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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오는 요우커③] 지갑 열려 웃음꽃 피지만…눈살도 찌프리고, 혀도 차고

금연구역 배짱 흡연, 적발해도 과태료 부과 현실적 불가능
'쇼핑'위주 관광…정작 한국인은 다른 매장 찾아야
지속적 계도에도, 쓰레기 투기 등 공중도덕 준수 미흡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2014-10-08 20:50 송고 | 2014-10-28 14:36 최종수정
올해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동안에 중국 관광객 약 16만명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뉴스1 자료사진) © News1 양동욱 기자
올해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동안에 중국 관광객 약 16만명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뉴스1 자료사진) © News1 양동욱 기자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반갑기도 하지만 곳곳에서 눈살이 찌푸려지고 혀를 찰 일도 적잖이 생기고 있다.

요우커들은 중국 국경절(10월1~7일)을 맞아 한층 쇄도하고 있는데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번 국경절을 맞아 한국을 찾은 요우커는 16만3500여명으로 추산된다. 전년도 국경절 대비 38% 증가한 수치다.


요우커의 관광 특성이 '쇼핑'에 집중되면서 백화점, 상점 등은 당연 웃음꽃을 피우고 있으나 그러려니 하고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응달도 드러나고  있다.


◇ 중국인들의 '애연가' 면모, 금연구역에서도 버젓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일대. 쇼핑을 마친 후 잠시 쉬거나 일행을 기다리며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중국인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백화점 측에서 금연구역을 뜻하는 그림과 영어, 한자로 표기된 안내문을 곳곳에 설치했음에도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백화점 화단, 지하철 출구 등에서 흡연을 하는 요우커의 모습은 크고 작은 쇼핑백을 들고 줄지어 앉아 있는 것만큼이나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다.


백화점에서 안내, 환경미화 등을 담당하며 거리에서 늘 이들을 마주하는 직원들은 누구보다 요우커들의 흡연실태를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국경절을 맞아 요우커가 더욱 늘어나면서 길거리 흡연도 심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금연 안내문에서 불과 1~2m 떨어진 곳에서 흡연하던 한 중국인 여성에게 담배를 꺼달라고 요청하고 막 돌아서는 백화점 안내요원 A씨가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하루 평균 10여 차례, 흡연하는 중국인 관광객에게 금연구역임을 알리고 했는데 그 일 자체가 국경절을 맞아 2~3배는 늘어났다"고 했다.


그는 "중국인 관광객에게 금연구역임을 알리면 일부는 미안함을 표현하지만 대부분이 보란 듯이 마저 남은 담배를 피운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백화점 측이 설치한 금연구역 안내표지판. 2014.10.06/뉴스1 © News1 
백화점 측이 설치한 금연구역 안내표지판. 2014.10.06/뉴스1 © News1 
 청소업무를 하는 직원 B씨는 "(중국인 관광객) 10명 중 7명 이상이 담배를 피운다고 보면 된다. 청소를 하다가 금연구역임을 지적하면 그 순간에는 다들 알았다고 하지만 다시 돌아보면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담배를 피우는 요우커들의 뒤꽁무니만 종일 따라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실제 이들이 다른 업무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한 중국인 관광객은 백화점 정문으로 이어지는 길에서 담배를 피웠다. 누구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흡연을 한 중국인 관광객에게 '금연구역임을 알고 있었냐'고 묻자 그는 '이해해달라'는 뜻인듯 그저 기자의 어깨를 툭 친뒤 일행과 함께 자리를 떴다.


직장인을 비롯한 유동인구가 많은 이곳에서 이같은 중국인 관광객의 흡연행태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불편함과 거북함으로 이어진다.


이런 문제를 고심하던 서울 중구청은 지난 1일 요우커들로 발 디딜 틈 없는 남대문로길을 금연거리로 지정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한국은행까지 약 490m 직선거리 구간과 맞은편인 한국전력공사와 서울중앙우체국에 이르는 대로변에서 전체적으로 흡연이 금지된 것이다.


오는 12월말까지 홍보 및 계도활동 기간을 거쳐 내년 1월부터는 적발되면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정작 요우커들의 길거리 흡연을 효과적으로 자제시킬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아 보인다. 설사 중국인 관광객이 내년에 이곳에서 여전히 담배를 피운다고 할지라도 과태료 부과가 어렵기 때문이다.


단속업무를 하는 구청 관계자는 "국내 체류기간이 짧고 일정한 거주지도 없으며 신분확인이 어려운 중국인 관광객에게 과태료를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단속업무는 내·외국인을 가릴 필요가 없다. 외국인도 분명 단속을 해야하고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언어소통의 문제도 있어 외국인을 대상으로는 주로 계도활동을 펼친다"고 했다.


정부가 관광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악의적인 과태료 부과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외국인 관광객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공질서 위반 행위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지난 2012년 '과태료 사전통지서 PDA 현장 발급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계좌이체 등 납부가 어려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즉시 현장에서 납부가 가능하게 준비를 해왔다.


뉴스1 확인결과 지난달 29일 신용카드로 현장결제가 가능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탑재된 새 단말기 100대가 보급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내 은행에서 발급된 신용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한 상태라 외국인 관광객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아직은 먼 얘기다.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을 맞아 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아 쇼핑 등을 즐겼다. (뉴스1 자료사진)  © News1 양동욱 기자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을 맞아 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아 쇼핑 등을 즐겼다. (뉴스1 자료사진)  © News1 양동욱 기자

◇ "다 팔리고 없어요", 명동은 중국 전용 판매장?


중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동에서 중국어로 된 간판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요우커에게 인기가 좋은 각종 화장품 상점 직원들은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뽐내며 상품을 설명한다.


애시당초 화장품 살 생각이 가득했던 요우커들은 당연히 지갑을 연다. 심지어 중국인 관광객은 자신에게 필요한 물품을 1개씩 구매하지 않고 최소 5개에서 많게는 10개까지 산다.


값싸고 질 좋은 한국 화장품을 그만큼 오래 쓰고 싶어서일까. 조금 더 들여다보면 꼭 그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화장품 가게 업주는 "물품을 여유있게 구매한 후 중국에 돌아가 인터넷 등을 통해 재판매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1+1 같은 행사 상품의 경우 한 사람에게 팔 수 있는 분량이 정해져 있어 품귀 현상을 빚기도 한다.


명동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여)씨는 "늘 사용하던 제품을 사기 위해 명동 화장품 매장을 무려 다섯 군데나 돌았으나 해당 물품이 다 팔려 구매할 수 없었다"며 "매장 직원에게 물어보니 해당 제품이 1+1 행사제품으로 선정돼 중국인 관광객들이 싹쓸이 구매를 해버린 상태였다"고 했다. 


뿐만 아니다. 일명 보따리상들이 명동은 물론 전국 일대를 돌면서 선점한 화장품을 중국으로 돌아가 값싸게 판매한다.


한 화장품 매장의 매니저는 "중국인 관광객이 들어와 '이거 진짜냐', '중국보다 비싸다' 등의 말을 할 때가 많다"며 "이게 다 보따리상인 때문인데 당장 브랜드 이미지 등에 손해가 생기는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한편 명동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일부 업주들은 관광객이 급증한다는 이미지 때문에 건물주가 영업이 잘 되는 것으로 보고 임대료를 해마다 높인다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 관광지 내 무질서, 하루이틀 문제 아냐


최근 한국관광공사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고궁 내에서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는 등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아 타 관광객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민원이 자주 접수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관광공사는 중국지사를 통해 현지 관광업체에 한국 여행 시 지켜야 할 점 등에 대한 계도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또 한국 여행업체를 상대로도 여행 시 공중도덕을 잘 지켜달라는 안내문을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관광공사 관계자는 "계도와 교육을 꾸준히 하고 있으나 매번 관광객 등이 바뀌는 탓에 완벽하게 정착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이들이 이동수단으로 이용하는 관광버스로 인한 도심주차난도 해마다 지적되는 문제다. 지난해 발표된 외래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 중 단체 관광객은 42% 가량이다.


롯데백화점 앞 중국인 관광객을 태우기 위해 줄을 선 관광버스 행렬. 2014.10.08 © News1 
롯데백화점 앞 중국인 관광객을 태우기 위해 줄을 선 관광버스 행렬. 2014.10.08 © News1 
이에 따라 서울시는 올해 국경절을 맞아 4대문 안 7개 권역에서 운영되는 관광버스 전용 주차공간을 이용하는데 따른 특단의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시는 경복궁 입구 5명, 동대문디자인플라자 2명, 롯데백화점 앞 5명 등 국경절 기간 동안 모범택시 운전자 30여명을 투입해 전용 주차공간 안내 및 분산 주차를 유도했다.


또 ▲경복궁 ▲인사동 ▲삼청동 ▲종묘 ▲북촌한옥마을 ▲창덕궁 등 주요 관광지 주변에는 8개조 단속원 16명, ▲서소문로 ▲세종대로 ▲남대문로 ▲신라호텔 ▲동대문 ▲을지로 롯데백화점 ▲퇴계로 한국의 집 등에는 12개조 24명 등을 배치해 하루 종일 이 구간을 상시 순회하며 안내·단속을 진행했다.


시 관계자는 "국경절 기간 동안 관광버스 주차 문제로 인한 민원 접수는 거의 없었다"며 "해당 기간 동안 안내요원들이 관광지 주변에 주차가 가능하도록 분산시켜 집중을 막았다"고 말했다.




cho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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