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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원포트 vs 김포공항 투포트…집안싸움 '점입가경'

인천공항, 동북아 허브공항 지위 유지하려면 김포공항 국제선 취항 없애야
김포공항, 국민편익·항공산업 위해서는 장거리·단거리 국제선 구분운영해야
국회의원간 의견 엇갈리는 가운데 정치인 출신 박완수 인천공사 사장 변수

(서울=뉴스1) 이군호 기자 | 2014-10-17 09:39 송고 | 2014-10-17 10:15 최종수정
2014.10.14/뉴스1 © News1
2014.10.14/뉴스1 © News1

우리나라 공항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집안싸움으로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동북아 허브공항 입지를 고수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한 원포트(One-Port) 전략 하에 정부의 집중적이고 정책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국공항공사는 국민 편익도모를 위해 운항거리를 현행 2000㎞에서 3000㎞로 늘리고 저비용항공(LCC)의 운항편수를 늘리는 투포트(Two-Port) 전략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집안싸움을 중재할 국토교통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박완수 전 창원시장이 신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취임하면서 정치적 결정이 임박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인천공항 원포트 vs 김포공항 투포트 누가 맞나?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원포트 전략을 내세우는 이유는 중국·일본에 동북아 허브공항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 매년 10% 이상 성장하던 인천국제공항 환승객은 지난해 9월부터 올 9월까지 1년 넘게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데 최근 13개월동안 전년 동기대비 6%(44만명)가 감소했다. 이는 개항 이래 환승객 증가세(연 10% 증가)를 고려하면 16% 이상 감소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환승객 감소의 원인은 일본 하네다공항이 운항거리 제한(1947㎞)을 완전폐지하고 유럽·중동·미주·아시아 27개 도시 국제선 운항을 전면 허용한데다, 중국이 3대 국영항공사의 국제선 확대를 승인하며서 인천국제공항을 경유했던 환승수요가 직항수송 또는 중국공항 내 환승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환승객은 2003년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영향으로 5개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6개월 등 2차례 감소세를 기록한 적이 있지만 바로 반등했다. 1년이 넘도록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분배차원에서 이뤄진 김포공항 국제선 확대가 인천공항의 환승수요를 떨어뜨린다며 원포트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공항공사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주장대로 원포트 전략이 채택되고 국내 공항산업이 조만간 포화상태에 이르게 되면 더 이상의 성장동력을 찾을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투포트전략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국민 편익도모, 해외자본의 국내 투자활성화, 관광 활성화 등을 위해 운항거리를 현행 2000㎞에서 3000㎞로 늘리고 저비용항공(LCC)의 운항편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공항공사는 상업시설로 이용되던 옛 국제선 청사의 임대 재계약을 포기하고 사업비 수십억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다. 만약 인천국제공항공사 주장대로 원포트 전략이 채택된다면 정확한 예측 없이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처지가 된다.

문제는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집안싸움이 격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중재해야 할 국토교통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항공산업을 대표하는 두 기관이 서로의 의견을 논의하고 조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관리기관인 국토교통부와의 논의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들도 원포트 vs 투포트 전략 엇갈려
여야 의원들도 원포트전략과 투포트전략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은 "김포공항의 국제선 확대는 우리나라에서 추가로 창출할 수 있는 환승수요를 감소시키고 그만큼 중국과 일본 등의 공항으로 유출시켜 주변 경쟁공항의 허브화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공항이 제2터미널 건설에 5조원을 투자하는 등 3단계 사업까지 총 12조5000억원을 투자하는 상황에서 국제선 분산은 인천공항 시설의 유휴화 가능성을 높이게 돼 자칫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의 동반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며 원포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새누리당인 강석호 의원은 투포트전략을 지지했다.

강 의원은 "단일허브(인천)에서 수도권 듀얼허브(인천, 김포)로 변경해 인천공항(중장거리 국제선)과 김포공항(단거리 국제선)의 국제선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며 "인천공항의 집적이익과 김포공항의 도심 및 지방 접근성 이익 시너지를 통해 국가경제 이익 극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인천국제공항의 경쟁력 저하를 김포공항에 돌린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외국 공항에 의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내부(김포공항)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못한 행위"라며 "지금 인천공항에게 필요한 것은 세계 각국의 신규 수요를 끌어들일 방법을 정책적으로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경우 미주와 유럽 등 국제선 직항노선을 대폭 증대하고 있고 하네다공항도 국제선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김포공항 국제선의 승객을 다시 찾아 올 생각을 할 게 아니라 외국 공항을 상대로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박수현 의원은 "미래 국가발전에 핵심이 되는 중요한 항공산업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데 이를 중재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국토교통부와 정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무책임의 전형"이라며 "더이상 국내 항공산업의 위기가 심화되지 않도록 정부의 조속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새 수장에 정치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박완수 전 창원시장이 선임되면서 앞으로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 신임 사장은 올해 지방선거에서 친박(친박근혜)계의 지원을 받아 새누리당 경남도지사 경선에 나갔다가 홍준표 현 지사에게 패해 고배를 마셨으며 이번 사장 공모 때는 새누리당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즉 원포트 또는 투포트 전략을 결정할 때 정치적 의사결정이 결정적으로 개입될 수 있는 공산이 커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한 항공산업 전문가는 "인천국제공항의 환승객 감소 추세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여 빠른 시일내에 원포트 또는 투포트 전략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정부가 이를 정치적으로 풀 가능성이 높아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gu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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