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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살인' 패터슨 첫 재판…"진범은 에드워드" 혐의 부인(종합)

패터슨 측 "마약한 사람만 할 수 있는 범행"…검찰 측은 유죄 주장
공소시효·일사부재리 원칙도 문제…패터슨 측 "도망친 적 없다"
피해자 조중필씨 가족·'목격자' 에드워드 리 아버지도 재판 참관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성도현 기자 | 2015-10-08 11:57 송고 | 2015-10-08 14:42 최종수정
'이태원 살인사건' 피의자 미국의 아더 존 패터슨이 도주 16년 만인 지난달 23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4월 3일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 화장실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으로 살해혐의를 받고 있는 패터슨은 미국으로 도주했었다.2015.9.2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이태원 살인사건' 피의자 미국의 아더 존 패터슨이 도주 16년 만인 지난달 23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4월 3일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 화장실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으로 살해혐의를 받고 있는 패터슨은 미국으로 도주했었다.2015.9.2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1997년 벌어진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상을 밝힐 재판이 사건 발생 18년만인 8일 다시 시작됐다.

사건의 유력한 진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미국인 아서 패터슨(36·사건 당시 18세)은 이날 법정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 심리로 8일 열린 패터슨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패터슨 측 변호인인 오병주 변호사는 "피해자 조중필(당시 22세)씨를 살해한 사람은 에드워드 리(36·사건 당시 18세)"라고 재차 주장했다.

오 변호사는 "이 사건은 동기 없는 살인으로 원한과 목적이 없는 사건이기 때문에 마약, 미친 사람이 아니면 원인이 발견될 수 없다"며 "그런데 리는 마리화나를 폈고 마약을 했으며 마약 거래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 "패터슨에게는 피가 많이 묻었고 리는 피가 스프레이처럼 묻었는데 패터슨은 흰 티셔츠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며 "패터슨의 티셔츠는 사건 이틀 뒤 압수됐지만 리의 티셔츠는 닷새나 지나서 압수됐고 세탁기에 몇번 돌린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살인 사건에서는 칼을 들고 먼저 뛰어들어간 사람, 먼저 나온 사람이 범인인데 리가 그랬다"며 1·2심 판결과 검찰 수사 결과가 정당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배낭에 대해서도 "당시 조서를 살펴보면 배낭이 버거킹 매대에 있었다는 진술이 있었다"며 이에 대한 진상조사를 재차 요청했다.

반면 검찰 측은 조씨를 살해한 사람은 패터슨이라며 패터슨의 유죄를 주장했다. 또 당시 검찰 기소의 근거가 된 부검의의 의견이 잘못됐다는 점을 시인하기도 했다.

검찰 측은 "패터슨은 머리, 손 등 전신에 피를 뒤집어쓴 반면 리는 옷과 신발 일부에 소량의 피만 묻어 있다"며 "피해자 상처에 비춰 볼 때 (진범은) 전신에 피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범행에 근접한 시간에 패터슨으로부터 사람을 죽였다는 말을 들었다는 친구들이 있다"며 "패터슨이 범행 후 칼을 쥐고 범행현장에서 나온 사실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초 검사가 리를 범인이라고 판단한 근거가 된 부검의의 추정은 '조씨에게 반항한 흔적이 없어 범인은 조씨를 제압할 정도로 덩치 큰 사람'이라는 것"이라며 "이 추정은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없는 일반적 추정"이라고 덧붙였다.

검찰 측과 패터슨 측은 '일사부재리 원칙'을 두고도 다퉜다. 즉 이미 증거인멸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아 복역까지 마친 패터슨을 같은 사건으로 다시 기소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됐다.

오 변호사는 "이미 수사와 재판을 거친 사건이어서 미국에서 패터슨 송환 재판을 맡은 판사도 처벌할 수 없는 사람을 인도할지 고심하고 있었다"며 "다만 진실을 규명한다는 차원에서 변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리에 대한 판결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며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패터슨이 유죄를 확정받은 사건은 증거인멸부분이기 때문에 살인과는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오 변호사는 "패터슨은 도망칠 목적으로 미국에 간 게 아니라서 미국에 있는 동안 공소시효가 정지됐다고 볼 수 없다"며 공소시효에 대하 문제도 제기했다.

검찰 측은 "패터슨은 향후 재판에서 형사처벌을 받는 것을 피할 목적으로 도주했다는 논란이 있어 기소가 됐다"며 공소시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패터슨은 직접 진술에 나서서 "일사부재리와 공소시효에 관해 심리를 하는 거냐"며 재판부에 대해 재판 진행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18년 전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해자 고 조중필 씨의 어머니 이복수 씨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아서 존 패터슨에 대한 살인 혐의 1차 공판준비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2015.10.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18년 전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해자 고 조중필 씨의 어머니 이복수 씨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아서 존 패터슨에 대한 살인 혐의 1차 공판준비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2015.10.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이날 공판에서 오 변호사는 패터슨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감정에 호소하기도 했다.

오 변호사는 "지난 6월 패터슨의 어머니가 찾아와 '아들이 살인했다고 재판을 받고 있는데 가진 게 없다, 상대방(리)은 부유한 집안으로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믿을 사람 없다'고 말했다"며 "패터슨은 한국 사람이다, 한국인 홀어머니가 미국에서 키운 아들이자 불쌍한 사람이다, 리도 미국 시민권을 갖고 미국인 행세 하지만 한국 사람"이라고 말했다.

재판 방청을 위해 법원을 찾은 피해자 조씨의 어머니는 "재판이 잘 돼서 범인을 잡는 게 소원"이라고 밝히면서 "(어젯밤 잠은) 자는 둥 마는 둥 했다"고 말했다.

또 사건 초기 진범으로 지목돼 기소됐다가 법원에서 문제를 선고받은 리의 아버지 역시 법원을 찾아 "(패터슨은) 100% (유죄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실을 밝혀야겠다는 마음으로 나왔다"며 "모든 기록에 패터슨이 범인이라고 돼 있고 리가 증인으로 나온다고 해서 새로운 게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4월3일 밤 서울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대학생이었던 조씨가 흉기에 수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검찰은 당초 현장에서 목격된 용의자 중 한 사람인 리를 살인 혐의로 기소하면서 패터슨은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갖고 있다가 버린 혐의(증거인멸 등)로만 기소했다.

그런데 리는 무죄를 선고받아 풀려나자 조씨의 부모는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도 재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검찰이 제때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1999년 8월 패터슨이 미국으로 도주했고 검찰은 결국 2002년 10월 패터슨에 대한 기소중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 2011년 5월 미국 검찰이 패터슨 검거에 성공하면서 사건은 급물살을 탔다. 한국 검찰은 같은 해 12월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패터슨은 미국으로 도주한지 16년 만인 지난달 23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됐고 '이태원 살인사건'의 재판도 다시 시작됐다.

패터슨에 대한 두번째 공판준비기일은 22일 오후 2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ability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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