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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회의 "문예정책이 예술의 자유 억압" 성명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5-09-14 13:59 송고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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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가 "문예정책이 예술의 자유를 억압하던 독재정권 시절로 퇴행했다"면서 "예술지원사업의 공공성을 회복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작가회의는 14일  '문화예술에 대한 정치적 검열을 중단하고 예술지원사업의 공공성을 회복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의 창작기금 선정과 집행이 파행적'이며 '정치적인 검열의 일종으로 이용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앞서 국정감사 등에 따르면 문예위는 문학창작기금 희곡부문 지원 사업 심의에서 1위로 통과한 이윤택 씨의 희곡 '꽃을 바치는 시간'을 탈락시켰고,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102편의 문학창작기금 지원대상을 70편으로 줄여 최종 발표했다.

아울러 작가회의는 문예위가 연극부문 창작산실 지원사업에 심의를 통과한 박근형 연출가의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지원대상에서 제외시키라고 심의위원들을 압박하고, 압박이 통하지 않자 직접 당사자를 방문하여 지원포기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작가회의는 박근형 작가는 이전 작품에서 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담았고 이윤택 작가는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연설을 한 것이 이같은 선정탈락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작가회의는 지난 4월 ‘우수문예지 발간지원사업’의 결과에서 지난해 55종에서 14종의 문예지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규모를 대폭 축소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작가회의는 문예위가 이같은 파행을 멈추고 국민에게 사과하며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지 않는다면 "표현의 자유와 진리의 추구라는 예술가의 소명으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한국작가회의 성명서 전문이다.

문화예술에 대한 정치적 검열을 중단하고 예술지원사업의 공공성을 회복하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파행적 사업운영과 정치적 개입에 항의하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오만과 횡포가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올해 예술인 지원 사업 집행 과정에서 저지른 일탈행위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이다. 국가기구가 예술인 지원에 대해 어떤 철학과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문학창작기금 희곡부문 지원 사업 심의에서 1위로 통과한 이윤택 씨의 희곡 <꽃을 바치는 시간>을 탈락시켰으며, 어찌된 영문인지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102편의 문학창작기금 지원대상을 70편으로 줄여서 최종적으로 발표했다. 문학창작 분야뿐이 아니다. 연극부문 창작산실 지원사업에서는 심의를 통과한 박근형 연출가의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지원대상에서 제외시키라고 심의위원들을 압박하였으며, 압박이 통하지 않자 직접 당사자를 방문하여 지원포기를 종용했다.

그런데 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이처럼 과도하게 지원사업에 개입하는 것인가. 박근형 연출가의 경우는 이전 작품에서 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한 사실과 관련이 있으며, 이윤택 연출가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지지연설을 한 것과 연관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는 모두 지원당사자들의 증언과 심의위원 및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들의 녹음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정권의 심기를 거스르면 정당하게 심의를 통과했다고 해도 지원하지 않겠다는 폭력적 행태를 단면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명백히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국가권력이 예술작품을 사전검열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예술인들의 창작을 지원함으로써 한국문화예술의 질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다양한 예술향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국가지원의 의의를 심각히 훼손하는 부당 행위이다.

이와 같은 논란에 대응하여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내놓은 보도자료는 이들이 최소한의 양심과 부끄러움도 갖고 있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보도자료를 보면, 문학창작기금 지원대상자 축소에 대해서는 “신진 또는 중견 예술가를 지원한다는 취지에 어긋났기 때문”에 이윤택 연출가에 대한 지원을 취소했으며, 연극부문 창작산실 지원과정의 논란에 대해서는 “실무자로서 의견을 내놓았을 뿐, 개입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의견이라면 심의위원들에게 전달하면 되는 것이고, 심의위원들이 그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그 의견은 충분한 정당성을 얻었다고 할 수 없다. 이윤택 연출가에 대한 지원이 사업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역시 심의위원들과 협의할 일이지, 심의가 끝난 지원대상자 명단을 두고 이사회에서 임의로 지원대상을 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사회적 합의를 고려하는 것은 공공기관의 의무”라는 발언에는 할 말을 잃게 된다. 심의위원들도 동의하지 못하는 사회적 합의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사회적 합의라는 말인가. 그렇게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면 그와 같은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라도 심의과정과 결과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고 처리하는 것이야말로 공공기관의 의무가 아닌가.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사업 집행은 내내 논란이 되어 왔다. 2월 발표예정이었던 문학창작기금 선정자 발표가 어떤 해명도 없이 무기한 연기되어 7월에 발표되었고, 선정작 발표는 전체 명단이 공개되었던 예년과 달리 개별적 확인의 방식으로 바뀌었다. 1월 발표예정이었던 ‘우수문예지 발간지원사업’의 결과 역시 3개월이나 늦게 발표되었으며, 지원규모 역시 대폭 축소되었다. 14종의 문예지만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니 작년의 55종에 비하면 거의 1/4 수준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기금 고갈과 예산 부족을 들어 파행적 사업진행을 변명하고 있으나 구차하다고 여긴다. 당해연도의 예산규모 및 집행계획은 전년도 연말에 이미 편성되어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 정도의 계획과 준비도 없이 지원자를 공모하고 심의를 진행했다는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국가기관으로서의 자격 없음과 무능을 대놓고 증명하는 꼴이다.

우리는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사업진행에서 드러난 이와 같은 파행들에 대해 우려를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문화예술정책이 총칼로 문화예술의 자유를 억압하고 비판적 의견을 압살했던 독재정권의 시절로 퇴행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그간의 불투명, 불공정, 무원칙한 행정집행의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오만하고 권위적이며 무능하기까지 한 정책집행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에 의해 운영되는 예술지원사업을 파행에 이르게 한 과정의 오류를 바로잡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밀실에서 정권의 입맛에 따라 문화예술의 가치를 재단하는 일을 당장 그만두고 담대하게 미래를 내다보면서 한국문화예술의 비전을 설계하고 이를 실천하기 바란다. 정권을 등에 업은 두루뭉술한 해명으로 이 사태를 넘기려 한다면 우리는 표현의 자유와 진리의 추구라는 예술가의 소명으로 끝까지 싸울 것이다.

2015년 9월 14일
한국작가회의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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