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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와 수강생 모두 벗고'…세신사(洗身士) 교육현장 가보니

한국피부목욕관리사교육원 수강생들 "묵은 때 벗겨주는 세신사…보람있는 직업"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2016-02-07 08:00 송고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내 몸을, 더구나 알몸을 아무에게나 맡길 수 있나요? 저희니까 맡기는 거죠. 그래서 '세신(洗身)'에 자부심을 느껴요."
설 연휴를 앞둔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국피부목욕관리사교육원에서 만난 박은혜(58·여) 원장은 이 같이 말했다. 박씨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이날 학원에서는 수강생 20명 정도가 수업을 듣고 있었다. 

안쪽 교육장에서는 경력 25년의 김정배(61) 강사가 뭉친 어깨근육을 풀어주는 경혈지압 수업을 진행 중이었다. 열다섯명 남짓한 수강생들의 시선은 김씨의 손끝에 집중됐다. 김씨가 시범을 보이면 수강생들은 조금이라도 놓칠세라 허공에 대고 손짓을 따라해보기도 했다. 

김씨가 시범을 보이고 난 뒤 수강생들은 삼삼오오 흩어져 방금 배운 마사지를 실습했다. 일단 한 명이 실습용 베드에 눕고 여러 명이 한 부위를 돌아가면서 지압하는 방식이다.

"하나도 안 시원한데?" 실습대상이 된 수강생은 자신에게 실습을 하는 동료의 '손맛'이 어떤 지를 가감 없이 이야기했다. 김씨는 베드 사이를 돌아다니며 수강생들의 자세를 일일이 교정했다.  
지난 1월5일부터 학원에 나오고 있다는 신현미(47·여)씨는 젊은 시절 간호조무사로 일했다. 이후엔 중국집과 정미소, 목욕탕 등도 운영했다. 홀로 아이 둘을 키우기 위해 여러 일을 해봤다는 신씨는 "목욕탕을 1년 남짓 운영하다보니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세신사 직업이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신씨는 "지압을 해주면 몸이 좋아지는게 바로 보인다"면서 "의사는 아니지만 누군가를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 같아 기쁘고, 피곤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옷가게와 네일샵 등을 운영했던 이은미(44·여)씨는 '기술'에 반해 세신사의 길을 택했다. 이씨는 그 과정에서 세신사를 직업으로 삼는 것이 꺼려졌다고 고백했다. 남들 시선이 신경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씨는 "이 나이대에 새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면서 "피부관리만 배워서 피부관리사가 될 수 있고, 마사지만 배워서 마사지전문가가 될 수도 있긴 하지만 지금 나이에 한 가지만 배워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해 세신학원에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가 학원에 다닌 지는 이제 보름 남짓. 강사와 수강생들이 모두 벌거벗은 채로 직접 실습하는 목욕관리 수업을 앞두고 있는 이씨는 해당 수업에 대해서도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오히려 "학교 때보다 더 재밌다"고 웃어 보였다.

같은 시각 옆 교육장의 문은 굳게 닫겨 있었다. 교육장 앞에는 빨간색으로 '출입금지'라고 적힌 팻말도 붙어 있었다. 이곳은 '목욕관리' 수업을 진행하는 공간이다.   

이날 이 곳에서 두 시간이 넘도록 세신부터 스팀마사지, 전신마사지, 아로마, 경락 등을 풀코스로 실습하는 목욕관리 수업을 마치고 나온 A(56·여)씨에게선 지친 기색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A씨는 "제 손 하나 닿으면 모두가 다 행복해 하는 점이 좋다"면서 "그 어떤 직업보다 매력있는 직업이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타인의 '때'가 꺼려지지 않느냐는 우문에 "제가 지저분한 걸 닦아드리는데 그분은 얼마나 행복하겠느냐"는 현답이 돌아왔다.

A씨는 지난해 12월 말까지 11년 동안 화장품 방문판매를 했다. 교통사고로 몸이 불편한 남편을 대신해 가장 역할을 맡아온 A씨는 미래가 있는 직업으로의 이직을 위해 세신기술을 배우고 있다.

이러한 A씨의 목표는 세신으로 열심히 돈을 벌어 본인처럼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  A씨는 "수업에서 배운 기술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집에서도 늘 베개를 잡고 실습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 원장에 따르면 이 같이 제각기 사연을 가진 20~25명 정도가 학원을 찾는다. 이렇게 일년 열두달, 19년을 운영했으니 전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 제자들이 퍼져있는게 당연지사. 이날 오후에도 졸업생들은 한과와 과일 등을 사들고 학원을 찾아 간식 선물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익힌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했다. 

"스스로를 낮추고, 사랑하는 사람을 어루만지듯 섬기는 마음으로 일하라"는 철학을 지닌 박 원장은 "복덕방이 공인중개사로 이어졌듯 세신직업과 문화도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전국의 욕탕업 사업체는 6436곳, 종사자수는 2만7564명에 이른다. '세신사'를 일컫는 '목욕관리사'의 수는 3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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