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양육비관리원 출범10달①]일일상담 100여건·19억원 받아내

동의 없이 재산· 주소 조사 권한 없어 한계…강제보다 자발적 양육비 지급 방법 찾아야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2016-01-25 06:00 송고
편집자주 양육비를 대신 받아주는 양육비이행관리원 출범 10개월이 됐다. 관리원은 8개월간 19억원에 달하는 양육비를 받아냈지만 아직도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한부모 가정이 39만여 가구에 달한다. 뉴스1이 양육비 이행률을 높이고 한부모 가정 자녀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3회에 걸쳐 취재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A(44·여)씨와 B(45)씨는 14년 전 이혼했다. A씨는 월 30만원을 양육비로 받기로 하고 아이를 맡았다. 그러나 B씨는 이혼 뒤 종적을 감췄다.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고 연락도 되지 않았다. 14년이 지나 아이는 고등학생이 됐다. 혼자서 꾸려온 살림은 더 어려워졌다. A씨는 고민끝에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찾았다. 겨우 연락된 B씨는 "내가 왜 양육비를 줘야 하느냐"고 거절했다.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하자 그제야 양육비 3000만원을 내놓았다.

# "변호사와 얘기하세요" 전 남편은 끝까지 양육비를 줄 수 없다고 했다. D(41·여)씨는 이혼 후 5년간 단 한번도 양육비를 받은 적 없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대화를 거부하는 전 남편에 법적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전 남편의 주거래 은행 예금에 채권압류를, 근무지 급여와 퇴직금에도 압류신청을 했다. D씨는 그제야 밀린 양육비 중 일부를 받을 수 있었다.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한부모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창립 10개월을 맞았다. 관리원은 8개월 동안 461건의 양육비 이행을 이끌어냈다. 이행금액은 총 18억9763만원이다.

양육비이행관리원에 따르면 출범 이후 지난해 11월30일까지 총 5637건의 양육비 이행 지원 신청을 접수받았고 2만7897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하루 평균 지원 신청은 23건이고 상담은 116건에 달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전문기관을 출범시켜 정부가 양육비 이행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에 대한 조사나 제재 권한이 없어 이행 성과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한부모가구가 전체 10가구 중 한가구에 해당할 정도(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로 많은데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강제하는 소송을 직접 진행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출범하게 됐다.

실제 한부모가족 실태조사(2013년 여성가족부)에서 미성년 자녀를 키우는 한부모가족 중 83.0%(39만 가구로 추정)가 한번도 양육비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양육비 청구소송을 한 경험도 4.6%에 불과하다.

관리원은 양육부모를 대신해 비양육부모와의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조율부터 양육비 청구 및 이행확보 소송도 진행한다. 비양육부모가 양육비를 주지 않을 경우 소득· 재산, 국세환급금에 대한 추심·압류도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상대방 동의 없이는 주소·근무지·소득·재산조사를 할 수 없어 매번 법원 소송을 통해 재산명시·주소보정명령 등을 받아야 하고 그러다 보니 양육비를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 이때문에 양육비 신청자는 많지만 실적은 적은 편이다.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양육부모의 소재를 모르면 이를 조회할 수 없어 협의성립지원 자체가 안된다"며 "기관은 출범했지만 아직 권한이 적어 제대로 활동하기에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채무자 동의 없이도 소득·재산에 관한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고 고의로 양육비 지급을 거부하면 출국금지까지 할 수 있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법무부 등 관계 부처는 기본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법무부, 국세청 등 관계 부처들이 양육비 이행은 사인 간 문제라며 동의 없는 정부의 개인 정보 조회에 부정적"이라며 "부처 간 업무 협의를 통해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법적 절차 외에 양육비 이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양육부모와 자녀 간 관계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제하지 않고서도 비양육부모가 자발적으로 자녀 양육에 관심과 의무감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지아 양육비이행관리원 팀장은 "아무리 자녀라도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고 관계가 소원하면 양육비 지원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은 경향이 있다"며 "양육비 이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양육부모가 자녀의 성장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letit25@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