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쏜 총에 의경이 맞아 결국 숨진 25일 저녁 서울 은평경찰서에서 한상훈 형사과장이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5.8.25/뉴스1 © News1 |
서울 은평경찰서는 관내 구파발 검문소에서 근무하던 박모(54) 경위가 25일 오후 4시52분쯤 발사한 38구경 권총의 총탄에 박모(21) 상경이 맞아 숨졌다고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검문소 감독관으로 근무하던 박 경위는 간식 시간대인 사건 당시 자신을 빼고 간식을 먹었다는 이유로 검문소 생활관에서 소지하고 있던 권총을 꺼내들고 박 상경 등 의경 3명을 향해 쏘는 흉내를 내며 장난치다 실탄을 발사했다.
박 상경은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에게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오후 5시20분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오후 6시8분쯤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박 경위는 경찰의 총기 관련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고 심지어 이 규정을 어긴 채 공포탄과 실탄을 장전해 놓았으면서도 이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경찰 총기 관련 규정 상 총 6발이 들어가는 38구경 권총 탄창에는 12시 방향부터 시계 방향으로 2번째 구멍은 공포탄, 3~6번째 구멍은 실탄을 장전해 놓도록 돼 있고 첫번째(12시 방향) 구멍은 비워두게 돼 있다.
규정대로 총알을 채워넣은 뒤 처음 방아쇠를 당기면 시계 방향으로 한 칸 앞에 있는 총탄, 즉 공포탄이 발사되는 구조다.
경찰은 박 경위가 이 규정대로 총탄을 채워넣지 않고 12시 방향에 첫번째 실탄이 위치하도록 장전해 놓고도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방아쇠를 당겨 2번째 실탄이 실제로 발사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38구경 권총은 실수 등으로 총이 발사되지 않도록 방아쇠 울에 잠금장치 역할을 하는 고무가 달려 있는데 박 경위는 이 마저도 제거한 채 의경들에게 총을 겨눈 뒤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박 경위가 '첫 발을 쏘면 공격발이 되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며 "여러가지 정황상 박 경위가 고의로 격발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25일 밤과 익일 새벽 박 경위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인 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박 경위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박 경위가 경찰조끼에서 총을 꺼내다 격발됐다"고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돼 사건을 축소·은폐하려한 것 아니느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박 상경은 서울 시내 한 대학을 휴학하고 지난해 4월 의경에 자원입대해 군복무 중이었다.
사고 소식을 접한 박 상경 아버지는 "어이가 없고 실감이 안난다"며 "(아들이)진짜 착했고 사고 한 번 안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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