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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만 보면 가슴이 '바운스'"...김주하 농협은행장 신바람을 일구다

성과보상제, 파격인사..조직에 파격을 넣다
올해 명칭사용료 외에 4000억 규모 순익 예상

(서울=뉴스1) 이현아 | 2014-07-28 10:41 송고 | 2014-07-30 13:21 최종수정
"요즘 우리 직원들이 예뻐죽겠습니다"

김주하 NH농협은행장은 만나자 마자 대뜸 직원들 자랑부터 했다. 취임후 3개월후인 올 4월 이후부터는 실적수치가 좋아지면서 요즘 가슴이 '바운스 바운스' 뛴단다. 그도 그럴 것이 농협은행 실적은 최근들어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올 상반기중 농협은행의 수신은 11조2000억원 늘었다. 신탁까지 합치면 전체 14조원이 증가했다. 금액과 증가율 면에서 은행권 1위다. 또 비대출영업 부문에서도 1위를 줄줄이했다.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및 수수료 수입, 올들어 처음 선보인 소득공제장기펀드 판매실적,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액면에서 1위를 달렸다.

여신 역시 최근 두달여 사이에 4조3000억원 늘었다. 이외 변화도 많다. 금융권서 대포통장 발생비율은 지난 3월 20%에서 7월 1.1%로 급감, 대포통장 단골은행이란 오명도 벗었다.

올초 부임한 김주하 NH농협은행장은 성과보상제 도입,  발탁인사 등으로 은행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있다.  사진=뉴스1 오대일기자
이제 NH농협은행이 ‘은둔의 은행’이란 말은 옛말이 됐다. 이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김 행장이 있다. 김 행장은 "취임한 이후 초반에는 은행장이라기 보다는 사고처리반에 가까웠다"고 회상했다. 올들어 영업실적이 턴어라운드 하고 있는 것에 대해 김 행장은 “어려움을 겪은 후 서로가 합심해 같이 열심히 뛰다보니 성과로 좋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성과보상제 도입, 발탁인사...조직에 파격을 넣다
 
김 행장은 부임 후 농협은행의 공무원같은 업무분위기를 진취적으로 바꾸기 위해 조직에 파격을 가했다.
우선 농협은행에서 최초로 성과보상제를 도입했다. 목표를 제시하고 그것을 달성하는 직원에게 포상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우선 비이자수익 부문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했고 결과가 좋아 다른 부문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 행장은 "올해 상반기 비이자이익의 수치가 좋아진 배경 중 하나가 성과보상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목표를 정하고 목표치를 100% 달성하면 기본포상급을, 목표보다 20% 초과 달성하면 추가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작은 비이자이익이었고 이제부터 테마를 정해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두가 화합해서 좋은 직장을 만드는 것은 좋지만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이 구분되는 것은 중요하다"는게 그의 소신이다. 김 행장은 "농협은 안정된 직장이란 인식이 강한데, 직원들을 시달리게 하지는 않겠지만 제 역할을 잘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격은 인사에서도 구현됐다. 김 행장은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민경원 지점장(안양 1번가)을 부행장으로 발령냈다. 무려 3단계를 뛰어넘는 승진이다. 민 부행장은 지점장 재임중 업적평가 1위를 6회 달성하는 등의 성과로 우수 경영자상을 5회 수상하기도 했다.

"누구나 노력하면 본부장, 부행장이 될 수 있는 은행”으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였다.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농협은행도 과거에는 지점장을 한 뒤 지역본부장을 거쳐야 임원이 되는 게 당연했다. 그런 면에서 민 부행장의 승진은 “상징적”이다. 김 행장은 “직원들이 민 부행장을 보고 나도 저렇게 열심히 하면 영업점에 있어도 본부장이 되고 부행장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가질 수 있게 됐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 쪽집게 영업코칭..농식품기업에서 블루오션을 찾다

농협은행이 턴어라운드 한데는 김 행장의 실전 ‘훈수’도 한몫했다. 예를 들어 공공금융의 경우 눈앞의 지방자치단체 금고계약을 유치하는 것 뿐 아니라 구내 공무원 급여이체 계좌를 끌고 오도록 했다. 또 소장펀드나 비이자부문 상품을 판매할 때도 그 고객의 급여이체 계좌를 유치하는데 공을 들이도록 했다. 비이자부문의 영업1위가 그 결과다.

경험이 밑천...김주하 농협은행장은 농식품기업에서 블루오션을 찾았다 사진=뉴스1 오대일 기자
‘쪽집게’같은 이같은 감각은 농협에 말단 직원으로 입사해 은행장까지 올라간 33년 경험에서 우러난 것들이다. 그는 본부장, 지점장은 물론 지점의 행원에게도 수시로 전화하거나 찾아서 물어본다. 행장이 ‘구석 구석’을 아니 직원도 긴장한다. 전략회의를 할 때도 그는 “총론을 얘기하지마라, 각론 중에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것에 대해 얘기하자”라고 강조한다.

이같은 분위기는 은행에 보탬이 되는 소중한 자산을 늘려줬다. 올 상반기 농협은행의 저원가성예금의 월평균 증가폭은 2조9600억원이었다. 저원가성 예금(LCF·low cost funding)이란 0%대의 낮은 금리를 주는 수시입출식 예금을 말한다. 지급 이자가 거의 없어 은행으로서는 순이자마진(NIM)을 높이는 핵심 역할을 하는 예금이기 때문에 은행들이 사활을 걸고 늘리려는 부분이다.

농식품기업에 대한 여신도 김 행장이 오랜 농협맨으로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찾아낸 ‘블루오션’이다. 농협은행의 농식품기업 여신 잔액은 올해 6월말 현재 12조3160억원이다. 올 상반기에만 1조원 넘게 급격히 늘어났다. 연체율이 0.7% 이하를 유지할 정도로 안정적인 먹거리로 자리잡았다. 농식품기업에 특화된 여신심사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별도의 심사팀도 운영중이다.

김 행장은 "농식품 기업에 관한 한 우리가 전문가"라며 "농협은행이 잘할 수 있는 분야이고 농협은행만이 동반성장을 이뤄나갈 수 있는 분야"라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농식품기업에 무료 컨설팅과 맞춤형 경영진단도 해주고 있다.

◇ 명칭사용료 외에 올해 4000억원 규모 순익 예상

기업금융과 관련해 농협은행은 상처가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2001년 처음으로 기업금융에 뛰어들었다. 1998년 환란이후 여러 은행들이 합병되고 기업금융과 소매금융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기업금융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그러나 늦은 만큼 노하우와 준비는 부족했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와 조선해운 등 경기민감 업종 대출에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PF 대출 9조4000억원에서 난 손실만 1조7700억원 가량 됐다. 농협은행은 이를 그간 나눠 털어왔다. 올해 3000억원 더 상각하면 연말 3000억원 수준의 고정이하 여신만 남는다.

김 행장은 "지금까지는 과거 부실을 털어내는 과정이었고 내년부터 진짜 정상경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올 상반기중 STX 등 대손충당금으로 쌓은 4271억원과 명칭사용료 1463억원을 빼면 약 1110억원의 당기순이익이 나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어 “STX 변수로 당초 목표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터닝포인트가 만들어진 만큼 올해 연간 4000억원의 순이익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주하 농협은행장은...

1981년에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33년을 농협조직에 근무하며 잔뼈가 굵었다. 여신지원부팀장, 남대문기업금융 지점장, 부천시지부장, 금융기획부장, 심사부장 등 신용(금융사업) 부문에서 한 길을 걸어왔다. 
김주하 NH농협은행장. 33년 농협맨이다.  사진=뉴스1 오대일기자
온화한 인품으로 직원들에게도 '살인미소' 상사로 불린다. 늘 직원들을 격의없이 대해 직원들은 옆집 아저씨, 큰 아버지, 형님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외부에 나갈 때 수시로 영업점을 방문해 격려한다. 출근길에는 매일 한두명 정도 지점점장과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직원들이 모이는 곳을 찾기도 즐겨한다.

그는 ‘금융업은 '돈장사'가 아닌 '사람장사'’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단순히 돈을 세고 버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통해 가치를 만들고 그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금융업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매일 아침 역사서를 읽으며 조직 운영에 필요한 혜안을 얻고 있다. 인문학서도 탐독하고 강의도 한다. 인문학을 통해 농협은행이 '사람 냄새 나는 조직'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소망에서다.

(약력) △1955년 경북 예천 생 △1974년 대창고 졸업 △1979년 숭실대 법학과 졸업 △1981년 농협중앙회 입사 △2004년 남대문기업금융지점 지점장 △2008년 부천시지부 지부장 △2009년 금융기획부장 △2010년 심사부장 △2011년 금융기획부장 △2012년 금융지주부사장(경영기획총괄) △2014년 농협은행장


hy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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