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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가장 두려운 위협은?…막강 중국 잠수함 전력

엉성한 유럽 금수조항이 중국 첨단 전력 강화 일조

(홍콩 로이터=뉴스1) 김정한 기자 | 2013-12-22 05:08 송고
2009년 4월23일 중국산둥성 칭다오항에서 열린 중국인민해방군 창설 60주년 기념 관함식에서 중국 해군의 잠수함과 군함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2006년 10월, 중국의 쑹(宋)급 잠수함 1척이 오키나와 해상에서 작전 중이던 미국 항공모함 키티호크에 어뢰사정권 내인 9㎞까지 접근해 수면으로 부상했다.
당시 미국의 호위함 10여 척이 항모 키티호크를 둘러싸고 있었으나 이 중국 잠수함은 대잠 경계망에 탐지되지 않았다.

미국은 발칵 뒤집혔다. 중국 잠수함이 미해군의 방어망을 뚫고 항공모함을 공격하는 게 가능해졌음이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 중국 잠수함이 독일 엔진 제조업체인 MTU의 최첨단 디젤 엔진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이 엔진은 진동과 소음을 최소화해 적의 수중 음파탐지기에 탐지될 위험을 줄여준다.

해군 전문가들에 따르면 디젤 엔진을 사용한 중국 잠수함은 미국의 원자력 잠수함보다 스텔스 기능이 더 뛰어나다. 또 제작비용이 저렴해 효율성이 뛰어나며, 소리 없이 접근해 적의 초고가 항공모함이나 수상함정을 침몰시킬 수 있다.

무소음 엔진에 최첨단 어뢰와 미사일을 장착한 중국의 잠수함은 미해군은 물론, 어느 국가에도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정부의 주요 해군 전략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대만,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 전략적 인화점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국의 잠수함 함대를 증강하는 것이다.

이는 미 국방부가 선호하는 최신 전투 방식이 중국의 전략과 충돌을 일으킬 경우 작전 수행이 아주 어려워질 것이란 의미다. 미국이 선호하는 전투 방식이란 적의 해안가 근처에 함선을 정박시킨 후 대대적인 공중타격을 감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잠수함들은 점점 더 활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해군 정보국에 따르면 중국의 잠수함 전력은 핵잠함인 진급 3척, 샹급 2척을 비롯해 킬로급 12척, 쑹급 13척 등 계속 증가세이다.
© News1


문제는 이처럼 중국의 군사력을 키우는 데 한몫하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유럽의 기술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가까운 동맹국인 유럽의 핵심 국가들이 중국에 수출한 무기와 부품들 때문에 미국의 군사력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수상함대 대부분은 독일제와 프랑스제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또 많은 중국 구축함들은 프랑스제 어뢰, 대잠수함 헬리콥터, 지대공 미사일 등을 장착하고 있다.

영국제 제트엔진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폭격기와 대전함 타격기를 추진하며, 중국의 최신예 정찰기는 영국제 조기공중경보통제 레이더를 장착하고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중국의 고성능 공격용 헬리콥터는 범유럽 항공 방위산업체인 EADS가 설계한 유로콥터 기술로 제작됐다.

하지만 중국이 유럽 군사기술 대량 쇼핑에서 얻어낸 가장 전략적인 아이템은 보이지 않는 깊은 바다 밑에 존재한다. 바로 잠수함을 추진하는 독일제 '무소음' 디젤 엔진이다.

◆ EU의 대중국 무기금수, 이중용도기술 제품 수출 못 막아

미국의 군사력을 위협하는 핵심 기술이 이처럼 중국으로 자유롭게 수출되는 까닭은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계기로 시행되어온 '대중국 무기금수조치'가 허점 투성이인 때문이다.

EU 회원국 정부들은 이 같은 금수조치에도 항공기, 전함, 탱크, 영상장비, 화학제와 탄약 등에 대한 대중국 수출을 승인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EU의 금수조치가 이른바 '이중용도기술'(dual-use technology) 관련 제품에 대한 수출 금지 규정을 포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용도기술은 산업 부문과 군사 부문에서 모두 사용이 가능한 제품이나 부속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자동차와 잠수함에 동시에 사용이 가능한 독일의 디젤 엔진이 이에 속한다. 항공기 소프트에어 역시 상업용으로도 이용되지만 전투기, 폭격기, 무인 정찰기 등에도 사용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다.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실의 미카엘 만 대변인은 EU의 금수조치는 "이중용도기술 제품을 언급하고 있지 않다"며 "따라서 이중용도기술 제품 범위가 회원국마다 다르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입장에선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이 금수조치를 가장 관대하게 해석하는 국가다. '대량살상 무기'나 '완제품 무기'에 한해서만 수출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에 본부를 둔 '무기거래반대운동'(CAAT) 자료에 따르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주요 회원국들인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이 2011년까지 약 10년 중국에 수출한 무기는 약 30억 유로(약 4조3400억1000만 원) 규모에 달한다.

특히 프랑스는 지난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약 20억 유로 규모의 무기를 수출해 최대 수출국으로 떠올랐다. 영국은 약 6억 유로, 이탈리아는 1억6100만 유로로 그 뒤를 이었다. 독일 역시 3200만 유로어치를 중국에 수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자국의 경제적 이해관계로 인해 중국에 대한 금수조치 해제에도 적극적이어서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2004년 중국을 상대로 한 무기 금수는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조치라며 해제를 촉구했다가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영국도 당시 중국이 인권을 보장하는 국제협약에 조인하면 무기 수출이 재개될 수 있다는 것이 영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독일 역시 금수조치 해제에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독일의 MTU는 지난해 말까지 중국 해군에 모두 56기의 디젤 엔진을 수출했다.

MTU는 대중국 디젤 엔진 수출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또한 추가적인 수출이나 기술 지원이 계속될 것인지도 답변하기를 거부했다.

다만, MTU 대변인은 "MTU의 모든 수출은 엄격하게 독일 국내법을 따르고 있다"고만 밝혔다.

◆ 대중국 경계감에 대해 미국과 유럽 사이에 '온도차'

중국 국방부는 인민해방군이 외국의 무기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말은 과장된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 국방부는 이 사안들과 관련해 성명을 통해 "중국은 국제적 관행에 따라 무기개발 분야에서 일부 국가들과 교류하고 협력할 뿐이다"며 "일각에서 중국의 정상적인 외국과의 상업적 협력을 정치화하며 중상모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의 군사적 하드웨어의 수준에 대해 아직 회의감을 갖고 있다. 인민해방군이 유럽이나 러시아 등에서 수입한 엔진과 무기 기술이 아직은 미국과 그 동맹국인 한국, 일본, 호주 등에서 사용되는 기술보다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다. 중국이 모든 분야에서 미국에 대적할 수준의 무기 기술을 지닐 필요는 없으며, 단지 미국 세력을 압박하는 것만으로도 중국정부의 전략적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된다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캠퍼스의 '세계분쟁협력연구소'(IGCC) 연구원인 케빈 폴피터는 "중국이 어느 시점에서 무기 기술 도입을 중단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양적으로 풍부한 무기체제가 갖추어지면 중국에게 유리해지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정부는 중국이 유럽 기술을 도입해 군사 관련 기술을 성장시키는 것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차 미국의 세력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경계감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해 온도차를 보이는 것은 지정학적 문제와 경제 문제 때문이다.

유럽은 중국과 거리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일본이나 미국과는 달리 중국의 군사력이 커지는 것을 큰 위협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EU 회원국들은 중국에 대한 무기류 수출을 통해 자국의 경제적 이득이 늘어나는 점에 더욱 무게감을 두고 있다.

EU 회원국들이 대중국 부품 수출이나 이중용도제품 수출 등을 안보 논리보다는 자국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적극 나서고 있는데도 이를 제재할 마땅한 통제수단이 없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 중국의 잇단 군사력 과시에 미국의 경계심 고조

중국은 지난해 9월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호'를 공식 취역시켰다. 1998년 우크라이나의 미완성 항모를 사들여 개조한 것으로 갑판 길이가 약 300m, 최대 속력은 29노트다.

랴오닝호의 전투 능력에 대해선 부정적 시각도 많지만, 중국의 해군력이 항모를 보유할 정도로 확대됐다는 점은 미국과 동아시아 우방국들에게 큰 압박이 될 수 있다.

이달 5일 남중국해에서 미 군함과 중국 군함이 서로 충돌 직전까지 가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발생했던 게 그 대표적인 예다.

당시 항공모함 랴오닝호 함단에 소속된 이 중국 군함은 남중국해 공해상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미해군 순양함 '카우펜스호'에 460m까지 접근했다. 미 함정은 중국 군함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방향을 선회시켜야만 했다.

이 사건은 지난달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 이후 지역적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일어났다는 점에서 중국의 고의성에 대한 논란을 부추겼다.

또 아시아의 주요 석유 수송로로 군사적 관심이 집중된 지역인 남중국해의 지배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무력충돌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이달 14일 달 탐사선 '창어(嫦娥) 3호'를 달 착륙에 성공시켜 미국과 구소련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나라가 된 점도 미국으로선 달갑지 않은 일이다. 탄도미사일의 정밀성이 그만큼 발전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중국은 달 착륙 하루 전인 13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DF)-41'을 시험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둥펑 41은 사거리가 1만1000~1만2000㎞로 북미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9일 SIPRI와 CAAT 자료를 인용해 "중국 인민해방군이 내일 당장 전쟁을 벌인다면 미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인 영국, 독일, 프랑스의 최신 무기와 부품이 동원될 것"이라고 전했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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