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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사위 갈등' 이혼 새 트렌드로 자리 잡아

자녀들도 반기는 황혼 이혼?...이혼, 여성에게 익숙한 하나의 '선택'으로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김윤호 인턴기자, 김태헌 인턴기자 | 2015-07-19 08:00 송고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매일같이 반복되는 배우자의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이혼'이라는 두 글자가 마치 '죄인'처럼 느껴져 고통의 시간들을 외면하며 살아야 했던 모습. 이제 이같은 장면은 영화 혹은 드라마 속에서야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결혼의 방식이 달라지듯 이혼의 방식도 달라졌다. 이혼사건을 전담하는 변호사들은 근래의 이혼 트렌드에 대해 '여성들에게 선택으로 자리 잡은 이혼', '장서갈등', '황혼이혼' 등을 꼽았다.
◇여성에게 하나의 '선택'으로 자리 잡은 이혼

5살난 딸을 둔 30대 중반의 부부. 시어머니는 물론 시누이까지 함께 살던 이들 부부의 가장 큰 문제는 남편이 '마마보이'라는 점이었다. 잘 나가는 연구원인 아내에 비해 무직인 남편은 아내에게 폭언까지 일삼았다. 여기에 더해 시어머니는 '너 때문에 우리 귀한 아들이 취업도 못하고 이모양 이꼴로 산다. 너가 독해서 그렇다'라며 아내에게 독한 말을 내뱉었다. 시어머니는 아내가 딸을 목욕시키려 하면 '너는 그것도 못하냐'라며 딸에게 손조차 대지 못하게 했다. 결국 아내는 이혼을 결심했고, 남편과 갈라섰다.  

이혼 전문 변호사들은 이처럼 남성은 물론 여성들에게도 이혼이 하나의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고 이야기했다.
한 변호사는 "맞벌이 부부와 함께 여성들의 사회생활 진출이 증가함에 따라 경제능력을 갖춘 여성들이 많아졌다"며 "이에 따라 여성들은 과거처럼 남편의 외도와 고부갈등 등을 참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호사 역시 "최근 자녀가 없이 부부만이 생활하는 '딩크족'이 많아져 이혼을 쉽게 결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도 있다"며 "더불어 전업주부들이 이혼을 할 경우 과거와 달리 재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돼 여성들의 이혼 신청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어머니들은 배우자의 외도나 폭력에 대한 고통보다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더욱 컸기 때문에 이를 묵인하고 인내하는 경향이 컸다"며 "그러나 최근의 어머니들은 '자식을 정상적이지 않은 가정에 노출시키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 더욱 단호하게 이혼을 결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예전처럼 이혼을 했다고 해서 여성들이 이를 쉬쉬하는 분위기도 사라졌다"며 "이혼한 자녀를 둔 부모들 역시 이혼 사실을 알고 '내 자녀가 힘들었구나'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이혼 과정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고부갈등 뛰어 넘는 '장서 갈등'

중학생 자녀를 둔 A씨는 평소 자신의 집에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날락하는 장모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내는 청소 등의 가사일을 도와주는 장모를 반겨하는 눈치였으나 A씨의 불만은 날로 커져갔다.

특히 A씨가 가장 크게 불만을 품고 있던 것은 자녀의 진학 문제에 대해 장모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었다. 결국 위태위태하던 이 가정은 장모가 A씨와의 상의도 없이 A씨의 자녀를 특목고등학교로 진학시키면서 터지고 말았다.

자식의 진학 문제 등은 가장 고유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A씨는 장모가 크게 부딪혔고, 결국 이 부부는 이같은 사소한 이유를 문제로 갈라섰다.

여전히 고부갈등으로 이혼을 고려하는 이들이 있지만 이와 비례하게 '장모와 사위간의 갈등', 즉 '장서 갈등'으로 갈라서는 부부들도 크게 증가했다.

한 이혼 전문 변호사는 최근의 이혼 트렌드에 대해 '장서 갈등'을 꼽으며 "최근의 부부 관계에 있어 처가의 입김이 굉장히 세졌다"며 "가장 큰 원인은 최근 대부분의 부부들이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장인장모들이 양육보조자로서 부부를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손자손녀를 봐주는 과정에서 딸의 집을 들락날락하다가 결국 딸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되고, 이런 기간이 길어지면 장인장모는 사위의 경제적 능력 혹은 출퇴근 등에 대해 간섭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 경우 남편들이 '못 살겠다'며 이혼을 신청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 역시 "최근 장서갈등이 정말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며 "딸들도 아들과 마찬가지로 보호받고 애지중지 길러진 세대이기 때문에 딸의 부모들도 결혼에 간섭을 많이 하고 있는데, 한국 남성들은 아직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손자의 양육 문제에 있어 장서 갈등이 심각하다"며 "한국 남성들은 자식의 교육 문제에 대해 가장인 자신이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장인장모는 남자인 사위가 교육 문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자들의 경우 갈등을 푸는 방식이 여성에 비해 좀 더 과격하기 때문에 문제가 터지면 더욱 크게 터지고, 결국 이것이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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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도 반기는 '황혼 이혼'

50년 평생을 뼈가 빠지게 남편과 자식을 돌보는 동시에 일을 손에서 놓지 않은 70대 할머니. 그러나 남편은 백발의 할아버지가 됐음에도 외도를 이어갔다. 여기에 더해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폭력까지 행사했다.

노부부의 모든 재산은 할아버지의 명의로 돼 있었다. 할아버지는 돈을 물 쓰듯 펑펑 쓰고 다녔지만 할머니에게는 생활비마저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결국 할머니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 이혼을 결심했고,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황혼 이혼 역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발간한 '2014 사법연감'에 따르면 황혼이혼은 2009년 2만8261건에서 2013년 3만2433건으로 지난 5년간 꾸준히 증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전체 이혼에서 황혼 이혼이 차지하는 비중도 최근 5년간 22.8%에서 28.1%로 상승했다.

꾸준히 증가하는 황혼이혼에서 최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자식들도 부모들의 이혼을 반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일흔이 넘은 어머니가 아버지와의 이혼을 결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들이 아버지의 회사에 취업해 내부 사정을 몰래 빼왔고, 이로 인해 어머니가 더 많은 위자료 등을 받을 수 있었던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황혼 이혼은 물론 중년 이혼도 늘었다"며 "예전에는 자식을 다 키우고 나서 이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새는 자녀가 중고등학교에 다녀도 이혼을 결심하는 경우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혼이 큰 흠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라며 "자녀들도 불행하게 살 바에는 이혼해 행복하게 살라며 부모들을 응원한다"고 설명했다.

◇트렌드에 맞춰 변화하는 이혼 제도

이혼 전문 변호사들은 이같은 이혼의 변화 추세에 맞춰 이혼 제도 역시 점차 보완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대표적인 예로 이혼 시 전업주부의 기여도에 따라 재산을 분할하게 된 것과 부부가 협의 이혼을 신청했을 때 일정한 숙려기간이 지난 뒤 이혼이 허가되는 '이혼 숙려제도' 등을 꼽았다.

그는 "이혼 숙려제도 등의 도입으로 인해 홧김에 이혼하는 이들이 많이 줄었다"며 "이혼이 아무리 과거에 비해 쉬워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일이기에, 이같은 제도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변호사들은 이혼에 있어 유책주의가 아닌 파탄주의를 택하는 것이 옳다고도 주장했다. 한 변호사는 "장기적으로 볼 때 이혼에 있어 파탄주의를 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부부관계에 더이상 실체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강제로 부부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파탄주의에서 발생하기 쉬운 문제는 부인을 축출해내고 새로운 부인을 맞는 '축출이혼'"이라며 "이같은 문제에 대한 보완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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