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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만에 460억 손실..한방에 '훅'갈 수 있는게 선물옵션투자

한맥 사태 계기로 거래소 '킬 스위치' 조기 도입 검토

(서울=뉴스1) 강현창 기자 | 2013-12-17 02:40 송고
옵션거래에서 대규모 주문실수로 존폐위기에 놓인 한맥투자증권이 고객들에게 계좌의 청산이나 타사로의 이관을 추천하는 등 파산에 대비한 작업에 착수한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맥투자증권 서울본사로 투자자들과 직원들이 오가며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맥투자증권은 올해 마지막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인 12일 대규모 옵션 주문실수와 착오거래 구제신청에도 실패하면서 전체 손실규모는 46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3.12.1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단 2분이었다. 지난 12일 한맥투자증권이 선물옵션시장에서 460억원의 손실을 입는 데 걸린 시간은 컵라면 하나가 익기에도 모자랐다.
17일 증권가에 따르면 이날 개장 직후 한맥투자증권은 코스피200 12월물 콜, 풋옵션의 42개 종목에서 무려 3만7000여건을 거래를 체결했다. 문제는 팔 가격에 사고, 살 가격에 팔았다는 것이다. 주문 전용선(DMA)를 사용한 거래다 보니 취소를 할 시간도 없었다. 이 짧은 시간의 거래로 자본금 268억원에 불과한 소형증권사는 결국 사실상 파산위기에 몰렸다.

어떤 상품을 거래했길래 단 한 번의 실수로 증권사 하나가 파산위기에 몰린 것일까? 한맥이 거래한 지수선물옵션에 대한 초보투자자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현물 주식시장은 개별 주식 현물 자체를 증거금을 걸고 거래하게 된다. 예를 들어 향후 '삼성전자'의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면 코스피시장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산 뒤, 나중에 주가가 오르면 이를 팔아 차익을 남긴다.
그러나 옵션시장은 개념이 다르다. 옵션은 해당 개별 종목 자체를 사고팔지 않는다. 종목이나 지수 등을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 자체를 거래하게 된다.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면 특정대상물(주식·지수)를 사전에 정한 시점(옵션만기일)에 정해진 가격(행사가)으로 사거나(콜·call) 팔(풋·put) 수 있는 권리가 매매 대상이다.

이번에 한맥투자증권이 거래한 코스피200선물은 개별종목이 아니라 코스피200지수의 살 권리나 팔 권리가 매매대상이다. 코스피200은 시가총액이 상위군에 속하고 거래량이 많은 200종목의 시가총액을 지수화한 것으로 많은 옵션상품의 기초지수로 활용되고 있다.

일반 선물옵션이라면 결제를 해당 종목으로 해야 하지만 코스피200과 같은 지수를 기초로 옵션거래를 할 경우 수치에 불과한 지수가 아니라 현금으로 결제하게 된다.

이같은 선물옵션거래는 일반 투자자들이 HTS를 통해 거래를 하기도 하지만 상당수의 주문이 이번 한맥투자증권의 경우처럼 전용선을 이용한 고빈도대량매매를 통해 이뤄진다. 특히 사건이 터진 날처럼 선물옵션 만기일일 경우 막판 눈치보기에 거래량이 급등하기도 한다.

정상적인 선물옵션거래라면 손해를 입더라도 이번 한맥투자증권처럼 피해가 크지 않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한맥투자증권이 매수·매도주문을 반대로 입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옵션주문을 입력할 때 상한가에 사들이고, 하한가에 매도하는 주문을 입력했다는 얘기다. 이 실수가 기계의 오작동인지 사람의 실수인지는 현재 금융감독원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한맥투자증권의 주문실수가 다른 증권사의 실수를 노리고 걸어두는 '상하한가 걸어놓기' 전략을 잘못 수행하다가 발생한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상하한가 걸어놓기'란 옵션가격의 상한가 쪽에 대량의 매도주문을 내놓고 하한가에는 대량의 매수주문을 내놓아 다른 증권사들의 이상주문을 노리는 전략이다. 상식적으로 체결될 리 없는 주문이지만 다른 증권사에서 이상주문이 발생할 경우 짧은 시간안에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단순한 실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선물옵션 거래 중 특히 매도(put)는 매수자에게 계약대로 이행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이번처럼 손실이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다. 지난 2011년 최태원 SK회장이 주식시장에서 1000억원의 잃은 것도 바로 선물물옵션시장에 입은 손해다.

이처럼 선물옵션시장은 설명만 들으면 도박이나 다름없지만, 순기능이 있어 시장에 도입 중인 제도다. 옵션시장의 존재 목적은 돈놀이가 아니라 '헤지'(hedge)다. 실제 주식을 사고파는 현물시장에서 위험을 분산시킬 목적으로 옵션거래를 통해 반대로 주문을 걸어둔다면 당초 예상과 다른 장세가 펼쳐지더라도 손실을 줄일 수 있게 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선물옵션 시장이 위험성이 높지만 헤지 등으로도 많이 활용되기 때문에 시장 자체를 '도박'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며 "일확천금의 수익을 노리고 이를 이용하려는 투기적 성향의 투자자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이번 사건과 같은 주문사고를 막기 위한 '킬스위치'의 조기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내년 2월 시행 예정이던 킬스위치란 주문 착오 시 추가확산 방지를 위해 회원이 신청하는 경우 해당 계좌에서 제출한 모든 호가를 한꺼번에 취소하고 추가적인 호가 접수를 차단하는 일괄취소 기능을 말한다.


khc@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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