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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병칼럼]임종룡 금융위원장 스스로 '모험자본' 돼야

금융은 규제를 완화한 만큼 큰다..현안에 결단내리고 총대메는 모습 보여야
화장실 더 짓는다고 똥냄새 안난다..똥을 싸도록 해야한다

(서울=뉴스1) 강호병 부국장 대우 겸 경제부장 | 2015-03-18 01:02 송고 | 2015-03-18 01:41 최종수정
© News1
"금리, 수수료 결정 자율성을 존중하겠다. '그러나' 과정이 공정하고 합당해야하며 단지 이익을 내기 어려워 수수료나 금리를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은행 매각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 '그러나' 우리은행 가치를 높이는게 전제조건이고 어떻게 팔아야할 지 공론화했으면 좋겠다"
"거래소체제 개편하겠다. '그러나' 코스닥을 떼내는 것은 아니다"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빠르다. '그러나' 시스템리스크는 아니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추진하겠다. '그러나' 금산분리 원칙은 유지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취임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들이다. 정말 이사람 '일'을 내겠다는 느낌이 솔직히 확 오지 않는다. 금융개혁단을 만들고 자신이 그 팀장이 되겠다 했지만 금융개혁 냄새는 물씬 나지 않는다. 또 전시행정으로 흐를까 우려마저 든다. 
아직 그가 몸이 덜 풀렸거나 메뉴를 감추고 있어 그런지 모르겠다. 적어도 지금까지 그는 예민한 현안에 '리스크 테이킹'하는 면을 보이지 않았다. 드러난 말로만 보면 평소 귀동냥 한대로 신중하고 건조한 스타일 그대로다. 그러나 그가 현안에 몸을 사리고 '리스크 테이킹'을 하지않는한 개혁에 추진력은 생길 수 없다. 

내가 알기로 한국금융이 낙후됐다는 평가를 듣는게 무슨 방도를 몰라서가 아니다. 정권이나 금융당국의 '결단'이 없어서다. 한마디로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담그지 않으려는 것이다.  

우리은행 매각만 해도 '결단'의 문제이지 논의의 문제는 아니다. 어떻게 팔지 논의를 시작한 것만 10년이 넘는다. 이제 논의하는 것 자체가 아주 지겹다. 솔직히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을 통째로 줄 곳이 없다. 그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그놈의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공무원 논리에 매달려 지금까지 저렇게 우리은행을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은행 가치를 키운다는게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그게 전제라면 또 얼마나 기다려야할까. 이미 수십번 논의하고도 남은 것에 또 공론화한다 해서 무슨 뾰족한 게 나올까.

남은 것은 경영권 지분 통매각 포기하고 나눠 파는 것을 '결단'하는 일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좀 잃더라도 좋은 지배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주주대표성과 독립성을 갖춘 이사회를 꾸리고 거기서 CEO인선과 승계를 하도록 눈을 딱 감아줘야한다. 이것을 금융위원장부터 총대를 메고 설득해야할 일이다.

하나·외환은행 통합문제도 그렇다. "노사간의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돼야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게 그의 일관된 입장이다. 금융권 수장의 말치고는 너무 건조하다. 물론 노사합의서의 효력을 인정한 법원 결정에 맞설 수는 없을 것이다. 온당치도 않다.

그러나  뒤처지는 실적에 위기감을 갖고 합병이라도 해서 돌파구를 만들어 보려는 그 주체의 심정은 좀 알아주는 말 정도는 해야하지 않을까. 위원장의 권위와 지도력은 그럴때 생긴다고 본다.

내가 알기로 자본시장법 처럼 훌륭한 정신을 가진 법이 없다. 모든 것을 하라는 것만 하도록 돼 있는 법체계에 유독 자본시장법만은 하지말라는 것만 하지 않으면 되는, 소위 네거티브 시스템 정신을 갖고 만들어진 법이다. 그러나 그 정신이 구현되고 있다고 믿는 금융인은 하나도 없다. 총론은 탈규제고 각론은 규제라는게 금융인의 생각이다.

자본시장법 조항보다 감독규정, 구두지도 같은 보이지 않는 규제가 더문제다. 헤지펀드의 경우 개인투자자의 최소한도는 5억원이다. 그리고 코넥스시장 투자를 하려면 현재는 3억원 판돈을 걸어야한다. 왜 이래야할까. 

자본시장에 관한 한 당국은 '투기'에 거의 알레르기 반응이다. 자본시장에 울렁이는 파도가 있다는 생각에 웬만하면  "수영금지"라는 팻말을 붙여놨다. 잘못하면 빠져죽는다는 생각에서다. 한걸음 더 나아가 '투자자보호'를 위해 아예 파도를 없애려 한다. 자본시장법은 분명 '투자결과는 투자자가 책임진다'고 돼 있다. 

코스피 지수선물·옵션만해도 한때 1위를 자랑하는 시장이었다. 그런데 이런 저런 사건터지고 거래승수 높이면서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워런트 파동을 겪으면서 유동성 공급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며 그 시장도 없어져 버렸다.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도 복구는 생각도 안하고 있다. 업계에서 손톱밑 가시규제라며 제발 풀어달라 했지만 요지부동이다. 금융강국의 꿈은 일찌감치 이런데서 잘렸다.

금융개혁 냄새를 진짜 풀풀 풍기려면 이런 것 부터 해야한다. 똥냄새를 진동시키려면 화장실을 더 지어야할 게 아니고 똥을 싸도록 해야한다. 

유통시장을 죽여놓고 발행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것만큼 황당한 욕심도 없다. 이것은 마치 마트나 시장이 망가져도 물건만 잘만들면 된다는 발상과 같다. 기본주식, ELS, ETF, 워런트, 지수선물옵션...모든게 활발해야한다. 다 연결된 시장이라 하나가 죽으면 다른 것도 죽는다. 

규제완화의 체감은 유통시장이 제일 크다. 거기엔 개미, 기관, 외국인 등 모든 주체가 한꺼번에 있어서다. 그런데 나오는 활성화방안이란 항상 기업공개 편하게 하고 벤처로 자금이 많이 흐르도록 하겠다고 나온다. 마치 우물파서 양수기로 퍼다 나르겠다는 것과 같다. 유통시장에 비가 오게하면 벤처로 가지말라고 해도 홍수같이 돈이 쏟아져 들어간다.

물론 부작용은 있다. 역사적으로 규제완화 뒤에 은행위기가 뒤따라 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대응방안과 함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규제는 정부나 규제당국의 보신주의에서 나오지 업계의 보신주의에서 나오지 않는다. 업계는 날뛰는 동물이다. 그들이 운동장 밖으로 엇나가지 않게 하는게 기술이다.

불특정다수 개인에게서 사적으로 기업이 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도 결단 없으면 불가능이다. 딱 사기에 이용되기 좋고 벌써 그런 것이 의심되는 사례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기능이 있기 때문에 해달라는 것이다. 금융당국 수장이 국회에 싹싹 빌어서라도 관철시키도록 팔방으로 뛰어야할 부분이다. 물론 대주주 사익이나 사기에 이용할 때는 강력한 단죄도 필요하다. 

인터넷전문은행도 금산분리를 허물지 않으면 의미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인터넷전문은행이란 핀테크를 담는 그릇이어야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 알리페이는 결제, 송금에 덧붙여 예금, 대출기능까지 하고 있다. 중국만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이라 해도 네이버나 다음카카오 등이 자기만의 색깔을 살리는 것도 아니고 그냥 금리 좀 더주는 은행자회사를 만드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럴바에야 저축은행 이용하는 게 나을 수 있다.

거래소 문제와 관련, 코스닥을 떼내 경쟁을 하게 하는 것도 시장을 키우는 괜찮은 방법일 수 있다. 서로 자기쪽으로 기업들과 투자자를 유치하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니까. 원래 분리된 것을 국제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거래소를 만들어 상장시킨다는 계획하에 합쳤다가 별 재미를 못봤다. 큰 놈 작은 놈 섞어놓으니 큰 놈에게만 관심이 간 탓이다. 

임 위원장이 일을 낸 사람이 되려면 스스로부터 '모험자본'이 되어서 가지 않은 길을 자청해 가야한다. 이리 재고 저리 재다간 죽도 밥도 안될 것이다. 금융권이 벌써 알고 냉소적으로 나올 게 뻔하다. 결단하고 선언하고 국회로 정부로 가서 집요하게 설득하고 읍소해야한다. 

금융은 규제를 완화한 만큼 큰다. 그 판도라의 상자를 임 위원장이 열어야한다.
 


tiger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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