨(66)는 "운동 초반에는 전 당선인이 10여명 규모의 소규모 주민자치모임에 찾아가도 바로 주민들이 쫓아낼 정도로 민심이 좋지 않았다"며 "수서동과 세곡동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 등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정책을 들고 나와 주민들을 만난 것이 승리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치과의사 출신 변호사'라는 독특한 이력 역시 전 당선인의 당선에 한몫 했다는 평도 있었다.

김모씨(19·여)는 "전 후보는 서울대 치대 출신인데 사법시험까지 합격한 우수한 인재라고 들었다"며 "공부를 잘 했던 것 같다. 원래 더민주를 지지하고 있었지만 전 후보의 이같은 모습을 동경하는 마음도 있어서 뽑았다. 얼굴도 호감형에 매력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번 선거에서 강남을 지역은 선거구 재획정으로 여당 표밭인 대치동이 신설 강남병 지역구로 편입됐고, 세곡동에는 대규모 보금자리 주택 조성과 함께 야권 성향의 젊은 층 인구가 유입되는 등 변수가 생겨 야당에 유리했던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공주영씨(31)는 "강남을 선거구에 원래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았는데 젊은 인구가 많이 유입되면서 일종의 세대교체가 이뤄진 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전 후보가 겸허한 마음으로 일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강남 지역에서의 '일당 우위 체제'가 깨지려는 조짐을 느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평론가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영남, 호남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특정 지역에서 어느 당이 우위 체제를 가져가는 것에 대해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면서도 "전 당선인은 강남 지역 유권자에게 호기심을 끌 수 있는 경력이나 프로필등 인물 경쟁력도 많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과거에는 아무리 능력이 괜찮아도 강남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당선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며 "이제는 어느 당의 '텃밭'이라고 해도 본인의 경쟁력이 있고 표밭 관리를 아주 열심히 한 후보라면 당선을 노려봄직하다는 구도의 변화가 이번 선거를 통해 상당히 많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전 당선인은 이번 총선에서 4만8381표, 51.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보다 6624표를 앞선 것이다.


hm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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