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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법 논란 속 지스타…축제는 커녕 '한숨만'

메이저·포털 불참속 전시 규모 대폭 축소 '썰렁'

(서울=뉴스1) 지봉철 기자 | 2013-11-14 23:43 송고
지스타가 열리고 있는 부산 벡스코. 겉으로는 북적거렸지만 관계자들의 표정에서는 활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 News1

"온라인게임 시장 침체 직격탄에다 게임중독법 공포까지."
14일 오전 '지스타 2013'이 열린 부산 벡스코. 겉으로는 여전히 북적거렸지만 관계자들의 표정에서 활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스타는 보통 20만명 가량이 찾아 북적이는 최대 규모의 국제 게임전시회다.

하지만 올해는 들뜬 분위기보다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돈다. 이는 엔씨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 CJ E&M 넷마블, 네오위즈게임즈, 위메이드 등이 전시에 참여하지 않았고 참가사들도 예년에 비해 전시 규모를 대폭 축소한 탓이다. 이처럼 주요 기업의 전시회 참여가 불발로 돌아간 것은 신의진 의원의 이른바 게임중독법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행사장에서 만난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가 마약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면 감정이 북받친다. 한심하고, 심각하고, 심난하다"며 "요새 같으면 영…" 이라고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게임중독법이 게임시장에 충격을 준데 이어 지스타의 발목도 잡고 있는 셈이다. 한 개발사 대표도 "마약과 같은 게임을 떠들썩하게 전시까지 해가며 내다 팔수는 없는 거 아닌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스타를 찾은 해외업체들의 반응도 마찬가지. 빅터 키슬리 워게이밍 대표는 "해외에서 생각하는 한국의 국가브랜드는 삼성 LG 등과 함께 온라인게임의 발상지라는 이미지로 형성되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한국이 게임을 규제하는 것은 프랑스가 치즈를 규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올해 지스타는 신작게임보다 게임중독법이 더 주목을 받는 이상한 모양새가 됐다. 실제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는 게임대상을 받고도 "우리는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은 적도, 보호를 받은 적도 없다"며 "역차별과 규제 속에서 세계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도록 성장했으니 전국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고 쓴 소리를 내뱉았다.
14일 개막식에는 게임중독법 논란속에 신의진 의원과 같은 당 소속의 김상민·박민식·박인숙·이이재·김영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 News1

이처럼 참석자들은 '우울', '한숨', '침통'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앞날에 대한 우려 또한 녹여냈다.

그래도 대회를 주최하는 한국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는 전시회 흥행에 희망을 놓지 않았다. 블리자드와 닌텐도, 소니 등 세계적인 해외 게임업체들을 초청해 빈자리를 맡겼다. B2B관은 지난해의 726부스보다 41.3% 늘어난 1026부스로 역대 최대 규모로 꾸몄다.

하지만 관람객들은 썰렁한 분위기에 행사장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는 이내 발길을 돌렸다. B2B관에서도 멍하니 앉아있는 관계자들이 더 많이 보였다.

창원에서 가족들과 왔다는 박정숙(45)씨는 "부산에 왔다가 지스타 소식에 아쉬워 잠시 들러봤다"며 "막상 와보니 게임업계의 피해가 생각보다 큰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시장을 찾은 한 개발자는 "신작게임도 예년만큼 없고, 전체적으로 축제 분위기가 안 나 아쉽다"며 걱정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내년 지스타 전시회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게임을 마약으로 보는 사회 분위기, 게임산업에 대한 비뚤어진 편견 등으로 자칫 게임 전시회 자체가 쓸모없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곤 협회 사무국장은 "게임중독법이 다뤄지는 과정에서 여론이 나빠져 예상은 했는데 '역시나'다"며 "하지만 지스타는 게임만 다루는 게 아니라 세미나, 취업박람회 등을 다루는 종합 산업 박람회로 많은 분들이 방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jan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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