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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초심의 비, 원숙한 비를 만나다…'레인 이펙트'

'서리 섹시'·'라 송'으로 신년 가요계 출격
"더 이상 구설수 없었으면 좋겠다"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 | 2014-01-01 22:59 송고 | 2014-01-02 02:29 최종수정
가수 비(큐브DC 제공). © News1


"요즘 샤이니, 빅뱅, 박재범처럼 예쁘장하고 멋진 어린 친구들이 많잖아요. 저는 연륜 있는 섹시함을 보여주려 해요. 서른살의 비가 가진 원숙미 혹은 농염함이요."
3년9개월 만이다. 가수 비(32·본명 정지훈)가 돌아왔다. 노래한다는 의미의 검은색 입술 자국을 오른쪽 뺨에 묻힌 채, 국내 대표 남자 솔로 가수라는 가장 '비'다운 모습으로 말이다.

비가 '2013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드'에서 예고했듯 2일 정오 정규 6집 음반 '레인 이펙트(RAIN EFFECT)'로 신년 가요계 포문을 연다. 비가 총 10곡의 수록곡을 혼자 작사했고 공동 작곡한 만큼 이번 앨범은 비의 "아티스트로서 제2막"을 여는 중요한 반환점이다.

최근 한 영화관에서 이례적으로 신곡 뮤직비디오 시사회 겸 기자간담회를 연 비는 오랜만의 복귀를 앞두고 상기된 모습이었다. 이렇듯 행사 하나하나는 물론 신곡의 표절 여부도 꼼꼼하게 확인한 만큼 음반에 상당한 공을 들인 그는 계속되는 밤샘에 7일간 독감을 앓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복귀를 앞두고 "굉장히 긴장된다"고 떨려했다.

"잠도 안 자고 데뷔할 때보다 더 열심히 연습했어요. 이번 앨범의 모토가 '나다운 모습을 보여주자'였어요. 진짜 열심히 했던, 초기의 나로 돌아가고자 했습니다. 지난 4~5개월간 밤샘도 하고 계속 작업에 작업이었죠.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스타'가 아니라 '뮤지션'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지 않나 싶었죠. "
그렇게 나온 결과물 중 총 2개의 타이틀곡을 추렸다. 비가 지닌 기존의 섹시함에 30대의 원숙미를 더한 '서리 섹시(30 Sexy)'와 정반대의 익살이 느껴지는 라틴팝 '라 송(La Song)'이 그 주인공이다.

"'서리 섹시'는 일렉트로닉 힙합인데 '레인 팝'이라 하고 싶어요. 일렉트로닉에서 유행하는 사운드에 90년대의 4비트를 접목했죠. 30대의 원숙미가 담긴 저만의 노래에요. '널 붙잡을 노래'까지만 해도 조끼를 벗는 등 옷을 많이 벗고 찢었는데 그런 노출을 다 없앴어요. 하이웨스트 정장과 하이힐로 절제된 섹시미를 보여드리고 싶었죠. 20대 때는 춤과 힘으로 승부했지만 30대에는 영혼, 그루브가 관건인 것 같아요."

비의 말대로 '서리 섹시'는 신시사이저의 반복적인 음과 단순한 힙합 드럼 비트까지, 클럽을 연상시키는 전자음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뮤직비디오에도 비 특유의 농염함이 물씬 묻어있다. 비주얼 아티스트 룸펜스가 작업한'서리 섹시' 뮤직비디오 속 비는 화려한 반지와 팔찌를 끼고 10㎝ 하이힐을 신은 채 바코드를 연상시키는 바닥 위에서 춤으로 절제된 남성미를 표현한다.
가수 비(큐브DC 제공). © News1


"누군가가 '서리 섹시'를 듣고 저보고 '멋진데 너무 똑같다'고 한마디를 했어요. 그래서 기존 제 이미지와 완전히 다른, 노래방에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노래인 '라 송'을 만들었죠. 버리려는 곡이었는데 다들 좋아해줘서 결국 더블 타이틀곡으로 공개하게 됐어요. 이 곡으로 예전 앨범과 다른 점을 확실히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월드컵에서 사람들이 따라부를 수 있는 곡이 뭘지도 고민했어요. 곧 시작될 전 세계적 광고에서 '라 송'을 왜 만들었는지가 공개될 거에요."

이 밖에도 '레인 이펙트'에는 그룹 포미닛의 현아가 참여한 '어디 가요 오빠', 비가 마릴린 먼로의 영화를 보고 만든 달콤한 '마릴린 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을 담은 '디어 마마 돈트 크라이(Dear Mama Don't Cry)' 등 다채로운 곡들이 있다.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가수답게 비는 한국적인 색채를 새 앨범에 담으려 노력했다.

"한국 가수로서 곡들을 들려줬을 때 창피하지 않고 싶었어요. 창, 민요를 중간중간 삽입을 했습니다. 라틴팝, 일렉트로닉팝, 스윙 등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앨범을 만들려고도 했죠. 실력이 없으면 안 되는 세상이잖아요. 제 노래의 복제품을 만들기 싫어서 계속해서 실험을 했어요."

비에게 이번 앨범은 그간의 구설수를 넘어 다시 대중에게 자신을 인식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2011년 10월 입대해 2013년 7월 전역하기까지, 비는 군대에 있는 동안에도 각종 소송, 배우 김태희와의 열애설, 군인 복무규율 위반에 따른 7일간의 근신 처분 등으로 연이어 몸살을 앓았다. 약 1주일 전에는 군 복무규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사건에서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더 이상의 구설수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연예인 최초로 국방부, 경찰, 검찰에서 다 조사를 받았어요. 제가 행실을 잘못한 적은 없어요. 모든 장병이 휴가를 보통 34일 받는데 제 경우엔 포상휴가 등을 포함해 총 59일이었어요. 언젠가 (진상이) 밝혀질 것이고 제가 좋은 무대, 작품을 보여주면 절 믿어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지난 일은 잊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해야할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그런 잡음이 났다는 것에 송구스럽죠."

"아닌 일이 기정사실화되고 사실이 아닌 일로 감춰지면서" 대중의 뭇매를 맞았어도 비는 "대중은 곧 부모님"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대중이 날 낳아주고 이름을 얻게 해주고 알려지게 했다. 억울할 이유가 없었다"면서 "내가 많이 성장한 것 같다. 마음은 닳고 닳았지만 많이 어른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가수 비(큐브DC 제공). © News1


좀 더 성숙해진 비는 새해 국내 활동 외에도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브루스 윌리스, 존 쿠삭과 함께 할리우드 액션 스릴러 영화 '더 프린스'에서 냉철하고 매력적인 악당 마크 역을 맡아 12월 초 촬영을 시작했다. 애초 오는 6일로 예정돼 있던 신보 발표도 영화 추가 촬영 때문에 앞당겨졌다.

"아직 저는 만년 신인배우이고 할리우드에서는 계속해서 오디션을 봐야 하는 입장이에요. '더 프린스'는 제가 브루스 윌리스와 한패가 되어 존 쿠삭, 제이슨 패트릭과 싸우는 암흑가의 이야기에요. 한국영화로 따지면 '달콤한 인생', 미국영화로는 '테이큰' 같은 작품이죠. '배트맨'의 조커처럼 과장된 분장을 하고 정장을 입고 멋지게 나와요. 12월 동안 3주 가까이 찍었네요."

비는 "데뷔 후 10년이 지나도 댄스가수를 할 수 있다는 게 감지덕지하다"면서 "월드투어라기보다는 노래와 춤으로 승부할 수 있도록 작은 공연장에서 소통하는 공연을 해보고 싶다. 언젠간 거창한 월드투어가 될 것"이라고 해외 활동 청사진을 그렸다.

새해 전 세계에 다시 '비'가 내린다.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처럼 '비 효과(레인 이펙트)'는 가요계에 어떤 영향력을 끼치게 될까.

"잘되면 잘될수록 그에 따른 고통이 많더라구요. 그냥 중간 정도, 사람들이 제 노래를 따라부르고 좋아해줬으면 해요. 1등하는 게 아니라 여유 있게 저 다운 걸 보여주는 게 목표에요. '역시 비 답다'는 얘기를 듣고 싶고 저 자체를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친구같이, 동생같이 봐주세요."


gir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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