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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부터 학위 논문 통과까지’…원스톱 ‘학위장사’

(전주=뉴스1) 박효익 기자 | 2014-09-25 16:34 송고

학위 논문을 대필해 준 혐의로 기소된 의대 교수들이 논문대필 뿐만 아니라 학사과정 전반에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25일 전주지방검찰청 형사2부(부장 최헌만)에 따르면 A(51)씨 등 전북 모 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11명은 배임수재,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개업의 또는 레지던트 과정의 전공의 등 지속적으로 수업에 출석하기 어려운 대학원생들에게 출석, 과제물, 시험, 논문작성에 필요한 실험, 논문작성 및 논문심사 통과 등 학위취득 과정 전반에 걸친 편의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다.

◇의대 ‘학위장사’의 A~Z

A씨 등은 정상적으로 수업에 출석하지 않은 학생들에 대해 모두 출석한 것으로 처리하고, 행정조교를 통해 인터넷 강의 수강신청 및 수강을 대신 관리했다. 또 시험과 관련해 예상 문제를 알려 주고,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줬다.
논문에 필요한 실험 및 결과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도 교수들의 역할이었다. 논문 작성에 필요한 주제를 선정하고 소속 연구원이나 대학원생들로 하여금 논문 작성에 필요한 실험을 하게 한 뒤 그 결과를 정리해 논문 기재례와 함께 제공했다.

대필된 각 논문은 실험 재료만 다를 뿐 주제와 구조가 서로 매우 유사했다. ‘OO세포 분화에 XX가 미치는 영향’, ‘OO세포 분화에 YY가 미치는 영향’, ‘OO세포 분화에 ZZ가 미치는 영향’ 등으로 기존 논문의 기재례와 새로운 실험 데이터가 있으면 논문 작성이 어느 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논문 대필은 대학원생들이 작성한 초안을 받아 완성해 주는 방법과 연구원들이나 교수가 처음부터 직접 나서 논문을 100%로 작성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논문 발표 시 언급할 내용까지 상세히 적은 논문발표용 파워포인트 슬라이드까지 만들어서 제공한 경우도 있다.

지도 교수와 논문을 대신 작성한 교수 등은 대필논문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해당 논문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합격 판정을 내렸다. 박사 5명, 석사 3명으로 구성된 논문 심사위원의 전원이 대필논문에 연관된 교수들인 경우도 있었다.

이 대학 학칙에는 논문 심사를 위해선 예비심사를 1회 해야 하고, 석사과정은 2회 이상, 박사과정은 3회 이상 본심사를 해야 하며, 본심사와 병행해 구술시험도 실시토록 규정돼 있으나, 이 같은 절차가 지켜지지도 않았다.

교수들은 자신이 작성한 논문을 학회지에 게재하는 과정에서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을 공동저자로 등재시키기도 했다. 박사논문 심사를 청구할 경우 학회지에 2회 이상 논문을 게재한 실적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사학위를 취득하면 그 논문을 학회지에 게재하게 되는데, 그때 대학원생을 공동저자로 학회지에 게재하는 식이다.

◇교수들, 품앗이로 ‘교비연구비’ 챙겨

또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교수를 학회지 게재 논문에 책임저자(교신저자)로 올리기도 했다. 해당 교수에게는 연구실적을 제공하고, 본인 또한 해당 교수를 통해 교비연구비를 받아 챙기기 위해서다. 이런 수법으로 A씨 등이 챙긴 돈은 총 6000만 원에 달한다.

저자로 등재되는 교수는 노력 없이 연구 실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실험실 등이 없이 실험을 할 여건이 안 되는 교수들은 연구실적을 쌓기 위해 논문저자로 이름을 오리는 것을 적극적으로 희망한다고 한다.

또 실제 연구를 수행하고 논문을 작성한 교수는 ‘교수 1인당 1년에 1회’에 한해 교비연구비를 지급한다는 제한을 피해 다른 교수를 통해 교비연구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 학회지들은 논문을 게재할 때 공동연구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명시하도록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검찰이 압수한 교수 등의 컴퓨터에서는 교비연구비를 신청할 교수 이름과 순번이 적힌 표가 발견되기도 했다. 교수들이 연구 기여도와 관계없이 정해진 순번에 따라 교비연구비를 신청해 수령했다는 의미다.

◇연구실 운영 위해 ‘학위장사’ 했다?

교수들이 2007년 3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총 11명으로부터 논문 대필 및 논문 심사 편의제공 대가로 받은 돈은 총 9340만원. 그러나 제자들과의 은밀한 거래가 주로 현금으로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액수가 더 클 수도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또 일부 범행은 공소시효 만료로 공소사실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교수들은 학생들로부터 논문대필 등의 대가로 받은 돈과 타인 명의로 부당 수령한 교비연구비 대부분을 소속 연구원의 인건비, 대학원생들의 등록금 등 교실 운영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소속 연구원의 인건비, 대학원생들의 등록금 등은 그들을 고용해 이익을 얻는 교수들이 부담해야 하는 것들이다. 결국 교수들이 해당 금액만큼 자신들의 지출을 줄여 개인의 이익을 취한 셈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교수들이 교실 운영을 위해 개인적으로 비용을 부담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 오로지 논문대필의 대가와 교비연구비만으로 교실 운영비를 충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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