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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통합정부, 대립 양대세력 모두 거부…혼란 가중

(서울=뉴스1) 손미혜 기자 | 2016-03-28 15:32 송고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25일(현지시간) 파예즈 엘사라지 새 통합정부 총리 후보자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리비아 새 통합정부가 분열된 양대정부로부터 모두 거부당하면서 리비아 정국은 더 혼란에 휩싸이게 됐다. © AFP=뉴스1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25일(현지시간) 파예즈 엘사라지 새 통합정부 총리 후보자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리비아 새 통합정부가 분열된 양대정부로부터 모두 거부당하면서 리비아 정국은 더 혼란에 휩싸이게 됐다. © AFP=뉴스1

리비아의 새 통합정부가 분열된 양대 세력 모두에게 승인받지 못하면서 정식 출범 전부터 새 정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리비아 수도를 장악한 이슬람계 트리폴리 정부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동부 토브루크 정부 등 양대정부는 파예즈 엘사라지 초대 총리 후보자가 이끄는 새 통합정부에 권력을 이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슬람 정부는 지난 25일 튀니지 소재 유엔 중재 대통령위원회가 조만간 수도 트리폴리에서 정부설립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히자 "최대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등 격렬하게 대치하고 있다. 앞서 마틴 코블러 유엔 리비아 특사는 23일 트리폴리 방문을 금지당하기도 했다.

트리폴리에서 생물학을 가르치는 아부 에하브 교수는 "팽팽한 긴장에 사람들은 지쳐 있다"며 "정부가 3개나 되는 상황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하브는 "통합정부가 트리폴리에서 시민들의 지지를 확보한다면 상황은 훨씬 나아지겠지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참을성을 갖고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비아는 2011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몰락한 뒤 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2014년 이슬람계 '리비아의 여명'(파즈르 리비아)이 무력으로 수도 트리폴리를 장악하고 자칭 정부와 제헌의회를 설립한 뒤 동부 토브루크에 비이슬람계 과도정부가 세워지는 등 서로 다른 두 정부가 대립해왔다.

양대정부는 1년여간 이어진 정치적 파국을 끝내기 위해 유엔 중재 임시정부 대통령위원회를 세우고 하나의 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협상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14일 대통령위원회가 제출한 새 내각 구성안은 양대 정부 모두로부터 거절당했다.

유엔 중재 임시정부 대통령위원회가 구성한 리비아 새 통합정부를 이끌 파예즈 엘사라지 초대 총리 후보자. © AFP=뉴스1
유엔 중재 임시정부 대통령위원회가 구성한 리비아 새 통합정부를 이끌 파예즈 엘사라지 초대 총리 후보자. © AFP=뉴스1

2014년 중반 파즈르 리비아가 수도를 장악한 이래 트리폴리는 비교적 차분한 상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대통령위원회의 새 통합정부가 트리폴리에 입성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또다시 폭력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리비아 지역중에는 이미 새 통합정부와 트리폴리 정부 간 교전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며 식료품을 비축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다. 한 가게 매장에는 "한 사람당 참치캔은 10개만"이라는 문구가 걸렸다.

트리폴리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어떻게 사라지의 통합정부가 트리폴리에 입성할 것인가를 놓고 농담 아닌 농담도 나왔다. 사라지가 헬기를 타고 들어와 팜비치 리조트에서 정부를 설립할 것이라는 농담이 거론되는 한편, 등 뒤에 국제연합군을 이끌고 당당히 도착하리란 상상도 동원됐다.

시민들은 트리폴리 정부가 사라지의 착륙을 막기 위해 초대형 선풍기를 동원해 모래폭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스갯소리를 주고받기도 했다. 트위터에는 유엔의 마크가 그려진 낙하산을 타고 도착하는 사라지의 그림이 올라오기도 했다.

통합정부마저 리비아 정국에 혼란을 더하면서, 제4의 대안으로 왕정복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등장했다. 25일 트리폴리에 모인 100여명의 시위대는 카다피 정권 장악 이전의 왕정시대로 복귀하자며 "리비아 왕정은 우리를 통합한다"고 외쳤다.

서방은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공식 개입작전을 시행하기 전에 리비아 통합정부가 설립되길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리비아의 분열은 해소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yeou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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