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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깬 朴, 최종 해법 제시했는데…

靑수석회의서 "공무원 정치적 중립 엄중히 지키겠다"
2일 유럽 순방 출발 전 정국 논란에 대한 정리 인듯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2013-10-31 07:09 송고
박근혜 대통령이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13.10.31/뉴스1 © News1 박철중 기자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정부기관과 군(軍)의 지난해 대선개입 의혹사건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공방 속에 정국이 혼돈에 빠져든 와중에도 한 달여 간 침묵해왔던 박근혜 대통령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31일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수석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정원 등의 대선개입 의혹사건에 대한 사법당국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주문하는 동시에, 그 결과에 따른 관련자 처벌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여야 정치권을 향해 국정원 등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사법당국의 법적 판단이 나올 때까진 대립을 자제한 채 경제 활성화와 민생 안정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거듭 요청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국정원 문제와 관련해 '현재 수사와 재판 등이 진행 중인 상황인 만큼 당국의 법적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던 기존 입장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긴 하나,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의 부분에선 전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평가돼 향후 정국 해법의 '단초'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발언 기조는 그간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자신의 입장을 총정리한 수준이지만,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논란의 심각성, 10·30 재보선에서의 여당 압승에 따른 자신감 등이 투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2일 시작되는 유럽 순방에 앞서 나온 이날 발언은 야당의 공세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이어서 향후 정국 추이가 주목된다.

◇"개인적으로 의혹 살 일 하지 않았지만… 확실히 밝힐 것"

박 대통령은 그간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한 민주당 등 야당의 거듭된 사과 요구에도 불구하고 '전임 정부에서 벌어진 일로서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이유를 들어 그 대응을 자제해왔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도 "개인적으로 의혹을 살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현재 재판과 수사 중인 여러 의혹들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확실히 밝혀나갈 것"이라며 특히 "선거에 국가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반드시 국민에게 (진실을) 정확히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게 있다면 물을 것"이란 뜻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그는 "(국정원 등의 대선개입 의혹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과 수사결과가 명확하고, 국민에게 의혹을 남기지 않도록 나와야 한다"면서 "정부는 철저한 조사와 사법부 판단이 나오는 대로 불편부당하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재발 방지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회의 발언은 대체로 정홍원 국무총리가 지난 28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정원 수사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내용이다.

정 총리는 앞서 담화에서 "대통령은 처음부터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검찰수사와 함께 국정조사를 통해 제기된 의혹들을 철저히 조사해 잘못된 것에 대해선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면서 "정부는 일련의 의혹에 대해 실체와 원인을 정확히 밝힐 것이다. 사법부의 판단과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테니 믿고 기다려 달라"고 했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이날 회의 발언에 포함된 "앞으로 정부는 모든 선거에서 국가기관은 물론, 공무원 단체나 개별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엄중히 지켜나갈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런 일련의 의혹을 반면교사로 삼아 대한민국 선거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등의 내용은 이전엔 언급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때문에 청와대 주변에선 박 대통령의 이날 회의 발언을 두고 국정원 등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한 '재발 방지책 마련' 쪽에 좀 더 무게를 실은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의 관련 수사 및 조사과정에서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의 일부 직원들이 대선 당시 야당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인터넷 댓글'을 작성했다는 정황이 포착된 만큼 박 대통령 또한 그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 것이란 얘기다.

이에 대해 한 여권 관계자는 이날 회의가 내달 2일부터 시작되는 프랑스·영국·벨기에 등 유럽 순방에 앞서 박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정치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힐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음을 들어 "논란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정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강조하며 재발 방지책 마련 약속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국정원 사건 수사와 관련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 '앞으로도 야당 공세에 휩쓸리지 않고 관련 문제에 대응해나가겠다'는 입장 또한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회의 발언에서 민주당 등 야권 일각에서 국정원 사건 등과 관련한 검찰 수사 등에 대해 불신감을 나타내고 있는 점을 지적, "사법부의 판단을 정치권이 미리 재단하고 정치적 의도로 끌고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사법부의 독립과 판단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세우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난 정치를 시작한 이후 민주주의를 원칙을 지키고 정당을 민주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21세기 대한민국은 어느 누구도 진실을 은폐·왜곡할 수 없을 정도로 민주주의가 성숙된 나라다. 인터넷으로 모든 상황이 공유되고 실시간으로 많은 정보들이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진실을 가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국민이 정부와 정치권에 가장 바라는 게 민생 안정임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정치권 일각에선 전날 치러진 경기 화성갑과 경북 포항남·울릉 지역구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후보들이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된 것이 박 대통령 발언의 주요 배경이 됐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이날 박 대통령 발언에 대해 "너무도 당연한 얘기를 너무도 뒤늦게 말했다"(배재정 대변인)고 '혹평'하고 나서 국정원 관련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긴장 관계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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