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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고현철교수의 대학 민주화 유지 살리려고 나선 교수 1000명

오늘 오후 국회앞에서 '전국교수대회' 개최…대학 자율성·공공성 회복 요구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2015-09-18 10:10 송고
 
 

'건강 탓에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 8월 어느날. 땡볕 아래 단식을 하고 있는 김재호 부산대 교수회장을 찾아온 고(故) 고현쳘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며칠 뒤 그는 '총장은 (직선제) 약속을 이행하라'는 말을 남기고 대학본부 4층에서 몸을 던졌다.

유서에서 고인은 이런 말을 남겼다. '교묘하게 민주주의는 억압받고 있는데 대학과 사회는 무뎌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이 필요하다면 그 몫을 감당하겠다.'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 이사장(동의대)은 '무뎌졌다'는 그 말이 자꾸 마음에 남는다며 아파했다.
'무뎌진 것이 미안한' 전국의 대학교수 1000여명이 18일 오후 국회 앞에 모인다. 전국교수비상대책위원회(교수비대위)가 이날 오후 2시 국회 앞에서 개최하는 '고(故) 고현철 교수 추모 및 대학 자율성 회복을 위한 전국교수대회' 자리에서이다.

교수대회에는 40여개의 국공립대뿐 아니라 사립대 30여곳 등 최소 70여개 대학에서 1000여명의 교수가 참석할 예정이다. 해방 이후 대학교수가 대학 문제 때문에 목숨을 던진 것도 처음이지만 전국의 대학교수 10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도 극히 드문 일이다. 정부가 국립대 법인화와 총장 직선제 폐지를 밀어붙이던 2011년 11월 국공립대 교수 700여명이 모인 것보다 많은 교수들이 여의도로 향하는 것이다.

고현철 교수의 죽음이 단지 '총장 직선제'나 '재정지원을 미끼로 한 국립대 길들이기' 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재호 부산대 교수회장은 지난 16일 국회 토론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고현철 교수의 투신 이후 대학교수들은 부끄러운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교육부의 불법적 재정 압박에 대한 자신의 무기력함 속에서 순응주의에 빠져있었다."

김 회장은 "만시지탄이지만 고 교수의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대학과 사회에 책임을 지는 교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수대회에 모이는 교수들의 마음도 김 회장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노중기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고 교수가 돌아가신지 벌써 한 달이 가깝지만 교육당국은 사과는커녕 아무런 반응 없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교육부는 부산대 등 국립대의 대학 자율화 요구를 정면에서 거부하고 여전히 막무가내로 대학 구조조정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고인이 죽음으로써 일깨우려 했던 것은 국공립대와 사립대 모두에게 적용되는 대학의 민주화"라고 말했다.

국립대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사립대 또한 고 교수가 죽음으로 던진 메시지에서 자유롭지 않다. 교수대회에는 사립대 교수들도 400~50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박순준 사교련 이사장은 "사립대 재단 역시 총장 선임을 비롯한 인사권과 대학 경영의 전권을 행사하면서 책임과 의무는 다하지 않고 있다"며 "사립대 교수들이 재단에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사실 총장 선출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국공립대는 직선이다 간선이다 총장 선임 방법을 둘러싸고 논란이라도 일어나고 있지만 사립대는 그냥 재단에서 임명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학의 부정비리와 구조적 폐악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대학의 리더십을 세우는 규정과 절차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수들이 모였지만 성명서 읽고 규탄 발언만 하는 여느 집회와는 다르다. 직접 행동에도 나선다. 집회를 마친 교수들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당사를 항의 방문한다.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자치와 민주주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민원을 접수할 예정이다.

교수대회에 앞서 오후 1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사전집회에서는 시간강사법과 노동개혁 5대 입법 등 각종 악법 철폐를 요구하며 삭발식도 갖는다. 무뎌지지 않으려는 교수들의 미안함과 절박함이 어떤 메아리가 되어 돌아올지 주목된다.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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