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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노역 논란' 고질적인 향판 문제 해결될까(종합)

허재호 전 대주 회장 노역장 일당 5억…'지역법관'의 판단
지역 '유착관계' 등 고질적 향판 문제 개선 필요 지적
대법원 "지역법관제 개선 방안 적극 검토하겠다"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2014-03-25 08:31 송고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미납한 벌금과 세금을 징수하기 위한 유관기관 합동회의. © News1 송대웅 기자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1일 환형유치금액 5억원 책정을 놓고 불거진 '황제노역' 논란이 지역법관제(향판)의 적정성 문제로 번지고 있다.
오랫동안 한 지역에서 근무하면서 형성된 '유착관계' 등 고질적인 향판 문제를 이번 기회에 손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 전회장은 대주건설과 대주주택의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2005∼2006년 법인세 부담을 덜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해 508억원 규모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여원을 선고받았다. 1심의 환형유치 금액은 2억5000만원이었다.

하지만 2심은 허씨가 포탈한 돈을 그룹 계열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한 점, 혐의를 모두 인정한 점, 그룹 구조조정을 성실히 추진한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줄여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여원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허 전회장이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5억원을 1일로 환산해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했다.

벌금 액수와 상관 없이 미납할 경우 선고하는 노역장 유치기간은 최장 3년이다. 이에 따라 2008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으면서 1일 기준금액이 1억1000만원으로 벌금 미납시 최대 1000일 동안 노역장에 유치될 수 있었다.

그런데 허 전회장의 경우 고액의 벌금에도 불구하고 환형유치금액을 일반인의 1만배인 5억원으로 책정했다. 이에 따라 허 전회장이 벌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노역장에 유치되는 기간은 단 50일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항소심 재판장의 판단 기준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허 전회장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맡았던 장병우 광주지법원장이 오랜기간 광주에서 근무해 온 '향판'으로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은 더욱 더 거세졌다.

장 원장은 1985년 광주지법에 부임한 뒤 두차례 순천지원에서 근무한 것을 제외하고는 광주에 머무른 대표적인 '향판'으로 꼽힌다. 당시 광주고법 형사1부 재판장을 맡으면서 광주에 기반을 둔 대주그룹에 대한 '봐주기 판결' 의혹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지역법관제는 잦은 전보인사에 따른 재판 지연을 최소화하고 판사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법관 본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 다른 지역 법원으로 전보되지 않는 제도다.

2004년 종전의 관행을 법관 인사제도로 체계화 한 뒤 대전·대구·부산·광주고법 관할 4개 지역에서 시행 중이다.

지난해 8월말 기준 권역별 지역법관의 비율은 대전고법 38%, 대구고법 46%, 부산고법 31%, 광주고법 27% 등으로 대구고법에 가장 많은 '향판'이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향판은 그동안 전관예우와 함께 법조계에서 해결해야 할 고질적 문제의 하나로 손꼽혀왔다. 오랫동안 한 지역에서 근무한 향판들이 학연·지연으로 맺어진 지역 변호사나 유지들과 유착해 각종 비리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에는 선재성 전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가 지역 변호사에게 사건을 알선한 혐의 등으로 기소되면서 '향판'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선 전 부장판사는 광주지법 수석부장 재직 당시 법정관리기업 감사에 자신의 중고교·대학 동창인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알선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기소됐다.

그러나 지난 2011년 9월 선 전 부장판사가 재직한 광주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그해 11월 검찰은 "항소심 재판지를 서울로 변경해 달라"고 요구했고 대법원이 사상 처음으로 이를 받아들여 2심은 서울고법에서 진행됐다.

2심 재판부는 "선 전 부장판사가 (아는) 변호사를 찾아가 상담해보라고 말한 행위는 직무상 관련이 있는 사건수임에 관해 특정변호사에게 소개·알선한 것"이라며 1심을 깨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향판에 대한 비판은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76)씨 사건에서 다시 불거졌다. 1000억원대 교비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이씨는 석연찮은 보석 결정으로 풀려나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특히 이씨에게 보석허가를 내준 순천지원 부장판사도 이씨의 큰 사위와 서울대 법대 선후배이자 연수원 동기로, 법관의 대부분을 광주와 순천에서 보낸 향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역법관제로 인해 국민 전체의 법 감정에 반하는 재판이 이뤄진다는 오해와 비판이 있다면 개선방안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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