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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본입찰 D-1, 관전 포인트는?…김상열 회장 '베팅 가격'

공격·안정적 베팅 2가지 전략…1조원 조달은 가능
안정 베팅, 8000억원 안팎…채권단 "매각 철회할 수도"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송기영 기자 | 2015-04-27 14:54 송고 | 2015-04-27 16:23 최종수정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사진 좌측)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뉴스1DB© News1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사진 좌측)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뉴스1DB© News1

금호산업 본입찰을 하루 앞두고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공격적인 베팅에 나설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는 사모펀드 4곳이 금호산업 본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한다. 사모펀드가 전략적투자자 없이 금호산업을 단독으로 인수하기는 불가능한 구조여서다. 금호산업에 대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MBK파트너스, IMM 등 사모펀드는 아직 전략적투자자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과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간 2파전으로 압축된 금호산업 인수전의 최대 관심 포인트는 김 회장이 입찰가격으로 얼마를 제시할지다.

◇채권단 제시금액 9000억+α…김상열 회장 "1조원 문제없어"
27일 금호산업 채권단에 따르면 내일 오후 3시 금호산업 지분(57.5%)에 대한 매각 본입찰을 마감할 예정이다. 금호산업 지분은 제3자 공개매각 절차를 거쳐 팔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복수의 후보자가 참여해야만 경쟁 입찰이 성립된다.

다만 금호산업 채권단은 인수후보자 중 한 곳만 입찰에 참여해도 가격이 적정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매각절차를 그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채권단 방침은 호반건설이 매각가격을 얼마나 써내느냐에 따라 입찰 진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금호산업 채권단이 제시한 적정 매각가격은 9000억원+α로 1조원을 조금 밑도는 수준이다.

금호산업에 대한 실사를 담당한 회계법인들은 순수 기업가치를 6000억원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8000억∼9000억원 정도가 금호산업의 적정 매각가격으로 추산된다.

업계는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임시의원총회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인수가격이 1조원에 달해도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다"고 언급한 점에 주목한다. 금호산업 적정 매각가격으로 추정되는 금액에 1000억원 이상 얹을 수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무차입 경영을 유지해온 호반건설은 현재 4400억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호반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주택사업장에 남은 잔금을 감안하면 이 회사가 동원할 수 있는 돈은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금동원 능력에 비춰봤을 때 호반건설 단독으로 1조원 이상을 금호산업 인수에 투입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다른 기업과 컨소시엄을 맺어 입찰에 참여하는지도 눈 여겨 봐야 한다"면서 "이럴 경우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매각가격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삼구 금호 회장, 자금동원 한계…사모펀드, 신세계 등 파트너 거론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쪽은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다. 하지만 금호산업 매각가격이 1조원을 웃돌 경우 박 회장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박 회장이 동원 가능한 현금 규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없다. 박 회장이 자금조달 방안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어서다. 경쟁 상대를 압박하려는 의도지만 일각에서는 부족한 현금동원 능력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박 회장의 고육지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박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지분매각으로 확보한 4000억원 가량을 금호산업 및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투입한 상황이어서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없다. 이 때문에 업계는 박 회장이 일단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재무적·전략적 투자자를 끌어 들여 자금 조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누구와 손을 잡을지는 본입찰이 끝나야 확인할 수 있다"면서 "최근 박 회장이 대관업무를 강화하며 금융권과 정재계 분위기 파악에 나선 것은 재무적투자자 영입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회장 측이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를 활용하는 인수 전략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도 나온다. 전략적투자자로는 신세계그룹이 거론된다. 신세계 광주백화점 부지는 본래 금호터미널이 소유하고 있던 땅으로 두 그룹은 2013년 이후부터 사업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채권단 "매각 철회할 수도"…김상열 회장, 베팅 가격이 '관건'
반면 안정을 중요시 여기는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경영스타일을 감안했을 때 보수적인 입찰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호반건설 자문을 맡고 있는 회계법인은 공격적인 안과 안정적인 안 두 가지로 나눠 베팅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하기로 선언한 이후 이미 얻을 수 있는 실익은 모두 챙긴 상황이다. 김 회장이 광주상의 회장에 부임하며 호남을 대표하는 기업에 호반건설의 이름을 올린 데다 금호산업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는 300억원이 넘는 차익도 남겼다.

김 회장이 지역 정서와 금호산업 기업가치 등을 감안해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입찰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 회장이 안정적인 베팅 전략을 선택했을 때 제시할 수 있는 금액은 금호산업 적정 매각가격으로 추산되는 8000억원 안팎이다.

이는 금호산업 채권단이 제시한 가이드라인 가격에 비해 2000억원 가량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금호산업 채권단 역시 김 회장이 당초 예상됐던 금액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후속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결국 김 회장이 써내는 가격에 따라 금호산업 인수전의 향방이 갈리게 된다.

금호산업 채권단 관계자는 "입찰가격이 지나치게 낮으면 매각을 철회하거나 제3자에 매각하는 방안을 염두하고 있다"며 "본입찰에 제시되는 가격을 봐야 앞으로의 일정을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aezung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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