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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빵 뺑소니’ 재판으로 드러난 위드마크 공식의 함정

음주사고 가해자 현장 떠난 뒤 붙잡히면 혈중알코올농도 증명 어려워
"음주 뺑소니 엄벌" 사회적 요구 속 법원·수사기관 고민 계속될 듯

(세종ㆍ충북=뉴스1) 송근섭 기자 | 2015-07-08 16:06 송고


© News1 D.B
일명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의 피고인이 특가법상 도주차량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아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가해자가 사고 현장을 벗어나 뒤늦게 관련자 증언 등을 기초로 적용한 ‘위드마크 공식’의 증거능력이 깨졌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도 이를 두고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지방법원 제22형사부(문성관 부장판사)는 8일 특가법상 도주차량·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허모(37)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다만 특가법상 도주차량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을 뿐,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도로교통법은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이상인 경우를 3단계로 나눠 그 수치가 높을수록 법정형도 높게 규정하고 있으므로 운전자의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범죄구성요건사실에 해당한다”며 “이 같은 범죄구성요건사실의 존부를 알아내기 위해서 과학공식 등 경험칙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법칙 적용의 전제가 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드마크 공식의 경우 그 적용을 위한 자료로 섭취한 알콜의 양, 음주 시각, 체중 등이 필요하므로 그런 전제사실에 대해서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된다”며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사고를 내고 도주했다가 19일만에 검거돼 사고 당시 피고인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알 수 있는 객관적 자료는 없고, 검사의 위드마크 공식 적용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과 같이 가해자가 현장을 떠난 뒤 뒤늦게 붙잡혔을 경우에도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여러 근거를 종합해 사고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피고인인 허씨에 대해 사고 전까지 술자리를 함께 했던 직장동료의 증언, 체포 당시 측정한 허씨의 체중 등을 토대로 음주량은 소주 900㎖, 체중은 67.5㎏으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사고 당시 허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0.162%라고 특정해 기소했다.

허씨는 사고 직후 달아났다가 19일만에 붙잡혔기 때문에 이 밖에 혈중알코올농도를 특정할만한 증거는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허씨 직장동료들이 증언한 허씨의 당시 음주량, 음주습관, 체중, 음주 후 사고발생까지의 시간 경과 등을 보면 검찰에서 위드마크 공식에 적용한 수치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검찰도 처음에는 허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0.260%의 만취상태로 적용했다가 재판 과정에서 이 같은 논란이 일자 위드마크 공식을 다시 계산해 0.162%로 크게 낮췄다.

결국 사고 당시 정황이나 구체적인 음주량이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가지 ‘추정’만으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한 점이 허씨의 무죄 선고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이 사건 당시나 사고 직후 피고인이 혈중알코올농도에 대해 측정한 적이 없는데다 피고인이 섭취한 알콜의 양, 음주 종료 시각, 체중 등 위드마크 공식의 적용을 위한 전제사실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이 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사고 당시 피고인의 혈중알코올농도가 공소사실과 같이 0.162%에 해당하거나, 적어도 0.1% 이상에 해당하는 점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증언 등 여러 사정을 피고인에게 극단적으로 유리하게 해석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하면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기준치에 못미치는 0.035%에 불과했다고 추정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사고 후 수일이 지난 상태에서 가해자나 관련자의 진술만으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하게 될 경우 재판과정에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술을 마시고 운전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정확한 음주수치가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으로 처벌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음주운전 사고의 경우 가해자가 현장에서 도주한 뒤 뒤늦게 붙잡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유사한 사건에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음주뺑소니 사고에 대해 사회적으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위드마크 공식 적용에 대한 수사기관과 법원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위드마크 공식의 경우 가해자·피해자 본인이나 관련자 증언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사고 후 도주한 가해자들에 대해 어떻게 음주수치를 입증해야 할지 현장에서 혼란이 심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허씨는 지난 1월 10일 오전 1시30분께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아일공업사 앞에서 술에 취한 채 자신의 SUV차량을 몰다 길을 건너던 A(29)씨를 치고 달아나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로 숨진 A씨는 사범대학 졸업 뒤 생업을 위해 화물차 기사 일을 해왔고 출산을 3개월 가량 앞둔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들고 귀가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변의 안타까움을 샀다.

허씨는 범행 19일만인 1월 29일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songks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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