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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위안부' 가처분 인용…法 "피해자 명예훼손"(종합2보)

나눔의 집 "법원 결정 통해 대한민국 사법정의 살아있음 확인" 환영
세종대 박유하 교수 "문제된 문구 삭제할 생각 없다…이의신청 낼 것"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정재민 기자 | 2015-02-17 18:55 송고
'제국의 위안부' 표지. /뉴스1 © News1
'제국의 위안부' 표지. /뉴스1 © News1

박유하 세종대 교수의 책 '제국의 위안부-식민지지배와 기억의 투쟁'에 대한 출판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서울동부지법 민사21부(수석부장판사 고충정)는 경기 광주 '나눔의 집'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9명 등이 박유하(58·여)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교수가 쓴 책 '제국의 위안부'에 대해 출판·판매·발행·복제·광고 등을 금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고 17일 밝혔다.
법원의 이같은 결정에 따라 앞으로 출판되는 '제국의 위안부'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자발적 매춘부', '일본군에 대한 협력자' 등에 빗대어 표현한 내용이 포함될 수 없다.

재판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군의 직접적 폭력, 납치 등으로 인해 10대 중후반의 나이에 강제로 연행됐다"며 "일본군 위안부들은 군부대 등 위안소에 끌려와서야 비로소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군은 위안소를 설치·운영·통제했고 식민체제 아래에서 헌병·경찰과 연계를 통해 수만명의 위안부를 동원했다"며 "이들이 이처럼 수송과정에 깊이 개입했다는 점에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유엔인권소위원회 보고서나 고노 요헤이 일본 관방장관 등의 담화 등을 통해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는 인정된 역사적 사실에 해당한다"며 "피해자들은 일본의 매춘부와는 달리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일본국과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로 강제 동원돼 위안소에 갇혀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도 보장 받지 못한 채 하루에 수십명의 군인들을 상대하며 성적 쾌락 제공을 강요당한 '성노예'에 다름 없는 '피해자'로서의 본질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박 교수가 책에서 위안부들에 대해 '자발적으로 간 매춘부', '일본군 위안부들은 일본군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동원돼 애국한 존재로서 일본군에 대해 협력자 혹은 동지적 관계에 있었다' 등으로 서술한 부분에 대해서 "이같은 표현들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회적 가치 혹은 평가를 중대하게 저해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권이 중대하게 침해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작가의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을 살펴보더라도 해당 부분을 삭제하지 않고서 도서가 계속 판매·배포될 경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나 인격권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위안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과는 무관한 저자 개인의 단순 의견 표명에 대해서는 출판 등 금지 신청을 기각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오른쪽부터), 이옥선, 박옥선 할머니./뉴스1© News1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오른쪽부터), 이옥선, 박옥선 할머니./뉴스1© News1

이같은 법원의 결정에 대해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54)은 "대한민국 사법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결정"이라며 "이번 결정을 통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 소장은 "박유하 교수의 책은 역사에 역행하는 모습"이라며 "결정문을 받아들여 하루빨리 할머니들에게 사죄하고 책을 폐기처분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어 "매춘부, 동지 등 할머니들에게 민감한 단어들을 삭제하라는 이번 결정은 책을 팔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결정문은 한국 사회에 법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선례"라고 덧붙였다.

반면 박유하 교수는 법원 결정에 "예견하지 못한 결과라 많이 실망했고 이의신청을 내겠다"며 "문제가 된 문구들을 삭제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페이스 북 등을 통해 "이번 사건은 실제로는 나눔의 집 소장과 고문변호사가 일으킨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보조를 맞춘 할머니들이 계시지만 결국 반 이상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의식이 또렷하지 않은 분들"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법원의 결정문이 일본군 위안부들에 대해 '일본군의 강제연행'이라고 정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런 식의 거친 오류를 범하고 만 것은 '강제연행'이라는 인식이 오랜기간 동안 자리잡아 온 결과"라며 "책에는 없음에도 원고 측이 멋대로 요약한 이야기를 마치 내가 작성한 것처럼 정리해 둔 것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지만 분명히 '명예훼손이 될 수 없고 해결을 위한 방안제시'임을 인정한 부분도 있었다"고 해석했다.

'제국의 위안부'를 출판한 '뿌리와이파리' 정종주(53)  대표 역시 이날 법원의 결정에 대해 "대단히 충격적이다"며 "오랜 시간 풀리지 않고 있는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입체적으로 살펴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학자의 연구 결과와 출판의 자유 자체를 막아버리는 것에 대해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 광주 나눔의집에서 생활하는 이옥선(87) 할머니 등 9명은 '제국의 위안부'가 자신들을 매춘부나 일본군의 협력자로 매도했다며 지난해 6월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할머니들은 1인당 3000만원씩 총 2억7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함께 가처분 신청을 냈고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박 교수와 출판사 '뿌리와이파리' 정종주 대표를 검찰에도 고소했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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