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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결혼풍속도] '브라이덜 샤워', 한 번뿐인 추억인가? 허영인가?

'미드' 따라한 사치성 문화" vs "준비하기 나름, 평생 한 번뿐인 추억"
'화려한 행사' 안하면 없어 보일까봐...결혼 과정서 새로운 부담 되기도
통과의례나 필수 코스로 변질될까 우려도

(서울=뉴스1) 류보람 기자 | 2014-09-05 16:57 송고 | 2014-09-05 20:11 최종수정
2014.09.04/뉴스1 © News1
2014.09.04/뉴스1 © News1


지난 4월 결혼한 대학원생 서모(28·여)씨는 결혼 후 남편과 유학을 떠나기 전 친구들과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어 결혼식을 앞두고 '브라이덜 샤워(신부파티)'를 준비했다.
모인 인원은 서씨를 포함한 단짝 친구 3명이었다. 수소문 끝에 서울 시내 호텔들이 제공하는 '여성들을 위한 파티' 패키지 상품 중 하나를 택했다.

3인 기준 상품 가격인 42만원에 파티용 풍선과 생화 장식을 신청하니 12만원이 더해졌다. 세금과 봉사료를 포함하니 호텔 비용은 금세 60여만원으로 뛰었다.

호텔 패키지에서 제공된 내용은 객실 1박과 조식권, 와인 1병과 케이크, 카나페 같은 간단한 핑거푸드 등이었다.

여기에다 신부와 들러리들이 입을 의상을 빌리고, 미용실에 들러 머리 손질과 메이크업을 받는 데 1인당 15만원 가량이 추가로 들었다.
'스냅'이라 불리는 사진작가 초대 비용, 준비 과정을 도와준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답례품을 준비하는 데도 40만원 가량이 들어 서씨는 파티에 총 150만원 가량을 썼다.  

서씨는 "평소라면 하룻밤 파티 비용으로는 쓸 수 없었을 금액이지만, 결혼식은 평생에 한 번 있는 행사란 생각 때문에 화려하게 치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브라이덜 샤워(Bridal Shower)'란 신부를 선물과 수다로 샤워시킨다는 뜻에서 유래한 말로, 결혼 전 신부 친구들이 선물을 가지고모여 축하하는 서양 풍습이다.

16세기 유럽에서 가난한 신부에게 친구들이 십시일반으로 살림살이와 지참금을 모아 준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지만, 지금은 신부가 사전에 원하는 선물 목록을 만들면 친구나 지인들이 선택해 파티 때 선물해 주는 방식으로까지 변화했다.

이러한 서양 풍습이 2008~9년쯤부터 미국 드라마 '가십 걸', '섹스 앤 더 시티' 등을 통해 국내에도 알려지면서 결혼을 앞둔 20, 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날로 느는 수요를 놓치지 않고 있다.

주요 호텔들은 풍선장식과 와인 등을 더한 파티 패키지를 내놓아 손님들을 끌고 있다. 최근에는 파티룸을 운영하는 업체나 펜션 등도 특색 있는 공간을 준비해 '예비신부 공략'에 뛰어들고 있다.

음식을 준비하는 케이터링 업체나 사진촬영 업체들도 앞다퉈 브라이덜 샤워 상품 판매에 나섰다.

파티의 중요한 목적이 '특별한 사진 남기기'인 만큼 사진 촬영 상품은 가격도, 구성도 천차만별이다.

장소를 별도로 마련해 사진작가를 섭외할 경우 2~3시간에 20만원 안팎이, 스튜디오를 몇 시간 빌려 사진을 찍는 데는 30만원 이상이 드는 경우가 많다. 인화나 기념앨범 제작까지 더해지면 비용은 더 올라간다.

모 결혼준비업체 관계자는 "최근 결혼식 전 브라이덜 샤워 파티를 문의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결혼 준비 상품과 결합하거나아예 파티만을 떼어내 스튜디오, 미용실 등 복잡한 과정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이덜 샤워 판촉을 위해서는 결혼식과 마찬가지로 마케팅 과정에서 '평생 한 번뿐'이라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하기도 한다.

여성들만 가입할 수 있는 결혼 준비 인터넷 카페들에서는 "유명 스튜디오라던 곳이 실상은 결혼준비업체와 계약한 곳일 뿐이었다", "자세히 알아보기 바빠 업체에 일임했는데 너무 비싼 미용실을 구성에 포함했다"는 등의 불만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여성들이 친구들과 함께 한 번쯤 화려한 파티의 주인공이 돼 보고 싶어하는 마음 자체에는 공감을 표하는 의견이 많다.

2012년 결혼한 임모(29·여)씨는 "결혼식 당일에는 부모님 손님이나 직장 사람들도 많고, 경황이 없다 보니 친구들과 인사 나누고 사진 한 장 찍기도 쉽지 않았다"며 "동성 친구들과 그런 기억을 남기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남성들 역시 무분별하게 분수에 넘치는 비용을 쓰지 않는다면 대체로 찬성한다는 쪽이었다.

직장인 오모(27)씨는 "SNS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면 결혼 전 친구들과 추억도 쌓을 수 있는 것 같고 남자들처럼 술만 마시는 혼전 파티보다는 좋아 보인다"면서 "참석할 신부의 친구들을 알고 있는 만큼 장소와 와인 정도는 흔쾌히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모(30)씨도 "친구들끼리 비용을 분담하고 추억을 만드는 데 반대하진 않는다"면서 "부모님이나 남편에게 부담을 지우지만 않는다면 나쁠 것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화려하게 치르는 '브라이덜 샤워'가 결혼 과정에서 또 하나의 당연한 통과의례나 필수 코스처럼 변질될까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이모(27·여)씨는 "추억을 나눈 친구에게 성대한 파티를 열어주고 싶은 마음이야 왜 없겠느냐"면서도 "수입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매달 어쩔 수 없이 내야 하는 경조사비가 만만치 않은데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교사 윤모(26·여)씨는 "비용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행사 자체가 아니라 드레스를 입는 화려한 파티를 경험해 보고픈 환상 때문"이라며 "한국에서 평범한 사람들에게 그런 파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딱히 없다 보니 특별한 날에라도 좀 무리해서 젊은 시절 추억을 남기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모(31)씨는 "사치스런 파티가 결혼식에서 으레 하는 유행으로 번질까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며 "서양 문화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취지를 살리면서도 실정에 맞게 축하하는 행사를 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pad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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