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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권 폐지'論 미국으로 확산…"100불 지폐 없애자"

클린턴 때 美 재무장관 지낸 서머스 교수 주장
"부패와 범죄활동에 편의를 제공해 주는 수단"
유럽중앙은행 "500유로 지폐 폐지 검토 중"

(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 | 2016-02-17 08:50 송고 | 2016-02-17 08:52 최종수정
인도 뭄바이의 한 환전상이 100달러짜리 미국 지폐를 세고 있다. © AFP=뉴스1
인도 뭄바이의 한 환전상이 100달러짜리 미국 지폐를 세고 있다. © AFP=뉴스1

유럽에서 본격화하고 있는 고액 지폐 폐지 논의가 미국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재무부 장관을 지냈던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16일(현지시간) "미국도 100달러 지폐를 없애야할 때"라는 제목의 칼럼을 워싱턴포스트 온라인 블로그에 올렸다. 고액 지폐가 경제활동에는 별 도움 없이 불법거래와 범죄활동을 편리하게 도와주는 수단으로 전락해 있다는 것이다.
서머스 교수는 벤 버냉키의 후임으로 연방준비제도 의장 후보에 유력하게 거론됐던 경제학자이다. 

전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럽의회 보고에서 돈세탁이나 테러자금 등의 용도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500유로권 폐지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서머스 교수 칼럼 전문이다.

경제와 정부정책을 연구하는 하버드대학의 모사바 라마니(Mossavar Rahmani)센터가 최근 중요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피터 샌즈 선임 연구원과 학생들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500유로나 100달러와 같은 고액 지폐 발행을 중단하고, 가급적이면 그 유통까지 중단시키자'는 아주 흥미로운 주장을 제기했다.

1990년대 후반 유로화가 처음 만들어질 때가 기억난다. 500유로짜리 화폐를 인쇄하려는 것을 두고 나는 유럽의 G7 동료들과 작은 논쟁을 벌였다. 나는 500유로 지폐 발행으로 주조차익을 추구하는 것은 부패와 범죄를 조장할 뿐인 아주 무책임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한 범죄와 부패는 유럽 바깥에서 주로 일어난다는 점을 들어 나는 존 코넬리 전 미국 재무장관의 말을 살짝 인용해 이렇게 말했다. "유로화는 당신들의 화폐이지만, 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짊어져야 한다."

당시 나는 국제적인 합의의 차원에서 미국 역시 100달러 지폐 정책을 다시 고려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독일은 고액 지폐 발행 입장을 고수했고, 이 화두는 이후 국제논의에서 더이상 심각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샌즈 보고서가 지적했듯이, 일부 집단에서 500유로 지폐를 두고 '빈 라덴'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은 왜 고액 지폐에 반대해야 하는지를 좀 더 분명하게 해 준다. 

샌즈의 분석은 고액 지폐와 범죄와의 상관관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500유로 지폐로 이용해 수백만 달러를 조성할 때 그 무게는 2.2파운드에 불과하다. 반면 20달러 지폐로 수백만 달러를 만들려면 무게가 50파운드를 넘게 된다. 고액권의 존재로 인해 불법적인 거래가 더 수월해지는 셈이다.

또한, 샌즈는 기술발전에 힘입어 합법적인 상업거래에서는 과거처럼 고액 화폐가 필요 없어졌다고 말한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일을 풀어나가야 할까? 현존하는 지폐까지 모두 당장 없애는 일은 극단적이다. 그러나 고액 지폐 발행을 중단하는 일은 가능한 일이며, 이는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국제 합의가 아닌 독자적인 절차를 밟게 된다면 가장 중요한 주체는 유럽연합이다.

500유로는 100달러보다 6배의 가치가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 지폐를 폐지하자는 아이디어에 대해 공감을 보여 왔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역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럽이 움직이면 다른 나라, 특히 스위스에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룩셈부르크가 고액지폐 발행 금지에 저항하는 것은 사실 전혀 놀랍지 않다. 룩셈부르크는 조세회피와 돈 세탁, 비밀스러운 은행거래 활동에 편의를 제공하는 불미스러운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룩셈부르크의 국내총생산 대비 지폐 발행액은 여타 유럽 국가에 비해 20배나 많다.

난민 위기와 경제 침체, 안보문제 그리고 포퓰리즘의 성행 등으로 유럽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국제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그러나 합법적인 상거래 활동에 별 영향 없이, 그리고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고액 화폐 발행을 중단하는 것이다. 공짜 점심은 아니지만, 매우 싼 점심임은 분명하다. 

유럽의 독자적 결정을 넘어 국제 합의를 통해 50~100달러 이상의 지폐 발행을 중단하기로 한다면 훨씬 좋겠다. 그런 합의가 이뤄진다면 최근 수년 사이에 G7이나 G20이 한 일 중에 최고가 될 것이다. 

9월에 G20정상회의를 주최하는 중국은 지금 부패척결을 경제 및 정치 전략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고액 지폐 발행을 중단하자는 국제적 합의를 통해 글로벌 금융사회는 "빅 머니(불법자금)"에 반대하고 보통 시민들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는 점을 과시할 수 있을 것이다.


hahaha8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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