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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손잡고 등산…아이 옷만 50만원 넘어 '화들짝'

아웃도어 브랜드 아동용제품, 성인용과 가격 비슷
아동복 브랜드서 내놓은 제품보다 20~30% 비싸

(서울=뉴스1) 이은지 기자 | 2014-02-25 03:15 송고
롯데백화점에서 아웃도어 주 고객층인 30~40대 여성들이 다운점퍼를 살펴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News1 전혜원 기자


6살 아들을 둔 주부 김미영(가명, 42)씨는 나들이 하기 좋은 봄을 맞아 가족 캠핑도 가고 주말에 아이와 함께 산에 오르기로 마음먹었다. 요즘 유행하는 패밀리룩을 준비하기 위해 아웃도어브랜드 A 매장을 방문해 가격을 본 김 씨는 깜짝 놀랐다. 성인용은 물론 아동용 아웃도어 의류 가격이 상상 이상으로 비쌌던 것. 6살 아들이 입을 재킷과 티, 바지를 사는데만 50만원이 넘었다. 아동복브랜드 B 매장에서 비슷한 아웃도어 제품을 사는데 20만원도 안든다는 것을 알고 있던 김 씨는 빈손으로 매장을 나오고 말았다.
아동용 아웃도어 브랜드의 '가격거품' 논란이 일고 있다.

아이더 16만9000원, 네파 23만9000원, 노스페이스 25만8000원, 블랙야크 32만원 등. 아웃도어브랜드에서 성인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내놓은 아동용 다운재킷 가격이다. 매일유업의 자회사인 제로투세븐에서 출시한 아웃도어 전문 키즈 브랜드 '섀르반'의 다운재킷 가격도 30만원선이다. 아웃도어브랜드들이 아동복 라인을 출시할 때 제기됐던 가격거품 우려가 현실이 됐다.

아동복브랜드에서 내놓은 아웃도어 상품과 비교해보면 가격 차이가 확연히 난다. 리틀뱅뱅에서 내놓은 다운재킷의 최저가는 9만9000원, 최고가는 13만9000원에 불과하다. 휠라키즈의 다운재킷 최저가는 14만5000원으로 노스페이스나 블랙야크에서 출시한 다운재킷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참존어패럴에서 운영하는 '트윈키즈'의 다운재킷은 19만9000원으로 아동복 브랜드에서 출시한 다운재킷은 20만원 이하에서 모두 구입이 가능하다. 아웃도어브랜드에서 출시한 아동복 제품보다 아동복브랜드 제품이 20~30% 정도 저렴하다.
25일 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브랜드 가치가 가격에 반영되면서 아동복 역시 고가로 출시됐다"며 "아웃도어브랜드에서 출시한 아동복이 고기능성이긴 하지만 아동복브랜드에서 출시한 제품과 가격이 20~30%나 차이날 정도로 품질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바람막이 재킷이나 바지도 아동복 브랜드에서 출시한 아웃도어 제품이 더 저렴하다. 리틀뱅뱅이 출시한 바람막이 재킷은 2만9000원, 아웃도어 바지는 2만9000원~3만9000원이 구입이 가능하다. 트윈키즈 역시 바람막이 재킷은 9만9000원, 아웃도어 바지는 4만9000원에서 6만9000원 사이에서 구입할 수 있다. 휠라키즈의 바람막이 재킷은 16만원 수준이다.

반면 네파와 아이더에서 내놓은 아동용 바람막이 재킷은 15만9000원이며, 아웃도어 바지 역시 블랙야크는 14만9000원, 아이더는 18만9000원으로 20만원에 육박한다.

© News1 류수정 디자이너

◇ 아웃도어 브랜드 성인용·아동용 가격차 거의 없어


이처럼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내놓은 아동용 제품이 비싼 이유는 기본적으로 성인용 제품이 비싸기 때문이다. 성인용 아웃도어에 낀 가격거품이 아동복으로 전이된 것이다.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내놓은 아동용 다운재킷은 성인 다운재킷 가격의 60% 수준이다. 성인용이 50만원이 넘는 고가인 만큼 아동용의 다운재킷 가격은 30만원 안팎으로 역시 비싸다.

아동용 패딩조끼나 바람막이 재킷은 성인용 가격의 80%에 육박,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네파에서 출시한 패딩조끼의 경우 아동용은 15만9000원이고, 성인용은 19만9000원이다. 아이더에서 출시한 바람막이 재킷도 비슷하다. 아동용은 15만9000원, 성인용은 20만원이다. 노스페이스에서 내놓은 부츠는 성인용이 10만5000원인데, 아동용은 9만원에 이른다.
네파에서 출시한 다운재킷으로 가격은 23만9000원이다. (네파 제공)© News1 이은지 기자

티셔츠나 다운팬츠도 아동용과 성인용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블랙야크에서 패밀리룩으로 출시한 티셔츠의 경우 아동용은 9만9000원, 성인용은 12만8000원으로 77%에 이른다. 아이더에서 내놓은 다운팬츠는 아동용이 18만9000원, 성인용은 27만원이다.

한 아웃도어 업체 관계자는 "아동용은 성인용과 소재가 똑같고, 크기가 작을 뿐이다"며 "크기가 작아서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은 적고, 성인용과 달리 소량생산하는 아동용의 특성상 생산단가가 상대적으로 높다. 때문에 성인용과 크게 비용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웃도어 업체들이 아동복 시장에 뛰어들면서 결과적으로 아동복 시장의 가격대를 높여놨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불과 3~4년전만 하더라도 아동복브랜드 제품들은 마트에서 유통되는 제품들과 가격비교를 하며 경쟁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아동용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들이 너무 많아졌고 고가정책을 펼치는 탓에 전반적으로 아동용 제품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지적했다.

아동복이 갖는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성인용 축소판으로 아동용 아웃도어 제품을 내놓은 아웃도어브랜드의 제작방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동복은 입기 편하도록 고무줄을 넣는다던지, 무릎에 내구성이 강한 소재를 쓰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아웃도어브랜드에서도 이런 점을 감안한다고 하지만 노하우가 쉽게 쌓이지 않는 만큼 제품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News1 류수정 디자이너

◇ 아웃도어 시장서 아동용 5% 불과...경쟁 과열로 한차례 조정기 거칠 수도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아동복 라인을 본격적으로 출시하기 시작한 때는 2012년 하반기부터다. 올해에는 아웃도어브랜드의 70%가 아동복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아동용 아웃도어 시장규모는 3500억원으로 7조원에 달하는 아웃도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다.

아동복의 비중은 적지만 성장세가 멈춘 아웃도어브랜드에게는 유일하게 새로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시장이다. 때문에 경쟁이 과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스페이스를 비롯해 블랙야크, 아이더, 네파, 밀레 등 대부분의 아웃도어브랜드들이 올해 아동복 스타일수와 물량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총 108개의 키즈전용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블랙야크는 매장수를 100개로 줄이는 대신 물량과 스타일수를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4개였던 스타일수를 올해 6개로 늘리고, 물량은 3배 정도 늘릴 계획이다. 목표 매출액은 300억원으로 잡았다.

아이더는 전체 매장 가운데 절반인 120개 매장에서 아동복 라인을 판매하고 있으며 올해 물량을 전년대비 3배 정도 늘릴 계획이다. 네파는 아직 아동복 전용 독립매장이 없지만 상황을 보고 독립매장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동복 비중이 전체 매출의 2%에 불과한 밀레는 올해 물량을 전년대비 50% 이상 늘리며 적극적으로 시장수요에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아웃도어 아동복 전문 브랜드인 '섀르반'은 올해 38개 매장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현재 매장수는 18개로 1년만에 2배 넘게 확장할 예정이다.

아웃도어브랜드들이 '늘리고보자'는 식으로 아동복 라인을 확장하면서 한차례 조정기를 거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브랜드에 대한 충성도와 인지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제품 라인을 무작정 확장하게 되면 재구매율이 떨어져 심각한 수익악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며 "아동복 시장에서 자리잡으려면 최소 10년 정도 시장테스트를 거쳐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아웃도어브랜드들이 너무 단시간 내에 아동복 라인을 확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l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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