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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삼키는 '차이나 머니'…韓 유튜브는 언제?

中 동영상 플랫폼 급성장에 국내 콘텐츠 생태계 잠식…하청 신세로 전락 우려

(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 | 2016-03-20 18:42 송고 | 2016-03-21 09:27 최종수정
지난 16일 방송된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7회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28.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 News1star 
지난 16일 방송된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7회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28.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 News1star 

'거대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의 '한류 공습'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차이나 머니'가 한류의 '산실' 역할을 해온 제작사, 기획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데 이어 웹소설, 웹툰 등 원작 콘텐츠마저 쓸어담고 있다. 스타PD 등 우수 제작 인력도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을 찾아 속속 이탈하고 있다. 

중국의 파워는 13억명이 넘는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플랫폼'에 있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온라인 동영상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구축된 플랫폼 파워가 한류 콘텐츠마저 넘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몇년째 '한국판 유튜브'의 필요성만 역설할 뿐, 지상파, 케이블, 인터넷(IP)TV 등 '기득권 다툼'만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미국 유튜브에 뺏긴 플랫폼 파워를 중국에서마저 뺏기면 '한류'는 중국의 프로그램 하청 신세로 전락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태양의 후예도 中 자본 투입…한류 삼키는 차이나 머니

주원, 김윤석 등이 소속된 연예 기획사 심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중국 대형 영화사인 화이브러더스에 인수됐다. 코스닥 상장사인 심엔터테인먼트는 오는 4월 27일 최대주주가 심정운 대표에서 화이앤드조이 엔터테인먼트로 변경된다. 화이앤드조이는 화이브러더스가 지난해 12월 홍콩에 설립한 투자 자회사다.
중국은 이미 유명 드라마 제작사 초록뱀미디어, 김종학프로덕션 등을 인수했다. 중국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 소후닷컴은 배용준, 김수현 등 최고의 한류 스타를 거느린 키이스트에 투자해 2대 주주로 등극했다.

최근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도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제작사 뉴(NEW)의 2대 주주도 중국의 화처영상이다. 태양의 후예는 KBS2와 중국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를 통해 동시 방영을 시작했다. 중국에서 방송 8회만에 조회수가 8억건을 넘어설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EXID가 속한 예당엔터테인먼트는 중국 완다 그룹 회장의 아들 왕쓰충과 손잡고 중국 진출에 본격 나선 상태다.

콘텐츠의 꽃으로 통하는 '스타 PD'의 중국행도 이미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MBC의 간판PD였던 김영희 전 MBC 예능PD는 중국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중국에 진출했다. 이 회사는 MBC, SBS에서 PD를 대거 영입하고 있다. 시청률 저하와 광고매출 감소로 고전하고 있는 지상파는 인력 유출문제까지 겹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차이나 머니'는 제작사, 기획사, 스타급 제작인력뿐만 아니라 인기 콘텐츠의 '원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웹툰, 웹드라마까지 손을 뻗고 있다.

카카오는 최근 다음의 웹툰 코너에서 연재 중인 '거울아씨전' '부탁해요 이별귀' '저스트원샷' '캐셔로' 등 4개 작품에 대한 중국 내 영상 판권을 현지 미디어 업체 화처 그룹에 판매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에는 다음웹툰의 '괴물 같은 아이돌'이 중국리엔과 판권계약을 맺었다.

◇'13억 시청자' 중국, 막강 '플랫폼' 업고 '한류' 빨아들인다 

중국은 13억명이 넘는 막강한 내수 시장과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인터넷, 모바일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온라인 콘텐츠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 방송 시장은 CCTV 등 지상파, 케이블, 위성, IPTV로 구성된 기존 방송사업자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유쿠투도우, 텐센트TV 등 온라인 영상 플랫폼으로 나뉜다. 온라인 동영상 시장은 유쿠투도우, 아이치이, 텐센트비디오, 소후TV, LeTV 5개 사이트가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유쿠투도우는 1위 유쿠와 2위 투도우가 합병해 탄생한 중국 최대의 온라인 영상 플랫폼이다. '중국의 유튜브'로 불린다. 2013년 기준 이용자 점유율이 70.4%의 달한다.

중국은 정부 규제로 IPTV의 성장은 제한적인 반면, 온라인 동영상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온라인 동영상시장은 2011년 이래 연평균 40% 이상 증가했다. 온라인 영상사이트 이용자는 2015년 6월 기준 약 4억6000만명에 달한다. 그중 모바일 이용자수가 3억5000만명으로 전체 이용자의 76.8%를 차지했다.

이같은 시장 파워를 통해 축적된 자금이 한류를 정조준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몰려오는 '차이나 머니'를 잡지 않으면 '바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의 '러브콜'이 거세다. 돈을 주겠다고 싸들고 오니 마다할 이유가 없을 정도다. 특히 국내는 제대로 콘텐츠 대가를 받기도 힘들다. 무엇보다 중국은 전세계가 탐내는 '거대 시장'인 만큼, 중국의 러브콜에 너도나도 화답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은 '한류'가 강점인 한국 시장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중국의 플랫폼만 급성장하고 한국의 플랫폼은 이에 따라가지 못할 경우, 한류는 중국 플랫폼에 종속되게 된다. 국내 콘텐츠 생태계가 중국에 잠식되면 국내의 플랫폼의 근간도 흔들리게 된다.

콘텐츠와 플랫폼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할 정도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도 국내의 플랫폼 기반을 확대해 콘텐츠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전략 때문이다. 특히 국경도 없는 미디어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플랫폼 및 콘텐츠 강화가 급선무다. SK브로드밴드는 CJ헬로비전과 합병하면 3200억원 규모의 콘텐츠 펀드를 조성, 운영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대한 시장, 고액연봉, 제작환경의 자율성 등이 보장된 중국은 국내 콘텐츠 종사자들에게는 오히려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며 "콘텐츠 제작사, 제작인력, 원작 등의 중국행이 활발하지만 정작 국내 업계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2br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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