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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날려 '삼성동 쪽방촌' 정밀지도 만든 대학생들

서울대로 교환학생 온 학생들과 서울대생들 뭉친 '엔젤스윙'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2016-02-19 23:04 송고
엔젤스윙이 제작한 서울 삼성동 쪽방촌 정밀지도. (엔젤스윙 제공) © News1

각기 다른 전공의 대학생들이 모여 만든 소셜벤처 '엔젤스윙'이 드론(무인항공기)을 활용해 쪽방촌의 정밀지도를 만들었다. 

20일 서울대학교 글로벌사회공헌단 등에 따르면 엔젤스윙은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기계항공을 전공한 박원녕씨(25)와 서울대에서 정치외교를 전공하는 전술이씨(25·여)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네팔을 도울 수 있는 드론을 제작하고자 뭉친 학생들.
박씨는 "네팔 대지진 이후 물자공급이나 건물 재건 등을 위해서는 각 지역의 피해 규모를 파악해야 하는데,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답사하는데는 한계가 있고 또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마침 무인항공기 공부를 했기에 이런 아이디어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경영학 전공 강유빈씨(25)와 재료공학 전공 김승주씨(23), 기계항공 전공 김대현씨(23), 영어교육 전공 모영화씨(25·여), 캐나다 워터루 대학에서 경영을 전공하는 서지숙씨(22·여)가 힘을 합쳤다. 공학도들은 드론을 연구·개발하고 비공학도들은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

이들은 3개월여에 걸쳐 드론을 연구·제작한 끝에, 정해진 지역을 이동하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드론을 만들었다. 
엔젤스윙이 제작한 드론(위)과 드론이 비행할 때 비행관제 및 명령을 하는 지상통제장비(아래)의 모습. (엔젤스윙 제공) © News1

이들은 이렇게 만든 드론을 지난해 8월 네팔 카트만두대학에 직접 방문해 전달하고, 지난 1월에는 네팔 오지에 의약품을 배달하는 드론을 띄우기도 했다. 

엔젤스윙 팀장 박원녕씨는 "기술로 사람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나온 아이디어를 활용, '세계 빈민가 정밀지도 제작 프로젝트(World Slum Mapping Project)'를 진행하게 됐다"면서 "가까운 곳부터 시작을 하려다보니 우리나라 중에서도 서울, 그리고 서울의 취약구역 7~8곳 중에서도 삼성동 쪽방촌을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서울대 글로벌사회공헌단이 주최한 '응답하라 서울대-2015 겨울방학 사회공헌 프로젝트 공모전'에 지원했다. 최종 17팀으로 선정된 이들은 프로젝트 활동비 180만원을 지원받아 프로젝트의 시범사업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해 12월17일부터 1월31일까지 서울 관악구 삼성동 판자촌 일대에서 고화질 카메라를 장착한 쿼드콥터(회전날개가 4개인 멀티콥터) 드론을 날려 삼성동 쪽방촌을 촬영했다. 사전답사를 바탕으로 드론 촬영지점을 설정하고, 드론을 날려 해당 지점에서 자동으로 사진을 찍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존 구글 맵이나 네이버 지도처럼 인공위성으로 제작한 지도는 제한된 정밀도로 인해 자세한 정보를 담지 못하는 것과 달리 드론으로 제작하는 지도는 인공위성 지도보다 10배나 정밀하고 건물이나 나무, 지형 등의 높낮이까지 나타내는 3D 지도를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도를 만들기 어려웠던 이유는 다름 아니라 가격 때문. 드론이 촬영한 사진을 소프트웨어로 이어 붙여야 하는데 해당 소프트웨어의 가격이 너무 비쌌던 것이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권필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지리정보공학 박사과정생의 도움을 받았다"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1월23일 엔젤스윙과 자원봉사자들이 구역별로 맡은 지도를 들고 찍은 사진. (엔젤스윙 제공) © News1
1월23일 엔젤스윙과 자원봉사자들이 구역별로 맡은 지도를 들고 찍은 사진. (엔젤스윙 제공) © News1
또한 서울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던 지난 1월23일에는 자원봉사자 6명과 함께 현장을 방문해 가로등 위치와 경사도, 낙상위험지역이나 소방차 진입로, 보수가 필요한 공공시설, 휠체어가 다닐 수 없는 급경사지, 범죄발생지 등 판자촌의 사회환경적 문제를 추가 촬영하기도 했다.

이날 현장조사를 담당한 김승주씨는 "하루 종일 취재를 하면서 70~80대 노인 스무분 정도를 만났다"면서 "이날 만난 거의 모든 분들이 낙상사고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한 할머니께서는 장을 보러 시장으로 갈 때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신발 앞부분에 양말 두겹을 동여매고 앞코에 힘을 줘 땅을 디뎌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면서 간이 아이젠을 따로 마련, 22일에 쪽방촌 노인정인 은빛사랑방을 방문해 지도와 함께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겨울철 야간에 공용화장실을 사용하러 갈 때의 불편함, 쪽방촌에서 시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잠시 쉴 만한 장소의 부재 등이 꼽혔다며 "서울시 등에 지도를 전달할 때 이 같은 내용도 함께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정부랑 민간단체랑 협업을 하면 충분히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앞으로 이런 협조가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 같이 제작한 지도를 글로벌사회공헌단 등에 기부했다. 지도는 이 밖에도 서울시와 소방재난본부, 삼성동 쪽방촌에 봉사활동을 하는 NGO 단체 등에 제공된다. 박씨는 이렇게 제작한 지도를 인터넷에 공개해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대중을 생산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업데이트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서버 구축 단계다.

이들의 지도제작은 삼성동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서울시가 시민 아이디어를 제안받는 '천만상상 오아시스'에 지난 연말 이 같은 내용을 제안해, 이달부터 오는 8월까지 서울시와 함께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서울대로 교환학생을 온 박씨는 졸업을 미뤄두고 이 프로젝트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취약지역 실태 파악 △지역주민 위주의 대책 마련 수월 △사회적 관심을 끌어내는 계기 마련 △주거환경 개선 등을 기대효과로 꼽은 이들은 영리법인으로 영리 사업을 하는 동시에 후원을 받아 엔젤스윙을 유지할 계획이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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