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황제노역' 논란…법원, 대대적 개혁 논의(종합2보)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노역장 일당 5억원…비난
노역장 유치 최대 3년·일당 액수 법관 재량 책정 가능
환형유치·지역법관 문제점 인식…개선방안 논의키로

(서울=뉴스1) 여태경 기자, 전준우 기자 | 2014-03-25 07:28 송고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노역장 일당이 일반인의 1만배인 5억원으로 알려지면서 '황제노역' 논란이 촉발되자 대법원이 환형유치(換刑留置) 제도의 대대적인 개혁에 나섰다.

대법원은 벌금을 내지 못하면 대신 교정시설에 노역하는 제도인 환형유치와 관련해 국민들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방안을 위해 전방위적인 논의에 들어갔다고 25일 밝혔다.
이를 위해 오는 28일 열리는 전국 수석부장판사회의에서 환형유치 제도의 운영에 관한 적정한 기준 마련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대법원은 수석부장회의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각급 법원에서 형사실무연구회 등 내부 연구회를 통해 합리적인 운영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법원 측은 "현재 국회에 일수벌금제 도입에 관한 법률이 발의된 상태인데 일수벌금제를 비롯한 다양한 제도 개선방안에 관해 심층적인 연구를 해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적정한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수벌금제는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총액벌금제와 대비되는 제도로, 소득과 재산을 고려해 벌금을 차등부과한다.
서울중앙지법도 지난 21일 열린 형사부 법관 워크숍에서 1월1일부터 기소된 사건부터 물가상승, 평균 일용노임 변화 등을 고려해 환형유치 금액을 1일 10만원으로 상향하는 것에 법관 전원이 일치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또 양형연구회(회장 최종두 부장판사)는 특경가법상 조세 위반 등 혐의로 고액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 노역장 유치일수의 하한기준 설정 방안, 노역장 유치기간만으로 주문을 특정하는 방안, 독일식 일수벌금제도 도입 필요성 등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을 논의한 뒤 4월 초쯤 발표할 예정이다.

형법 제69조에 따르면 벌금은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내야 한다. 이를 내지 못하면 1일 이상 3년 이하의 기간 노역장에 유치돼 숙식을 하며 작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노역장 유치기간이 최대 3년으로 규정돼 있고 벌금 액수에 따라 법관이 재량으로 일당 액수를 책정할 수 있어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특히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벌금 254억원을 선고받은 허 전회장이 법원으로부터 환형유치 금액(일당)을 하루 5억원으로 책정받고 과거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하루치를 제외하고 49일만 노역장 생활을 하게 되면서 사회적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일반인이 벌금을 내지 않으면 하루 5만원에서 10만원씩 공제받는 것에 비해 허 전회장이 5억원씩 벌금을 공제받는 것은 심각한 불균형으로 헌법상 평등 원칙에 위반된다는 지적이다.

허 전회장은 지난 2010년 1월21일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 등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은 2011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허 전회장은 항소심 선고 다음날 뉴질랜드로 출국해 현지에서 생활하다가 지난 22일 귀국해 광주교도소 노역장에 유치됐다.

대법원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노역장 유치기간인 최대 3년을 넘기는 등 법을 위반할 경우 파기할 수 있지만 환형유치 금액이 과하게 높게 책정됐다는 이유 등 양형과 관련된 부분의 경우 심리범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당시 항소심에서 환형유치 금액을 5억원으로 책정한 '지역법관' 장병우 광주지법원장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갔다.

일부에서는 1985년 광주지법에 부임한 뒤 오랜기간 광주에서 지역법관인 '향판'으로 일해온 장 법원장이 광주에 기반을 둔 대주그룹에 대해 '봐주기 판결'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현재 지적되고 있는 지역법관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haru@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