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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 빼고 빵먹어" 총 쏜 경찰…총기 규정도 몰랐다(종합2보)

검문소 감독관 관련 규정 어긴 채 총기 들고 장난하다 의경 숨지게 해

(서울=뉴스1) 박현우 기자 | 2015-08-25 23:30 송고 | 2015-08-26 11:29 최종수정
경찰관이 쏜 총에 의경이 맞아 결국 숨진 25일 저녁 서울 은평경찰서에서 한상훈 형사과장이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5.8.25/뉴스1 © News1
경찰관이 쏜 총에 의경이 맞아 결국 숨진 25일 저녁 서울 은평경찰서에서 한상훈 형사과장이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5.8.25/뉴스1 © News1
서울의 한 경찰서 관내 검문소에서 근무하던 경찰관이 간식 때문에 의경에게 실제 권총을 겨누고 장난을 치다 실탄이 발사돼 의경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관내 구파발 검문소에서 근무하던 박모(54) 경위가 25일 오후 4시52분쯤 발사한 38구경 권총의 총탄에 박모(21) 상경이 맞아 숨졌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검문소 감독관으로 근무하던 박 경위는 간식 시간대인 사건 당시 자신을 빼고 간식을 먹었다는 이유로 검문소 생활관에서 소지하고 있던 권총을 꺼내들고 박 상경 등 의경 3명을 향해 쏘는 흉내를 내며 장난치다 실탄을 발사했다.

박 상경은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에게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오후 5시20분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오후 6시8분쯤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박 경위는 경찰의 총기 관련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고 심지어 이 규정을 어긴 채 공포탄과 실탄을 장전해 놓았으면서도 이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총기 관련 규정 상 총 6발이 들어가는 38구경 권총 탄창에는 12시 방향부터 시계 방향으로 2번째 구멍은 공포탄, 3~6번째 구멍은 실탄을 장전해 놓도록 돼 있고 첫번째(12시 방향) 구멍은 비워두게 돼 있다.

규정대로 총알을 채워넣은 뒤 처음 방아쇠를 당기면 시계 방향으로 한 칸 앞에 있는 총탄, 즉 공포탄이 발사되는 구조다.

경찰은 박 경위가 이 규정대로 총탄을 채워넣지 않고 12시 방향에 첫번째 실탄이 위치하도록 장전해 놓고도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방아쇠를 당겨 2번째 실탄이 실제로 발사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38구경 권총은 실수 등으로 총이 발사되지 않도록 방아쇠 울에 잠금장치 역할을 하는 고무가 달려 있는데 박 경위는 이 마저도 제거한 채 의경들에게 총을 겨눈 뒤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박 경위가 '첫 발을 쏘면 공격발이 되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며 "여러가지 정황상 박 경위가 고의로 격발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25일 밤과 익일 새벽 박 경위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인 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박 경위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박 경위가 경찰조끼에서 총을 꺼내다 격발됐다"고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돼 사건을 축소·은폐하려한 것 아니느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박 상경은 서울 시내 한 대학을 휴학하고 지난해 4월 의경에 자원입대해 군복무 중이었다.

사고 소식을 접한 박 상경 아버지는 "어이가 없고 실감이 안난다"며 "(아들이)진짜 착했고 사고 한 번 안쳤다"고 말했다.


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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