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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대중문화계 의외의 10대 사건 (하)

방송·가요·영화계 올해 행보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 홍우람 기자 | 2013-12-24 20:59 송고 | 2013-12-25 02:52 최종수정
편집자주 전국 대학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도행역시(倒行逆施)'다. 도행역시는 순리를 거슬러 일을 억지로 한다는 뜻이다. 정해진 순리가 없기에 거스를 일도 없지만 2013년 대중문화계에는 예상되는 길에서 벗어난 의외의 10가지 사건들이 있었다. △'지키는 남자'들의 예능 선전 △돌아온 조용필과 새로운 엑소의 활약 △허를 찌른 시청률 톱 드라마 △ 종편 JTBC 사장이 된 손석희 △가요계 휩쓴 힙합 열풍 △김조광수 감독의 국내 최초 공개 동성 결혼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던 표절 논란 △바람 잘 날 없던 연예가 △비지상파 채널의 약진 △개봉 방해에도 최초 2억 관객 넘은 영화계 등이 그것이다.
동성연인으로 알려진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가 지난9월7일 오후 서울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 열리는 '김조광수와 김승환의 당연한 결혼식, 어느 멋진 날'에 앞서 기자회견에서 두 손을 꼭 잡고 있다.이들은 결혼식 축의금과 올해 하반기, 내년 상반기 모금을 통해 성소수자 인권센터인 '신나는 센터'와 이를 운영하는 성소수자 인권 재단(가칭)을 설립할 계획이다. 누구나 공개된 계좌로 입금할 수 있다. 2013.9.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⑥김조광수 감독의 국내 최초 공개 동성 결혼
김조광수 감독과 영화사 레인보우팩토리 김승환 대표는 지난 9월7일 국내 최초로 공개 동성 결혼을 했다. 이들은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통교에서 1000여명의 하객, 시민들과 함께 비교적 무사히 결혼식을 마쳤다. 최근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를 했으나 불수리 통보를 받고 법적 투쟁을 예고했다.

느리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다. 2000년 방송인 최초로 성정체성을 밝히면서 자·타의적으로 방송 활동을 하지 못했던 홍석천은 어느덧 우리 곁에 돌아와 꾸준히 웃음을 주고 있다. 최근 열린 '2013 KBS 연예대상'에서 시상자로 나선 홍석천은 자리에 앉아 있던 가수 정준영을 바라보며 "정준영이 눈에 띈다"고 여유롭게 농담을 던지기까지 했다.

동성애 코드는 더 이상 금기시되지 않는다. 최근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는 대학 후배인 빙그레(바로 분)와 선배 쓰레기(정우 분)의 미묘한 관계를 풋풋하게 묘사했다. 전작 '응답하라 1997'에도 동성애 성향의 인물이 있었다. 하루에 절을 1000번 해 이성애자가 됐다는 황당무계한 설정으로 빈축을 사긴 했지만 MBC 일일극 '오로라공주'에는 나타샤란 동성애 성향의 인물이 나왔고 SBS 주말극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본격적으로 동성애 커플이 등장했었다.
⑦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던 표절 논란

2013년 가요계는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중은 로이킴, 크레용팝, 아이유, 프라이머리 등에 강력하게 표절 의혹을 제기했으나 각자 이를 부정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로이킴은 데뷔곡 '봄봄봄'이 어쿠스틱레인의 '러브 이즈 캐논'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러나 로이킴 측은 '봄봄봄'이 "순수 창작곡"이며 "이 곡에 참여한 모든 작·편곡가들은 '러브 이즈 캐논'을 단 한번도 들어본 적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어쿠스틱레인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자신이 음원 수입으로 생활하는 영세사업자라며 "의도하진 않았지만 로이킴이 상처를 받았다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되려 사과해 의구심을 낳았다.

크레용팝은 그룹 자체 표절부터 노래 '꾸리스마스'까지 지난 8월부터 표절 의혹을 받았다. 크레용팝은 일본 소녀그룹을 표절하지 않았다고 알렸다. 또 '꾸리스마스' 작곡가는 직접 "순수 창작물이며 (표절 의혹곡인) '루팡3세'와 장르 유사성 때문에 생긴 결과물"이라고 해명했다.

아이유 역시 '분홍신'이 넥타의 '히얼즈 어스'와 초반 도입부가 비슷하다는 의혹에 음악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하며 "두 곡은 완전히 다른 노래"라고 밝혔다. 반면 프라이머리의 경우 MBC '무한도전'에서 박명수와 함께 부른 '아이 갓 시'로 표절 의혹에 휩싸인 뒤 온라인 음원 판매를 중단했다. 표절 의혹의 당사자인 네덜란드 가수 카로 에메랄드는 온라인상에서 의미 심장한 메시지를 남겨 표절 논란에 불을 지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 News1 최진석 인턴기자


⑧바람 잘 날 없던 연예가

올해초 배우 이승연, 박시연, 장미인애가 수면유도제 프로포폴을 상습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일은 서막에 불과했다. 방송인 이수근, 탁재훈, 붐, 그룹 H.O.T 출신 토니안, 신화의 앤디 등은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로 기소돼 물의를 빚었다. 최근 프로포폴 투약 혐의를 받은 배우들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남성 연예인들의 성추문도 이어졌다. 그룹 룰라의 고영욱은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으로 기소돼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6개월, 전자발찌 부착 3년 등을 선고받았으나 상고했다. 배우 박시후는 성폭행 혐의로 피소당해 고소인과 진흙탕 싸움을 벌인 끝에 고소 취하로 사건에 종지부를 찍었다.

가수 세븐과 그룹 마이티마우스의 상추 등은 연예병사 복무 중 안마시술소에 출입하는 현장을 발각당해 영창 신세를 졌다. 이에 국방부는 16년 만에 연예병사제도를 폐지하기까지 했다.

최근 여자 연예인 성매매 의혹 사건은 올해 연예계 스캔들의 화룡점정(?)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증권가 정보지 등에서 연예인들의 실명까지 떠돌며 의혹을 키웠지만 검찰 수사 결과 대부분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애꿎은 이들에게 상처만 남겼다.

⑨비지상파 채널의 약진

케이블채널 tvN과 종합편성채널 JTBC는 비지상파 채널이라는 한계를 깨고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tvN은 이우정 작가를 내세운 여행 예능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와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양질의 콘텐츠를 선보였다.

'응답하라 1994'는 '응사 열풍'을 일으키며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으로 시청률 10%에 가까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 작품은 지난 10월 첫 방송된 이래 2개월 연속 한국갤럽 선호도 조사에서 전체 프로그램 중 3위에 오르며 올해 비지상파 프로그램 중 최고 순위를 달성했다. '꽃보다'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꽃보다 할배'는 평균 나이 76세 노배우들의 재발견이라는 수확을 거뒀고 '꽃보다 누나'는 같은 기준으로 10%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다양한 시도도 눈에 띈다. 외국인 연예인 4인방의 섬마을 적응기를 담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섬마을 쌤', 한국에 정착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과 연예인들이 떠난 엄마의 나라 여행기 '꼬꼬댁 교실', 숨막히는 심리 게임을 벌이는 반전 리얼리티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 시리즈, 1인 가구를 다룬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등 신선한 소재 발굴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또한 '금토드라마'를 만들거나 드라마, 예능의 도미노 편성 등 파격적인 전략도 인기에 한몫했다.

JTBC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무자식상팔자'와 예능형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썰전', 예능 '마녀사냥', '히든싱어' 등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히든싱어'를 제외한 이들 프로그램은 올해 한국갤럽 선호도 조사에서 한번이라도 2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고 '썰전'과 '마녀사냥'의 성역없는 이야기는 숱한 화제를 낳고 있다.

⑩개봉 방해에도 최초 2억 관객 넘은 영화계

2013년은 한국영화 산업 사상 연간 전체 관객수가 최초로 2억명을 넘어선 의미 깊은 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올해 우리나라 인구 1인당 평균 관람횟수가 세계 최고 수준인 4회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영화는 장르나 관객수 면에서 여느 때보다 풍성했다. 올해 박스오피스 상위 10위권 내에는 한국영화 8편이 자리잡고 있으며 스릴러, 액션, 로맨스, 사극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인 주제가 영화화돼 질적인 다양성을 더했다.

올해 영화계에는 이런 빛이 있는 반면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은 그늘도 있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는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세번의 심의를 받고 영화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개봉 찬반시사회 끝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가까스로 개봉했다. 영화 일부를 감독이 직접 잘라낸 수모를 겪고 나서 가능한 일이었다.

정지영 감독과 이준익 감독을 비롯한 영화인들이 지난 9월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중단에 대한 영화인 기자회견에 참석해 공동성명 발표를 듣고 있다.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는 5일 개봉해 '영화상영관 체인 메가박스에서 정체불명의 단체가 가한 압력으로 상영을 중단한 점에 대해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에 대한 폭력이 아닐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이를 한국영화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3.9.9/뉴스1 © News1


천안함 사건을 소재로 한국 사회의 소통 부재를 바라본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았지만 기각돼 관객들을 찾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유일하게 상영을 결정한 복합상영관 메가박스가 "일부 단체의 강한 항의 및 시위 예고"를 이유로 상영을 취소하자 영화계 12개 단체가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제작사 아우라픽처스는 세계 인권선언일인 지난 10일을 기점으로 오는 31일까지 이 영화의 무료 다운로드를 진행 중이다.

연말 흥행 몰이 중인 '변호인'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는 이유로 개봉 전부터 온라인상에서 공격을 받았다. 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를 이용하는 누리꾼들은 '변호인'에 낮은 평점을 주는 등 폄하를 시도했으나 개봉 후 오히려 평점이 높아지며 연말 극장가를 사로잡았다. 최근에는 누군가 대량 예매한 후 취소하는 '좌석 테러'를 '변호인'에 자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gir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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